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담배

 

 

 

 

술과 담배는 불가분의 관계라지만

술은 마신 적이 없어요

맥주 소주 와인 아무 술도 마시지 않아요

막걸리라면 꼬마 시절 농부 아저씨들이

한 모금씩 적선해주셨네요

 

담배라면 평생 피워 왔어요

단, 이제는 잠잘 때만 피워요

담배는 피우는 것이지, 피는 것이 아니랍니다, 얘들아

그런데 담배를 열심히 피우면 꽃을 피울 수도 있겠더라고요

 

요즘 지구가 이상해서요

담배 피워 꽃이 피는 꿈, 너무 좋잖아요? 

모락모락 담배 연기꽃 향기롭게 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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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폿불 아래

 

 

 

구김 많은 흙빛 농부들

주름 많은 잿빛 위장에

들이붓는 영롱한 소주야, 넌 참,

이슬 같아 이제 우린 처음처럼

 

맥주 글라스에 소주 한 잔

막걸리 사발에 소주 한 잔

소주 가득 이야기 한 병

얼큰한 칼국수에 돼지머릿고기 

바삭바삭 야채전까지 

무서운 장대비에 대낮부터

 

아저씨들아, 할아버지들아

님들 배 속 부속은 안녕하신가

아비 생각에 내 속이 다 쓰리다

 

남폿불 아래

장대비 지나가고

어스름 내리다

 

 

 

2020. 8. 7.

 

 

*

 

 

지역마다 소주가 달랐다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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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書

 

 

 

 

그가 아랍에미리트로 떠난 날 

나는 어마어마한 성욕을 느꼈다

그곳이 두바이임을 안 날

성욕의 바람이 푹 빠졌다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사하라 사막으로 그를 보냈다  

무시무시한 성욕이 끓어오름을

맨홀 깊숙이 나는 느꼈다

 

가스가 새는 관을 갈아준 남자와

격한 정사에 돌입했다, 거실바닥에서

무지막지한 성욕이 치솟고

모래바람이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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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미노 수(스)조우오 타베타이> 일본 애니-션 좋아한다. 이제는 좋아한다는 말도 하기 머쓱할 정도로 거의 못 보고 있지만, 어제 힘들게(즉 쪼개서 ㅠㅠ) 다 보았다. 일본인들은, 참, 이런 걸 어찌 이리도 잘 만드는지. "이런 걸" 어떤 걸? 우선, 정치나 사회나 이데올로기가 하나도 없는(것 처럼 보이는) 미시사를 그려내는 솜씨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 사회에서 지진만큼 무섭다는 '묻지마 살인'에, 17세 (아마) 췌장암 환자의 삶과 죽음, 그리고, 일본 애니-션의 트레이드마크인 달착지근한 로맨스까지. 단, <췌장...>은 이른바 베드신이 뭐랄까,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으나, 너무 노골적으로, 이른바 야애니의 양화 버전처럼 보여, 그 부분이 조금 걸렸다. 아마 이 역시 여주가 이른바 시한부 인생이니까(요즘은 이런 표현 잘 안 쓰는 것 같다). 그녀의 다소 오바스러운, 격한 명랑함과 밝음, 까불까불함도 그런 맥락에서. 마지막, <어린 왕자> 재해석 부분도 너무 오글거리지만, 역시 만화인지라. 만화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아줌마, 가슴 설렌다. 도키도키시타?^^;

 

다들 아는 그런 영화지만, 나는 '적자 생존'에 대해 생각했다. 적는 자가 산다! 이순신은 <난중일기>를 썼지만, 원균을 아무것도 안 썼기 때문에, 우리는 원균이 뭔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알쓸신잡>) 원균 말도 들어보아야 하지만 당최 들을 수가 있어야지. 한데, <췌장>에서 사쿠라는 <공병문고>라는 제목의 일기, 유서를 남긴다. 여주가 죽은 다음에도 만화가 꽤 지속되는데, 그 내용은 모두 이 기록을 토대로 한다. 살아 남은 자(들)인 남주 하루키(이름!), 쿄쿄 등.  <어린 왕자>는 남주 여주 모두 읽지 않은 책. 남주가 여주 집에서 빌려온, 그러나 돌려주지 못한 책. 어떤 의미에서 <췌장>은 책 읽기와 책 쓰기에 대한 영화로도 볼 수 있겠다. 우리의 기억은 부실하니까, 우리의 존재는 언제든 사라지니까 아쉬운 ㅠㅠ 마음에 뭔가를 쓰는(그리는/ 만드는) 건지도. 그 역시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만드는'(작/쓰꾸루) 우리의 행위는 어쩌면 오로지, 이 시간을 존재하기 위한 한 방식인지도.

 

 

 

 

 

 

 

 

 

 

 

 

 

 

 

 

 

남주 하루키(봄+나무)는 책만 읽는데, 그가 쿄쿄한데 잔소리^^; 들을 때 읽고 있던, 그만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코코로, 다. 그 분위기에 아주 잘 맞는다. 작가 이름만으로도, 책 제목만으로도, 내용으로도. 언제 다시 읽을 기회가 있을지. 내가 맨처음 읽은 나쓰메 소세키 소설이기도 하다.

 

이제는 만화를, 만화영화를 얕잡아 보지는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 적어도, 일본의 경우 잘 만든 만화가 어지간한 소설, 영화보다 낫다. 이 애니-션도 실사 영화 버전이 있지만, 나는 그래도 이 2D애니-션이 좋다. 포근하고 투명하고 영롱한 수채화 느낌. 작화에 많은 한국인이 투입된다던데, 한 편의 애니-션을 보면 역시 문제는 단순히 손재주만이 아님을 절감한다. 일본식 탐미주의, 퇴폐주의에 대해(다른 더 좋은 개념어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내 췌장은 안녕하신지. 아프지 않을 때, 혹은 약발 잔존할 때 공부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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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야(2)

 

 

 

 

藥발이 떨어지자

너의 새 인생이 환영임을 알겠다

부서진 부리는 다시 돋지 않아

거룩한 자해, 굶어 죽거나 썩어 죽겠지

 

히말라야 산맥을 빙빙 돌며

솔개야

살점을 뜯어먹어라

내장을 파먹어라

 

비요비요 소리개 떴다

鳥葬을 끝내야지

비요비요 병아리 감춰라

鳥葬 속에 묻혀라 너도 

 

너의 맹장을 먹고 싶어

솔개야

맹장을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藥발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

우리 인간의 나약하고 악덕한 마음

솔개의 똥집이라도 먹고 싶은 마음

차라리 지푸라기가 낫겠다, 솔개야

 

 

 

 

*

 

... 나약하고 악덕하고...: 도스-키, <카라마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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