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응보를 이해하는 한 방식  

 

 

 

 

 

1.

 

지랄 같이 추운 날, 마수걸이도 제대로 못했는데 웬 할망구가 납시었다. 사과 한 개, 배 한 개, 귤도 한 개. 한 개씩만 사는 주제에 세상 불만은 모조리 쏟아부겠다는 듯 욕 잔치다.

"보소, 사과가 와 이리 시들었어? 배는 여기 멍들었네, 귤껍질은 무신 돌덩이가."  

평소 같으면 유들유들 했을 유숙이도 참다 못해  성질을 버럭낸다. 

"할머니, 그냥 가세요. 당신 같은 사람한테는 안 팔아요!"

 

 

 

2.

 

그날 오후 유숙이는 노점이나 다름없는 상점 안에 마련해놓은 골방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짧은 휴식 뒤 땅바닥으로 내려서던 참에 잠이 덜 깼는지 피가 덜 돌았는지 그만 비틀하며 자빠졌다. 팔다리가 접질렸고 얼굴 한 쪽이 싹 갈렸다. 

"아이고, 사람이 복을 짓고 살아야 하는데, 제 손으로, 제 입으로 복을 쫓았다가 오지게 벌 받았네."

이후 유숙이는 사나흘을 앓아누웠다. 지난 11월 6일의 일이다.

 

 

 

3.

 

정말이지 톨스토이 민화처럼 신이 그 비루하고 성마른 할망구의 모습으로 부전시장 바닥에 왕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신의 멱살을 붙들고 따져 묻고 싶다. 

"여보세요, 하필 왜, 그 못지 않게 비루한 칠순 할망구 앞에 나타나셨어요? 이 양반 참, 신이라는 주제에, 당최 염치라는 게 있으신지?"

 

 

 

*

 

요즘 걸핏하면 낮잠을 자는 엄마. 겁이 더럭 나서 한 소리 했더니 엄마의 답. "아이구, 늙어서 잠도 잘 안 오면 우울증 걸려 죽는다." 일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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