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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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명섭 작가의 <제3도시>틀에서 추리미스터리계열의 작품이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의 불량률과 물품 빼돌리기를 감시하고 적발하기 위해 위장 취업한 탐정사무소 직원의 활동, 여기에 갑작스런 살인사건 그리고 그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등 전형적인 추리 장르의 작품으로 무엇보다 남북이라는 미묘한 관계와 그 중심에 서 있는 개성공단내에서의 살인사건이라는 소재가 무척 구미를 당기는 작품이죠. 다 아시다시피 남북관계를 작품의 소재로 활용할 경우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강도는 상당하죠. 왜냐하면 우리의 지정학적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할 수 밖에 없는 소재이기 때문이고 여기에 더해 살인과 관련된 추리장르의 작품이라면 왠지 모르게 손이 가기 마련입니다.

 

     이번 작품은 이러한 밑바탕을 출발으로 몇몇 추리장르의 필수 아미노산 같은 요소들을 주입한 프레임으로 시작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자칫 잘못하게 되면 작가의 이러한 설정들이 지정학적인 담론과 결합하여 작품의 무게감을 살짝 무겁게 느껴지게 할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무슨말인고 하니 작품 그 자체 보다 작품을 둘러싼 프레임에 갇혀 정치적인 이슈의 담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주객전도로 흘러 갈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작가는 약간은 어설프지만 영화 <공조> 비슷한 설정을 가져다가 독자들의 눈을 살짝 비틀어 놓습니다. 이 부분이 눈에 들어오고 개인적으로 그대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기도 한데요. 내러티브의 진행이 왠지 모를 정치적인 프레임속에 갇혀 좀 답답함을 느낄 시점에서 등장하는 오재민소좌와 그리고 둘의 공조수사가 그나마 동력을 갖게 되었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남북이라는 소재는 매우 흥미진지한 소재임에 틀림없지만 자충수를 둘 수 있는 프레임이기도 합니다. 정말 죽도 밥도 아닌 방향으로 흘러 갈 수 있기에 독이 든 성배와 같은 플롯이기도 하죠. 이런면에서 이번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 역시 무거운 담론과 적절하게 결합된 장르소설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입니다. 다만, 내러티브의 짜임새나 등장인물들의 디테일한 묘사 그리고 상호 연결 구도가 타이트하지 못한 점이 내심 아쉽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향후 후속작에서는 좀 강한 임펙트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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