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무신

 

 

 

 

1.

 

아이의 비명을 듣고 잠에서 깼다.

 

고요한 어둠을 덮은 채 

아이는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한 땀, 두 땀, 세 땀 무한대로 솟는 땀에

아이의 정수리가 흠뻑 젖었다  

 

그 옆에서 아내가 이를 악문 채, 눈을 질끈 감은 채,

아니, 눈을 부릅 뜬 채, 주먹을 불끈 쥔 채 

경련과 발작 중이었다. 아내의 몸은 불타고 있었다, 

산불 맞은 늦가을 낙엽처럼.

 

 

 

2.

 

남편의 꿈이 복기되는 동안

방울 토마토를 심어놓은 텃밭에다

버려진 고구마가 터전을 마련했다. 

너를 키워야 하나 뽑아야 하나

 

오덕아, 원기소 먹자!

땡구야, 카스테라 왔다!  

기영아, 만두 찐빵 먹을래?

 

 

*

 

 

 

 

고구마는 그냥 여기저기 던져놓은 것인데 너무 무성해져서 가위로 순을, 가지를 잘라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다. 전지. 한편, 저놈의 씨몽키는 진짜 엽기. 무슨 가루(?)인가를 뿌렸는데 저렇게 '부화'되어 '살고' 있다. 하. 저것도 생명!!! 마트에서 온 생명이다. 저 비좁은 수조 안에서도 세상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동물과 식물의 한 살이. 태어나서 자라고 자손을(!) 낳기 까지의 과정. 자손 안 낳으면 '한살이'를 제대로 못한 것이다. 흑, 이번 생은 여기까지! 하고 죽은 애벌레도 있고 번데기가 되었다가 나비가 되는 배추흰나비도 있다. 다 큰 애벌레는 최대 30mm. 1학기, 즉 상반기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는 판에 아이는 2학기 교과서를 들고 온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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