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삶, 여기는 






방안으로 빛이 샌다. 

짧은 경련 끝에 의식을 잃은 아이는 

아침 햇살, 한낮의 빛, 저녁 어스름까지 

잠들어 있다. 바깥은 빛, 여기는 어둠. 

계절이 네 번이나 바뀌도록 잠은 계속되고 

봄의 설렘도, 한여름의 열애도, 푸른 가을 

하늘도, 잿빛 겨울 냉기도 모두

꿈이어라. 바깥은 여름, 여기는 겨울. 


바깥은 삶, 여기는 죽음. 


기어코 깨어날 아이를 위해 생선을 구워줘야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선을. 

하지만 그 흔한 꽁치도 막상 찾으니 없다, 개똥이 따로 없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꽁치를 원망하며 염치를 생각한다.

온 순서대로 가주면 좋으련만. 

신이란 참 염치도 없으시지.

눈치 코치도 없으시지. 


깨진 컵은 다시 붙지 못하고 

엎지른 물은 다시 담지 못하고

노인은 아이가 되지 못하고 

바깥은 코스모스, 여기는 카오스

바깥은 에너지, 여기는 엔트로피.


치로 끝나는 두 글자 생선은 꽁치 말고도 

갈치, 삼치, 준치, 참치, 멸치, 세 글자로는 

버들치도 있는데, 아이와 함께 관악산 계곡에서 

떡밥으로 저 버들치를 잡던 추억이 있다. 


바깥은 시간, 여기는 멈춤. 


*


















성현주 : 네이버 통합검색 (naver.com) : 사인을 밝히지 않으려는 깊은 속뜻... / 병원 바깥과 안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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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우리 바깥 양반은 작은 펜션이 있답니다.

조붓한 앞마당에는 소주병, 플라스틱, 종이가 가득하고 

음식물 쓰레기와 쌈 채소들이 꽁꽁 얼어붙었네요. 

계절이 한 번 바뀌는 동안 화로는 또 새로 사셨군요.


스모키블루 룸 베란다의 제사 음식 옆으로

노란 어른 고양이, 갈색 아이 고양이가 살금살금.

어른 고양이 눈이 어두운지 코를 킁킁 생선 대가리를 찾아

어린 고양이에게 양보한다, 생긴 건 달라도 새끼인가 봐요.


우리 바깥 양반 거실에는 큼직한 고무나무가 세 그루나 있는데

인도로는 성이 차지 않아, 프랑스도 샀답니다. 신갈까지

다녀 왔다니, 지극 정성이죠. 윤기 나는 동글동글 귀여운 잎과 

잔가지가 예쁘긴 합니다. 이 촌구석에 정화할 공기가 있긴 한지.    


제 밥도 안 챙기는 주제에 고양이 밥을 꼬박꼬박 챙길 때는 

꿍꿍이가 있지만, 눈 먼 고양이가 어떻게 뱀과 쥐를 잡나요? 

백묘흑묘, 이 으슥한 펜션에 어슬렁어슬렁만 해줘도 감지덕지?

어휴, 는실난실 나른하고 게으른 이 남자야, 자기야말로 꼭 고양이 같으셔.


그래서 제가 첫 눈에 반했지 뭐예요, 이제 우리 결혼해요, 예?

물 한 그릇 떠 놓고 썩은 굴비 대가리 하나 올려두고, 불모의 암수가 

황혼의 사랑을 나누니 당신은 어엿한 바깥 양반, 나는 안주인, 

고목에 꽃이 필 리도, 피울 필요도 없으니 천국이 따로 없네요.


사랑하는 자기야, 우리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아니 무디고 

시큼한 마지막 키스의 추억이나 만들까요? 운명의 지침 앞에서 

뒷걸음칠 것도 없이 구부정한 허리를 흔들흔들, 다리를 절름절름, 

콧구멍을 벌렁벌렁 도둑고양이 생선 시체 더듬듯 무덤이나 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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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용처





히말라야에 갔어

카트만두를 거쳤지

암염을 캤어, 소금을 만들었지

하얀 모노리스에 팍팍 뿌렸더니

쓰레기 청소하기 힘드네, 설날인데. 


히말라야 소금 맛을 보았지 

짠 맛은 있어도 분홍이야

쓴 맛은 전혀 없어요

요리에 쓰기 아깝군요, 이런 고급 소금. 


프랑스에 다녀왔어, 조문하러

118세 수녀님이 가셨거든 

하느님 왜 절 잊으셨나요, 하고 

기도하시던 분인데 드디어 소원 성취. 


그러니까 상문살을 쫓아주세요. 

내 몸도, 아이 몸도, 옷장도, 냉장고도

소금을 뿌려요, 팍팍,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뿌리니 염전이 따로 없네. 

 

귀신도, 액운도 소독되는 거 맞죠?

설마, 이러다가 절여지는 걸까요?

젓갈처럼, 배추처럼, 급기야 적장의

모가지처럼? 그대 이름은 NaCl, 

염화나트륨, 참 용하기 그지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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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하지 않아서 






오늘

빗물이 눈물로 바뀐다. 

얼떨결에 길을 잘못 들었던 봄은 자취를 감추고 다시

엄혹한 겨울이 온다, 제대로. 무섭다. 

저 찰나의 온기는 기적의 오류였던가.


11시 반 <나눔국수>는 

포스기 옆에 플라스틱 손잡이 잔을

올려두고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세상에서 제일 달고 맛있는 커피는

홀짝홀짝 마시는 스타카토 믹스 커피.

모락모락 커피 향과 종이컵의 조화. 


나는 방광 가득 오줌을 고아 둔 채, 

창자 가득 찌꺼기를 괄약근으로 틀어 막은 채 

귀갓길에 오른다. 알다시피, 무섭다.

똥오줌의 역사는 우리의 존엄과 품격을 떨어뜨린다. 

모름지기 성장이란 똥오줌 참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라지. 


과연,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왜.

당해야지 끝나는 건가, 이 복수는. 


기어코 묵직한 진눈깨비가 나를 후려치고 

내 앞으로 걸어가는 작달막한 여자는 뉘신지,  

등은 큼직한 가방, 한 손은 우산, 한 손은 스마트폰, 

뚜벅뚜벅, 칸트의 산책을 실현한다. 

방광과 창자를 비워낸 듯한 무심한 직립 보행 부러워라, 아뿔싸!

가방 속에는 든 것은 내가 먹을 짬뽕과 탕수육이었구나.

그 철학적 산책은 그렇다면 삶의 심부름이었나. 


오늘

삶이 맛있지 않다면 그건 충분히 

절실하지 않아서 

(2023.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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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반전




지난 가을 

연회색 돌바닥 위에 톡 떨어져 있던 나방,  

잿빛 날개 사이로 보이는 빨강이 너무 예뻤다.

생명 활동의 끝은 응당 죽음,

성충이 되어 한껏 날다가 자연 멈춤, 아름다웠다.


올 겨울

중국산 꽃매미는 날기보다는  점프를 합니다. 

빨간색이 너무 징그럽죠? 요 녀석들은 발견 즉시

잡아 죽이세요, 밟아 죽이세요, 약을 뿌리세요. 

떼지어 수액을 빨아 먹는 놈들, 천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도 우리 뒷산 참나무는 무사하답니다,

바퀴와 사슴벌레가 많거든요.


그 꽃매미 개체는

12년 차 인간 개체에게 맞아 죽은 것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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