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매혹적인 숫자 이야기
리여우화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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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명 수포자(당연히 문과생이었습니다)로 어렵사리 대학을 나왔지만 여태 살아오면서 수포자로서의 특별한 삶의 피팍을 받은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략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3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지만, 지금도 수학이라면 떠오르는 것은 ∛,∑,≄,+-×÷,∫,π 이런 기호들 그리고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아니 솔직하게 싫은) 당신이라는 사실밖에는요. 감가승제(+-×÷)와 구구셈을 마치 수학으로 확신하면서 뭐 지금이야 아주 간단한 셈조차도 계산기라는 충실한 하녀와 엑셀이라는 동변상련을 같이한 친구놈을 대신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 삶에서 리여우화의 <이처럼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라는 책은 그다지 와닿지 않았던게 솔직한 표현이라면 맞는 말이겠죠. 아니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해서(왜 그럴 나이도 충분히 지났고 이 나이에 수학에 대한 표현을 대놓고 하지 못할 것도 없겠지만요) 뭐 이런 파렴치한 책을 봤나!!! 라고 느꼈던 것이 사실이니까요. 아마도 많으신 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에 공감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에 공감하지 않고 와~~~ 정말 수학은 재미있는 학문이야라고 외치시는 분들도 더러 있겠죠. 뭐 다양한 사람들과 다변적인 사유들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굳이 그런 분들을 탓하지 않겠지만 제 입장에 보면 달나라의 토끼를 보는 듯하게 느껴지는 것을 굳이 겉으로 자제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완독했던 이유는 오직 하나 수포자라는 자책감과 더불어 일종의 오기라고 해야 할까요. 이십여년전에 <수학귀신> 이라는 책을 마지못해 읽었던 암울한 기억도 나고 해서 어디 한번 수학이라는 놈에 대해 겁먹지 말고 들이대보자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막상 책장을 넘기면서(정말 아무생각없이 눈에 들어오는 각종 공식과 기호들...) 얼른 덮어버리고 몇일을 뭉게버렸습니다. 사실 또 다시 망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첫 장부터가 아니라 목차를 보고 그나마 마음에 들어온 파트2 “우주는 어떤 수로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장부터 그냥 읽어 보기로 했고, 나아가서 완독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완독이라는 의미를 석가처럼 어느 날 보리수 나무 밑에 앉아 있다가 무언가를 깨닫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님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글자 그대로 토시하나 빼놓지 않고 다 읽어다는 뜻으로 그나마 수학 관련해서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라는 일종의 자부심도 묻어나 있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머리속에 남아 있는 개념들이랄까, 아니면 저자가 대중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사유에 대해 살펴보자면,아마도 수학이라는 학문이 우리의 일상과 크게 이격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예를들어, TREE(1), TREE(2) 에 비해 TREE(3)라는 개념은 마치 우리에게 태양과 우리의 행성을 포함한 태양계라는 인지하기 쉬운 범위에서 우리 은하계 나아가 전 우주를 망라하는 무한의 개념으로 확장시킨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무한한 것 같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TREE(3) 수는 유한한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수학적인 개념이 우주를 표현할 수 있는 보기 좋은 실례가 된다는 것이죠. 또한 충분히 큰’, ‘임의의 큰의 개념으로 소수의 수를 증명하는 방법들이 우리가 우주라는 개념을 정의하면서 다양하게 떠올리는 숫자의 개념과 비슷하게 그 정확한 개념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학이라는 창을 통해서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나마 가장 근접하게 우주에게 다가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는 것이죠.

한번 예를 들어서 정말 수학적인 사고의 소유자라면 저자의 표현처럼 ‘TREE(3)만큼 너를 사랑해라고 연인에게 프로포즈 해보시길 그 후폭풍은 장담할 수 없지만요... ㅋㅋㅋ

 

     우주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굉장히 매크로한 개념의 무한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해주는 매개입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상당히 마이크로한 세상에 갇혀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죠. 여기에는 우리의 직감이라는 기제가 발동하게 되는데요. 직감이라는 의식 역시 두 개의 편지봉투 역설이라는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사실 정말 수학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만큼 수학이라는 존재가 우리 인류에게 내재되어 있는 마이크로한 세상과 더불어 우주로 나아가려하는 매크로한 이상을 모두 다 품고 있는 도그마였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60갑자와 오행등 극히 동양의 사유물이라고 생각되었던 철학적인 문제들조차 수학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인류가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유라는 점에서 그 동안 몰랐던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이렇듯 부지불식간에 수학이라는 영역은 우리와 밀접한 거리에 존재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죠. 책에서 저자가 실례를 들어 보여주는 사례들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다반사하게 접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정말 쉽게 근접하기에 너무나 뭔 영역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글쎄요 일단 일독을 하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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