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로 만든 집은 내부도 전부 과자와 빵과 아이스크림으로 되어 있었다. 거실 바닥에는 벼이삭으로 만들어진 양탄자가 깔려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천천히, 하지만 끊임없이 양탄자의 털 사이로 까칠까칠한 혓바닥을 놀려댔다. 거기에는 손톱보다 더 작은 새끼 쥐들이 바글거리고 있다. 고양이의 몸뚱어리는 먹음직스러운 떡 덩어리였다. 온 몸을 뒤덮은 오색찬란한 털은 팥고물, 노란 콩고물, 흰 콩고물, 계피가루, 깻가루로 되어 있었다. 쫑긋 솟은 귀는 얇게 빚은 인절미를 빠닥빠닥하게 말려놓은 것 같았다. 검은 눈동자가 박힌 푸른 두 눈은 아무래도 푸딩이었다. 둥글게 만 꼬리도 젤리가 틀림없었다. 은학이는 군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아무리 떡이라도 움직이는 이상, 고양이 모양을 한 떡이 아니라 떡 모양을 한 고양이였다. 그러니까 더 이상 음식이 아니었다. 고양이 모양의 떡은 먹고 싶지만 떡 모양의 고양이는 왠지 먹기 싫었다. 먹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이 집의 내부는 영 수수께끼였다. 얼음으로 된 벽 한가운데에 벽난로가 커다랗게 붙어, 아니 뚫려 있었다. 그 안에선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하드아이스크림을 박아 만든 벽이 어떻게 저 불길에 녹아내리지 않을 수 있는 걸까. 그 옆에 붙박여 있는 오븐은 은학이의 공포를 자극했다. 태형이 역시도 첫눈에 그것을 알아보곤 온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오븐 옆에 걸린 커다란 거울 속에 무시무시한 상이 어리었다. 튼튼한 삼발이 사이로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그 위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얹혀 있었다. 뚜껑도 없어서, 뭔가 걸쭉하고 칙칙한 색깔의 액체가 그대로 보였다. 그 속에 정확히 무엇이 담겨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느릿느릿하게 기포가 올라왔다. 태형이와 은학이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거울 속의 상도 무서웠지만 진짜 가마솥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두 사내아이들과는 달리 소영이는 신이 나서 날뛰었다.
“나 이거 다 먹어도 돼?”
젊고 예쁜 여자가 미소를 보내자, 소영이는 안락의자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것은 몰랑몰랑한 카스텔라였다. 그 앞에는 목조 책상이 놓여 있었는데, 그 다리가 전부 닭다리였다. 과자로 만든 집에 고기까지 있다니! 소영이는 책상다리를, 아니 닭다리를 뜯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오랜만에 맛보는 고기에 소영이는 홀딱 반해버렸다. 또 다른 책상 다리도 소영이 입으로 들어갔다. 다리가 뜯긴 자리에는 곧 새 다리가 돋았다. 한데 이상한 일이었다. 이쯤 먹었으면 허기가 조금은 가셔야 되고 그러면 할머니 먹을 걸 챙겨야 되는데, 아무리 먹어도 배는 전혀 차질 않았다.
“오빠는 왜 안 먹어? 태형이 너는 또 뭐야? 누나라며? 근데 왜 안 먹어?”
소영이는 책상 다리 두 개를 양손으로 힘껏 뜯어내어, 둘에게 건네주었다. 은학이와 태형이는 엉겁결에 뜯겨진 자리에 살점이 너덜거리는 닭다리를 손에 든 채 눈알만 굴렸다. 급기야 태형이가 벽 거울을 가리키며 울음을 터뜨렸다. 거울 속의 장작불이 더욱더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거울이 제가 알아서 가마솥 안을 확대해주었다. 걸쭉하고 칙칙한 물속에서 몇 명의 아이들이 허우적대고 있었다. 한 아이는 얼굴을 동동 띄운 채 팔을 휘젓고 있었고, 또 다른 아이는 거꾸로 처박힌 채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또 어떤 아이는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만 물 위로 내놓고 있었다. 공포와 고통에 전 표정이 아니라면 그냥 물놀이를 하는 것쯤으로 보였을 거다. 수면 위로 기분 나쁜 기포가 꿈틀대면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거울 너머 어디선가에 시작된 열과 김 때문에 거울 표면이 희뿌예졌다.
