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3) - 가을비

 

 

 

 

 

 

찬비가 내린다

바람이 싸하다

 

풀꽃이 가녀린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灌木이 울부짖고 喬木이  포효하고 나도

사시나무 미루나무 떨듯 오돌오돌 떤다 

 

역시, 이건 '가을'이라 쓰고 '가을'이라 읽는다

 

소쩍새에 천둥에 무서리에 불면에

이제 곧 국화꽃이 피고야 말리라

 

 

 

*

 

 

서정주 <국화꽃 옆에서>. 역시 가을은 (꽃이라면!) 국화꽃(-과 코스모스)의 계절. 국화 하니 당장 떠오르는 시. 대국보다는 소국이 좋다. 왠지 더 쓸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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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2) - 사과의 맛

 

 

 

 

 

작고 동그랗고 빨갛다 

연노랑 속살을 베물자

아삭! 귓전이 울리고  

연노랑 즙에 혓바닥이 

촉촉 달콤하게 젖는다  

 

역시, 이건 '가을'이라 쓰고 '가을'이라 읽는다

 

이제 곧 저녁이 秋夕 들겠네

이제 곧 가을도 저물겠네

이제 내 가을도 初老 완연해지네

 

사과의 맛 선악의 맛

태초의 맛 낙원의 맛

맛있는 맛 알싸한 맛

 

 

 

*

윤병락, 작은 우주....

 

어제 먹은 사과가 너무 맛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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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의懷疑

 

 

 

 

1

 

곰탕, 꼬리곰탕이라고? 너무 무서워!

아이야, 곰탕은 소뼈와 고기를 푹 곤 탕이란다

그 착한 소를, 더 무서워!

 

 

2

 

곰탕 안에는 왜 곰이 없는가, 왜 뽀얀 국물뿐인가?

어린 나의 독한 懷疑에 주어진 답이란 

총총 썬 초록 대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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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1) - 아침바람 찬바람

 

 

 

 

 

 

창문을 열자마자 아침바람 찬바람이 엄습한다

열매 맺기는 글러터진, 토마토 줄기가 주눅든다

이건 '가을'이라 쓰고 '가을'이라 읽는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목구멍이 칼칼하고 아랫입술이 메말라 딱지가 된다

아른거리는 추일서정, 조만간 트렌치코트를 꺼내야겠다

역시, '가을'이라 쓰고 '가을'이라 읽을 수밖에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신석정. 문득 그리워지는 이름이! 아줌마, 가을 타는 중^^; 검색을 막 해봤으나 마땅한 시집이 없어(미래사 시인선이 언제 절판됐지, 흑ㅠ), 도서관 가야겠다. 명실상부한 개강입니다, 그만 놀고 정신 차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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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쓰는 봄의 기록

 

 

 

 

 

5월 5일 우리 동네 텃밭 

널따란 공구함 나무 상자 위, 고양이가 낮잠을 주무신다

새끼를 뱄는지 몸집은 한층 더 방만해 

검정 바탕에 얼룩덜룩 흰 무늬

눈썹에는 눈꼽까지 묻어 

참 더럽고 못 생긴 고양이다

 

이봐요, 고양이씨, 이 몸은 인간이거든요? 도망 안 쳐요?

어쭈, 야 이 괭이 놈아, 냉큼 안 일어나?

 

게슴츠레 눈이라도 떠주면 덜 뻘쭘할 텐데

웬걸, 인간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여전히 봄날의 낮잠 삼매경이시다

인간만 자존심 상하고 자존감 무너지지   

고양이는 행복해 햇살은 너무 따사로워  

 

그러게

상관 없는 거 아닌가?

 

 

*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도-키의 일종의 기행문인데 유럽(영국, 프랑스 - 2개국 순방?^^;) 문명 비판서라도 볼 수도 있겠다. 내가 어릴 때는^^; 정음사 판 큼직한 전집에 <하상동기>라는 한자 제목으로 들어가 있던 것. 무엇 때문인지 내 머릿속에는 제목을 아예 풀어 <겨울에 쓰는 여름 인상>으로 기억되어 있다. зимние заметки о летних впечатлениях.

 

 

 

 

 

 

 

 

 

 

 

 

 

 

장기하를 보면 이적이 항상 생각난다. 언젠가 한 영문과 선배가 말한대로, 우리는 예술가(이때는 소설가, 시인도 마찬가지)에게 모종의 spontaneity를 바라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이런 즉흥성, 자연스러움을 나는 '들림/홀림'으로 이해했다. 아무래도 이적보다는 장기하가 그런 것이 좀 부족해 보이고, '토이' 유희열 역시 그렇다. 더 옛날로 가면 (고 김광석 대비) 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한 김창기 역시. 이러나저러나

 

- 상관없는 거 아닌가?  

 

역시 제목이(얼굴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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