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집은 떡붕어 아저씨의 집의 바로 아래층, 같은 호수였다. 마녀의 집 앞에는 그녀가 출퇴근용으로 썼던, 고양이 얼굴을 한 큰 개가 웅크리고 있었다. 집안은 진짜 고양이로 들끓었다. 어느 방에는 아직 눈도 뜨지 못하는 새끼고양이들이, 또 다른 방에는 막 자라나는 아이 고양이들이, 또 다른 방에는 자랄 만큼 자란 어른 고양이들이, 또 다른 방에는 살 만큼 살아 걸음도 떼지 못하는 늙은 고양이들이 살았다. 마지막 방에는 죽은 고양이들이 미라의 모습으로 종류별로 다양하게 살아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전부 몸통은 새카만데 얼굴을 하얗다는 것이었다.

 

우와, 고양이 천국이다! 얘들은 다 뭐야?”

내 자식들이지.”

마녀는 간특하고도 능글맞게 웃었다.

우와, 그럼 다 아줌마가 낳은 거야? , 정말 마녀다! 어떻게 하면 고양이를 낳을 수 있어?”

 

마녀는 얘기는 이랬다. 마녀가 앳된 처녀였던 어느 날, 멧돼지 얼굴에 얇고 가는 꼬리가 달린 바싹 여윈 악귀 한 마리가 성령처럼 임하였다. 악귀는 마녀에게 조만간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녀는 설마?”라며 악귀를 비웃었다. 하지만 정말로 이슬이 멎었다. 아홉 달 뒤 마녀는 뱃속에 든 생명을 몸 밖으로 꺼냈다. 그들, 아니 그것은 머리통만 새하얗고 몸통은 새까만 털로 뒤덮인 고양이였다. 그 다음에는 그 고양이들이 서로 짝짓기를 하여 또 고양이를 낳았다. 마녀의 집은 졸지에 고양이들이 뛰노는 노르웨이 숲이 됐다.

 

마녀 집에는 다른 생명체들도 많았다. 어느 방에는 햄스터, 모르모트, 이구아나, 거북이가 각기 자신의 우리에서 살고 있었다. 뱀도 있었다. 뱀은 피부가 워낙에 민감하고 약했기 때문에 먼지 하나 없는 매끈매끈한 바닥에서 왕처럼 살았다. 그 옆방에는 토끼들이 살았다. 이들 중 일부는 뱀의 먹이가 됐다. 또 다른 방에는 식물들이 살았다. 이들은 다 흙이 아니라 물을 먹고 자랐다. 감자와 고구마의 짙은 색 뿌리에선 새끼 감자, 새끼 고구마가 맺히기 시작했다. 생강은 목이 긴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하얀 뿌리가 아래로 뻗을수록 위쪽의 푸른 잎이 더 무성해졌다. 양파도 투명한 유리병 속의 물을 머금어, 하늘을 향해 초록색 줄기를 뻗어냈다. 미나리와 콩나물도 보였다.

 

이 실내 농장의 가장 으슥한 곳에 자잘하고 흉측한 벌레들이 살았다. 다른 방들과 달리, 그곳은 일 년 열두 달, 24시간이 밤이었다. 그들은 톱밥 속에서 양식되는 것이 아니라, 축축한 흙의 양분을 먹으며 자랐다. 그들의 은신처 위에서 장작불이 피어올라 시커멓고 육중한 가마솥을 달구었다. 마녀 아줌마는 손에 두툼한 장갑을 끼고서 가마솥 뚜껑을 열었다. 시커먼 김이 솟구쳐 올라 높은 천정을 뚫고 밖으로 나갔다.

 

우아, 거울 속에 있던 가마솥이다! 아줌마, 저기다가 나 집어넣을 거야?”

? 어린아이는 키워야지, 잡아먹으면 안 돼.”

마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키웠다가 잡아먹는다는 소리야?”

이런! 키워놓으면 제가 알아서 늙어죽는 거야.”

에이, 거짓말! 늙어죽는 건 할머니들이야.”

아니, 할머니들은 원래부터 늙은 채로 태어난 줄 아니?”

당연하지! 내가 태어났을 때도 우리 할머니는 할머니였는걸.”

 

마녀는 가마솥 안에 갖은 푸성귀와 갖은 가루들을 뿌렸다.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시커멓고 걸쭉한 수면 위로 고양이털, 쥐며느리의 등, 바퀴벌레의 광택, 이구아나의 비늘 등이 둥둥 떠다녔다. 과자로 만든 집에서 거울을 통해 본 가마솥처럼 기포도 느릿느릿 부글거렸다. 오랫동안 끓인 약물을 식혀 마녀는 병에다 옮겨 담았다.

 

아줌마, 이거 무슨 맛이야?”

먹어볼래?”

 

소영이는 금방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호기심에 못 이겨 손가락을 약물에 살짝 담갔다가 뺀 뒤 혀끝에 댔다. 순간 혀끝뿐만 아니라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은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소영이는 퉤퉤 침을 뱉고 헛구역질까지 해댔다.

 

으악, 아줌마, 이거 독약 아니야?”

설마! , 소영이는 이제 그만 집에 가야지.”

아줌마는?”

아줌마는 가 볼 데가 있어.”

어디 가는데?”

비밀, 비밀이야.”

어라, 문지기 아저씨랑 똑같네.”

문지기를 봤구나? 그럼 성탑에도 가봤니?”

. 요새는 매일 가. 할머니 보러. 그 할머니 죽을 거야.”

?”

밥도 못 먹고 물도 못 마셔. 물을 뿌려도 힘이 없어. 죽을 거야. 이제 곧 말도 못할 거야.”

지금은 해? 무슨 말을 하던?”

알아들을 수 없어. 다슬기 할매하고는 틀려.”

다슬기 할매가 누구야?”

에이, 마녀가 그런 것도 몰라? 다슬기 할매는 말이지, 다슬기를 잡아서 다슬기 해장국을 끓이는데, 지렁이도 잡고, 굿도 해주고, 돼지 머리 좋아하고, 그러니까 다슬기 할매는. 그냥 다슬기 할매야.”

그러고서 소영이는 마녀의 방을 나왔다.

 

*

 

소영이가 꽃밭과 성탑을 오가는 동안 떡붕어 아저씨는 거대한 수족관에서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매일 한 마리씩이었다. 하지만 성 안의 시간은 그 나름의 흐름을 탔기 때문에 물고기의 수는 줄지 않았다. 물고기들은 몇 번의 산란기를 맞았고 그때마다 많은 치어들이 생겨났다. 산란기는 금어기이기도 했다. 그 직전에 쏘가리를 잡는 것이 떡붕어 아저씨의 꿈이었다. 그는 비가 와주었으면 했다. 그 틈에 방심한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빛과 열을 아무리 조절해도 없는 비를 내리게 할 순 없었다. 그 때문에 쏘가리도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잡히는 건 여기서도 피라미, 고작해야 붕어뿐이었다. 그것은 죄다 다시 수족관 속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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