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은 아이들 앞에 봉제 인형이 쏟아졌다. 하얗고 푹신푹신하고 커다랗고 둥근 얼굴에 털실을 만든 곱슬머리가 붙어 있는 것이 꼭 양배추 같았다. 어떤 인형은 머리카락에 리본을 달고 있고 어떤 인형은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모자를 쓴 녀석도 있고 빨간 머리도 있었다. 표정도 제각기 달랐다. 입 모양이 열십자로 꿰매져 시무룩해 보이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실이 반달처럼 박혀 활짝 웃는 녀석도 있었다. 동그란 구멍이 뚫린 녀석은 꼭 뭔가에 화들짝 놀란 것처럼 보였다. 코의 모양새도 조금씩 다 달랐다. 하지만 눈이 없다는 점에서는 전부 똑같았다. 양배추 인형에게 눈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아이들이 할 일이었다. 양배추 인형의 얼굴이 하나둘 완성되었을 때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떡붕어 아저씨는 따로 요를 깔았다. 소영이는 가람이의 손목을 자기 손목에 묶었다. 잠결에도 방 밖을 나가는 버릇이 있어서였다. 정은이는 소영이 옆에 꼭 붙어 누웠다. 그러곤 한 손을 소영이 배 위에 얹어 놓은 채 잠이 들었다. 간간히 정은이가 잠꼬대를 하며 웅얼거렸다.
“고슴도치가 곰을 만나 함께 밤하늘의 별을 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