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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는 앞발로 뼈다귀의 한쪽을 누르고 이빨로 뼈다귀 끝을 아작아작 씹었다. 앞으로 길게 튀어나온 입과 턱 안은 전부 날카로운 이빨로 덮여 있었다. 돌멩이보다 더 딱딱한 뼈다귀도 누리의 이빨에는 여지없이 부서졌다. 뼈다귀가 조금씩 줄어들 때마다 누리는 그 단면을 혓바닥으로 할짝할짝 핥았다. 단면은 울퉁불퉁한 초콜릿색이어서, 소영이 눈에는 꼭 초콜릿 바를 먹는 것처럼 보였다. 소영이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글라스 아줌마가 열무를 가득 껴안고 비닐하우스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맞은편, 낮은 담장 아래로 할머니 하나가 시커멓고 커다란 봉지를 들고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덩치가 유치원생만큼 작았지만 등은 참 꼿꼿했다. 머리카락도 거의 새지 않고 풍성했다. 이목구비도, 표정도 또렷했다. 그 뒤를 따라 족발 집 아줌마가 달려오며 소리를 질러댔다.

할머니, 할머니! 또 어딜 가시는 거예요?”

할머니는 귀를 먹었는지 묵묵부답, 계속 제 갈 길을 갔다. 족발 집 아줌마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

아니, 또 남의 집 대문 앞에 갖다 놓으려고 그러죠? 세상에, 무슨 저런 염치가 다 있어!”

선글라스 아줌마가 그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래요?”

, 글쎄, 자기 집 쓰레기를 저렇게 남의 집에 떡하니 갖다놓는다니까요. 누구는 돈이 남아돌아서 쓰레기봉투를 따로 산대요? 우리 집 대문 옆에 두고 가려는 걸 딱 봤지 뭐예요.”

이 동네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요?”

소영이는 누리를 데리고 밑으로 내려와 있었다.

그러니까 더 화나죠! 저어기 구청 근처에 재활원 있죠? 그 원장 어머니예요.”

우아, 할머니, 정말 작은데 참 잘 걷는다! 짐도 무거운데 참 잘 걷는다!”

소영이가 감탄하며 말했다. 족발 아줌마는 소영이 얼굴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1시간은 족히 되는 길인데 쓰레기를 버리려고 여기까지 올라오는 거예요. 어휴, 저 봐, 이번에는 정말 혼쭐을 내줘야지.”

할머니는 저 멀리 전봇대 옆에 쓰레기 봉지를 얌전히 내려놓는 중이었다. 족발 아줌마는 비탈길을 거의 뛰다시피 걸어 내려갔다. 둘이 실랑이 하는 장면이 보였다. 할머니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족발 아줌마는 할머니의 어깨를 툭 쳤다. 그래도 할머니는 꿋꿋했다. 족발 아줌마는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이만하면 충분히 꾸중을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유유히 걸음을 떼 놓았다. 족발 아줌마도 제 풀에 지쳐 씩씩대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 옆으로 등이 굽은 할아버지가 폐지가 담긴 짐수레를 힘겹게 끌며 지나갔다.

 

아줌마, 재활원이 뭐야?”

이모라고 부르라니까.”

에이, 알았어. 이모, 재활원이 뭐야?”

괴물들이 사는 데야.”

? 세상에 괴물이 어디 있어? , 선글라스 아저씨다!”

정말로 선글라스 아저씨가 오르막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떡붕어 아저씨도 함께였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조수 겸 견습생으로 선글라스 아저씨를 따라 다녔다. 선글라스 아줌마는 저녁상을 차렸다. 밥상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소주가 올라왔다. 떡붕어 아저씨와 소영이도 그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사 후, 선글라스 내외는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하지만 2층으로 올라온 소영이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느덧 코를 고는 떡붕어 아저씨 옆에서 소영이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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