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야(1)

 

 

 

藥발이 돌면 

솔개야

헌 부리를 찧어라

히말라야 산맥 높은 바위에

헌 부리 부서지고 살점이 뭉개지도록

핏물 속에서 새 부리가 돋도록

 

藥발이 남은 동안

새 부리로 헌 발톱을 뽑아라

하나둘셋, 또 다시 하나둘셋

헌 깃털을 물어 뜯어라

솔개야

핏물 속에서 새 깃털이 돋도록

 

새 인생 헌 인생 될 때까지

솔개야 

藥발 떨어지기 전까지 

마음껏 날려라, 그 깃털을 

마음껏 모아라, 그 발톱을

마음껏 놀려라, 그 부리를  

 

 

 

*

 

그저께 밤에 남편이 <솔개의 눈물(선택)> 얘기를 해주었다. 두 번을 산다는 거다, 간단히. 그렇게 해서 한 70년.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지만 너무 재미있어 계속 생각하다가, 헉, 역시나 말이 안 된다는 증거를(?) 찾았다. 나의 남편이 멍청한 사람 아닌데^^; 무엇보다도 어마어마한 현실주의자에 낚시 좋아하고 동물 생태에는 꽤 지식이 있는데, 하, 너도 늙었구나. 사람이 마흔이 넘고 자신도, 아이도, 또 부모도 아프고 (혹은 예비적으로!) 아플 것이니 약해지는 모양이다.

 

낡고 썩고 문드러진 우리의 신체 기관들, 장기들을 저렇게 다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6개월 고생하고 30년쯤 더 살 수 있다면. 지금 힘든 수술과 독한 치료를 견디는 분들의 마음이 다 그러리라. 당장 이 고통을 없앨 수 있다면, 더하여, 이 고통 감내하고 6개월, 1년이라도 더 살 수 있다면. 목숨이란 과연 이토록 모진 것인지.  

 

엄하게, 맥락없이 찾아본 사육신. 오래 전 성삼문, 박팽년을 시조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들은 거열형을 당했고(흑ㅠㅠ) 그 부인과 딸들은 한명회, 신숙주 등(맞나?)의 집에 노비로 준 모양이다. 거룩한 명분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감수한 그들이야 그렇다 쳐도(나이가 생각보다 젊었다 ㅠㅠ) 그 처자들은 무엇이냐. 그들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더 이상의 기록은 없나? 그런 상황에서도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 걸 보면(오래 전 정신대-위안부 보면서도 생각했지만), 참 목숨이란, 과연 이토록 모진 것인지. 마찬가지로, 단종의 부인. 정순 왕후라고 해서 얼핏 영조 부인을 떠올렸는데, 단종의 비 역시 이런 이름. 그녀는 그 수모 속에서도 자신의 기대 수명을 다 살다간 모양이다. 결국, 살아 남는 것이 이기는 것, 이던가.

 

 

 

 

 

 

 

 

 

 

 

 

 

 

 

- 놀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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