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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모든 순간에 책이 있었다
김희정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인 성향으로 자기개발서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나는 이렇게 혹은 저렇게 했으니 당신들도 한번 해봐라 식의 열거들 때문인지 에세이 만큼이나 손이 가지 않는 장르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우연히 자기개발서적 코너에서 눈에 들어온 책을 손에 쥐고 그야말로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책 제목이 왠지 자기 자리가 아닌 곳에 덩그러니 있을까라는 생각과 그다지 길지 않는 필자의 약력소개(대개의 경우 필자의 약력이 길어지는 경우는 내용이 부실하거나 뻔한 이야기를 각색했을 가능성이 농후하죠)에 끌려 시작하게 된 책입니다. 여기에 교직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책이라 한번 믿고 시작해 봤습니다.
바로 그 책이 <내 인생의 모든 순간에 책이 있었다> 인데요. 제목도 길고 왠지 자기개발서보다는 필자의 이력에서 엿볼 수 있듯이 굳이 분류하자면 독서코칭계열의 서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네요. 뭐 그렇다고 냉정하게 이번 책이 탁월한 비전을 제시하고 가슴 한켠에서 형언할 수 없는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고 말하기에는 다소의 억측과 무리가 분명히 상존하고 있지만요. 뭐 굳이 그런 서적을 바란다면 문학작품이나 대가들의 지침서를 보는 게 낫겠죠. 하지만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조그마한 동기와 그 동기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정표 역할은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 지네요. 물론 여기에 더하여 삶의 의미까지 돌아보게 된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러한 잡설에도 불구하고 일독을 권하는 이유는 이번 책의 유니크한 스트럭쳐와 책을 구성하는 내러티브의 보편타당한 공감대일 것입니다. 기존의 독서코칭 서적들에서 볼 수 있는 식상한 스트럭처들, 어떠한 명저를 제시하고 그 책에 맞추어 끼워맞추기식인 듯 한 내러티브의 나열들은 오히려 책을 멀리하게 되는 역효과를 낳는 폐단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책의 경우는 이와 정반대구조를 가지고 있죠. 아니 사고의 전환이라는 수준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필자가 살아온 인생의 실재하는 삶과 책이 연동되어 마치 한편의 바이오그래피를 엿보는 느낌마저 들게 하니까요. 왜 그 순간에 그 책이 와 닿았을까? 그 책을 손에 쥔 순간 내 인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읽을수록 상당히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보편타당한 공감대라는 것이 바로 이러한 것을 두고 지칭하는 것은 아닐까 싶네요. 문학작품에서 독자들이 받는 공감대와는 또 다른 맛깔스러운 맛을 전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구조로 인해 필자가 제시하는 방법론적 가지들이 필자 삶과 절묘하게 씨줄과 날줄로 직조되어 그 필연성을 부각시키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의 손길을 던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죠.
물론 필자가 제시해주는 스킬이나 전략이 모든 독자들에게 적절하게 맞아 떨어질 수 는 없는 개인적인 견해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이번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안들이 적어도 ‘오컴의 면도날’ 역할은 충분히 하고도 남으리라 여겨집니다. 필자가 제시하는 방법론적 접근 방식은 책과 친근해질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에 하나라고 할까요. 새로운 독자층이 늘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독자들 스스로가 책에 다가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고 그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이제 걸음마 단계의 독자들 뿐만 아니라 이미 나름의 방식으로 세월을 헤쳐 나가는 이들에게도 한번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책)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라는 필자의 말이 오래토록 잔상에 남는 이유를 독자들 스스로 깨달아 가게 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심리학교수인 김경일 교수가 말한 “원트want에서 라이크like로” 가 딱 맞아 떨어지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책이야말로 라이크로 접근해야하고 자신의 라이크에 맞는 만족감을 가져주어야 진정한 책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근원적인 사유가 바로 라이크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합니다.
우리는 현재 미증유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사회별로 개인별로 전혀 경험하지 못한 감염병으로 인한 강제 격리와 이격 생활을 강요받고 있는 시대입니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사태에서 우리는 ‘언택트’ 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 받고 있습니다. 언택트라고 하면 가장 먼저 온라인상의 플렛폼을 연상하는게 인지상정이지만 사실은 언택트라는 세상을 우리는 이미 살아왔고 현재도 살고 있죠. 바로 책이라는 플렛폼을 통해서 말이죠. 저자나 작가의 사유를 서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수많은 독자들과의 플렛폼을 형성하면서 말이죠. 그렇기에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이런 시대에 어쩌면 독자들에게 삶의 방향타 하나 정도는 던져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