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친일파 - 반일 종족주의 거짓을 파헤친다
호사카 유지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俱戴天之讐(불구대천지수)" 라는 말을 우리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고사성어중에 하나입니다. 부모의 원수와는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는 뜻인데요. 아마도 이 고사성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한-일관계가 아닐까 싶네요. 너무 비약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 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뉘양스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 만큼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들어내고 있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역시 양국간의 해결해야할 사안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표현이지 않을까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일본에서 출생해서 한국으로 귀화한 호사카 유지를 보게 되면 왠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얼굴이 붉혀지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비단 저 개인뿐 아니라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느낌이지 않을까 싶네요. 호사카 유지는 우리가 모르는, 아니 솔직히 말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던 우리의 근대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그간 일본과 국내 친일세력에 의해 왜곡되었던 사안들에 대해서 철두철미한 연구와 역사적 고증을 통해서 쾌도난마 같은 결론을 이끌어내어 준 학자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신친일파20197월 미래사에서 출간된 「반일 종족주의」가 주장하는 논거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다시피 반일 종족주의는 이영훈과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연구위원들로 구성된 뉴라이트의 역사의식을 대변하는 자들의 작품인데요. 대표주자격인 이영훈은 식민지근대화론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자칭 경제학자이고, 이우연과 주익종은 뉴라이트계열의 학자로 역시 그 동안 쉼 없이 일본의 극우세력의 논거를 따르는 이들입니다. 이에 대해서 호사카 유지는 자신이 그 동안 발표한 논문과 저작들을 통해서 그들이 주장하는 논거가 얼마나 왜곡되고 허상인지를 한방에 증명해 보입니다. ‘강제징용위반부그리고 독도에 대한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향후 이들과의 논쟁에 대한 포문을 열고 있습니다. 뭐 그 세부적인 사안을 여기서 논거할 필요성은 없다고 보여지는데요. 왜냐하면 하도 터무니없는 사안들을 주장하는 자들이기에 굳이 서평에 담을 필요성이 없어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들이 노리는 점이 바로 관심을 촉발하고자 하는 부분에 있기에 이에 대한 반응 역시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보여지지만, 호사카 유지는 학자의 입장에서는 결코 넘어갈 수 없다는 신념에서 바로잡기에 나섰다고 판단됩니다.

 

   그렇지만 왜 이런 자들이 이런 터무니없는 논거들을 주장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아마도 우리의 삐뚤어진 정치적 여건과 맞물려 있다는 점 그리고 이 틈을 간사하게 파고들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세칭 보수라는 정치적인 탈을 쓰고 마치 자신이 보수인양 주장하는 형국인데요. 이 점은 심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들이 보수라는 개념을 너무나 몰라도 아니 모르는게 아니겠죠. 보수이고 싶어 하는 거죠. 정작 건강한 보수입장에서는 몹시 불쾌하겠지만요. 모름지기 보수라면 국가의 국익과 자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인데요. 이들은 보수의 기본개념과 정반대의 입장에 선 자들이고 단지 신친일세력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본 아베정권과 그들과 맞물려 있는 극우세력의 역사의식에 대해서 심하게 비판하지 않습니다. 왜 그들은 그들 나름의 국익을 표방하고 있고 그렇기에 침탈전쟁에 대한 역사적 왜곡을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부분에 대해서는 우리측의 반박과 투쟁은 어찌보면 당연한 문제이고 바로잡아야할 순리이기도 한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참 묘한 형국이 이러한 불순세력들이 대한민국내에 존재한다는 거죠. 일본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논거와 거의 흡사한 이론을 가져다가 마치 사실인양 설파하는 이들이 일본내가 아닌 대한민국내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는 거죠. 그것도 세칭 보수라는 탈을 전면에 내세워 물타기하면서 말이죠. 물론 일본내에서도 극우세력의 역사 왜곡이 잘못되었다는 정상적인 목소리도 분명 존재하죠. 뭐 이런 측면에서 보게 되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행동도 이해를 해야 하는게 맞겠지만, 문제는 이러한 친일세력이 마치 보수라는 극히 존엄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무임승차하는 행태가 지극히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아직도 국내에서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논쟁거리가 역사적 사실이 아닌 정치적 도그마에 휩쓸려 정확한 자리매김을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영훈을 비롯한 신친일세력의 주장이 청소년들에게 혹은 보수라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패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친일과 보수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코 친일이 보수의 일부가 될 수 없으며, 보수를 가치관으로 공유하는 자들에게 친일은 어디까지나 국익을 해하는 친일 종족주의자들 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번 저서는 정상적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보수나 진보를 떠나서) 상당히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내용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어찌보면 왜 이렇게 까지 조목조목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아 가야면서 까지 질타를 해야 할까 하시는 분들도 상당수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점을 신친일세력들이 파고드는 부분이기도 하죠. 우리 역사에 부끄러운 부분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정확하게 어떻게 벌여졌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지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지나간 역사는 단지 과거가 아니라 언제가 다시 반복될 수 있는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선조들은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았던 것이고 역사공부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던 것입니다. 최근 우리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는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반일 종족주의를 부르짖는 이들은 아마도 선조가 친일파였거나 아니면 한국인을 가장한 극우일본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그 만큼 우리 자신이 친일청산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틀을 정리하지 못하였기에 발생한 문제들이죠. 이번을 계기로 일본 극우세력에 놀아나는 신친일파세력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과 더불어 우리 역사 바로 잡기에 나서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친일세력 청산이라는 문제에는 정치적인 프리즘은 불필요 합니다. 그나마 요즘 청년세대의 적극적인 역사인식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며 기성세대로서 부끄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