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쓰는 봄의 기록

 

 

 

 

 

5월 5일 우리 동네 텃밭 

널따란 공구함 나무 상자 위, 고양이가 낮잠을 주무신다

새끼를 뱄는지 몸집은 한층 더 방만해 

검정 바탕에 얼룩덜룩 흰 무늬

눈썹에는 눈꼽까지 묻어 

참 더럽고 못 생긴 고양이다

 

이봐요, 고양이씨, 이 몸은 인간이거든요? 도망 안 쳐요?

어쭈, 야 이 괭이 놈아, 냉큼 안 일어나?

 

게슴츠레 눈이라도 떠주면 덜 뻘쭘할 텐데

웬걸, 인간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여전히 봄날의 낮잠 삼매경이시다

인간만 자존심 상하고 자존감 무너지지   

고양이는 행복해 햇살은 너무 따사로워  

 

그러게

상관 없는 거 아닌가?

 

 

*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도-키의 일종의 기행문인데 유럽(영국, 프랑스 - 2개국 순방?^^;) 문명 비판서라도 볼 수도 있겠다. 내가 어릴 때는^^; 정음사 판 큼직한 전집에 <하상동기>라는 한자 제목으로 들어가 있던 것. 무엇 때문인지 내 머릿속에는 제목을 아예 풀어 <겨울에 쓰는 여름 인상>으로 기억되어 있다. зимние заметки о летних впечатлениях.

 

 

 

 

 

 

 

 

 

 

 

 

 

 

장기하를 보면 이적이 항상 생각난다. 언젠가 한 영문과 선배가 말한대로, 우리는 예술가(이때는 소설가, 시인도 마찬가지)에게 모종의 spontaneity를 바라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이런 즉흥성, 자연스러움을 나는 '들림/홀림'으로 이해했다. 아무래도 이적보다는 장기하가 그런 것이 좀 부족해 보이고, '토이' 유희열 역시 그렇다. 더 옛날로 가면 (고 김광석 대비) 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한 김창기 역시. 이러나저러나

 

- 상관없는 거 아닌가?  

 

역시 제목이(얼굴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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