“우아, 선생님, 저건 뭐야?”
소영이가 이렇게 물었지만, 아가씨는 태형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어?”
태형이는 사색이 되어 은학이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은학이는 태형이를 달래며 말했다.
“걱정 마, 사람이 어떻게 거울 속으로 들어가겠어?”
“글쎄, 한 번 보여줄까?”
예쁜 아가씨는 해맑게 깔깔대며 거울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러자 손이 우그러지듯 거울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뜨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예쁜 아가씨의 몸 자체가 거실로부터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눈을 깜박 감았다 다시 떠 보니, 예쁜 아가씨는 어느새 어린아이처럼 작아져 가마솥에 풍덩 빠져버렸다. 가마솥이 장작불과 뒤섞이며 녹아내렸다. 불길이 더 붉게, 더 거세게 타올랐다. 아이들은 너무 놀라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거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얇은 티셔츠 한 장만을 걸친 아이들의 팔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그제야 아이들은 과자로 만든 집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알아챘다.
“야~옹, 야~옹!”
“우아, 고양이만 살았다!”
소영이는 냉큼 고양이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보다 더 빨리, 더 날쌔게 달아나버렸다.
“어라, 떡이 아니네.”
은학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무래도 저건 동네에서,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정색과 노란색이 무질서하게 얼룩덜룩 뒤섞인 도둑고양이에 지나지 않았다. 태형이는 아직도 눈물을 훔치며 훌쩍대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아이들은 자기들이 울창한 숲 한가운데 공터에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 신기하게도, 과자로 만든 집에 처음 들어갈 때처럼 별로 어둡지 않았다. 아이들은 왔던 길을 되짚어가며 타박타박 걷기 시작했다.
*
다음 주 월요일, 소영이는 학교에 가자마자 자기 반 아이들에게 마녀와 과자로 만든 집 얘기를 늘어놓았다. 아이들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더 놀라운 건 뭔지 알아? 우리 선생님 마녀다!”
하지만 이 어마어마한 폭로에 아이들은 아유를 퍼부었다.
“에잇, 난 또 뭐라고. 바보랑 상대하지 마.”
바보라는 말에 소영이는 금방 발끈했다. 저도 모르게 뽀얗고 커다란 앞니가 드러났다.
“어, 저 바보 또 이빨 세운다.”
아이들은 실실대며 놀려댔지만, 은학이의 그림자가 상기되어 이내 수그러들었다.
1교시를 마치자마자 소영이는 특수반 교실로 뛰어갔다. 은학이를 보자마자 아까 있었던 일을 늘어놓았다.
“오빠, 왜 애들이 아무도 재미있어 하지 않아?”
“그야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니까.”
“정말?”
“응, 우리 선생님은 원래 마녀야. 싸리 빗자루 대신 고양이 얼굴을 한 개를 타고 다닌다는 게 좀 특이하지.”
“그럼 어떤 마법을 부릴 줄 알아? 나는 아직도 한 번도 못 봤는데.”
“아무도 못 봤어. 선생님은 마법을 절대 쓰지 않아. 그래서 애들도 심드렁해진 거야.”
소영이는 잠깐 말이 없다가 또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과자로 만든 집은 아무도 모르는 얘기잖아.”
“그럼 그냥 우리끼리만 알면 되는 거야. 너, 또 애들이랑 싸웠니?”
소영이는 말없이 고개만 내저었다.
“그럼, 그래야지. 폭력은 아주 나쁜 거야.”
은학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