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역자에 내 이름을 달고 있던 <악령>이 새롭게 나왔다. 표지를 바꾸지 않아 빨리 알아채지 못했지만 편집자와 통화도 하고 새 판본도 도착했다. <악령>은 내가 석사논문 쓴(통과된) 직후 번역하기 시작하여 박사과정 중에 출간한, 나의 번역 데뷔작이다. 나름 한시절의 종결^^;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세를 몰아, <악령> 개역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부디!) 일주일 정도만 더 주어지면 깔끔한 새 원고를 만들 수 있겠다. 이쪽 출판사도 일정이 있어 연내 출간은 힘들겠지만, 얼른 보내야 다음 일을 도모할 수 있겠다.

 

다음 일이란...

 

첫 정, 무섭다. <악령>은 여러 방식으로 읽혀왔지만, 맨 처음에는 그냥 도스-키의 소설이었고 너무 어려웠다. 서울대 합격 확인한 그해(고등학교) 겨울 방학 때였다. 대학 온 다음 수업 들으면서 다시 읽었다. 키릴로프, 스타브로긴 같은 인물에 중점을 두었던 것 같다. 이후 다각도로 읽고 논문도 썼지만, 주로 형이상학적 측면에 치중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사실상 쭉 읽어보듯 마지막 손질을 하는 상황에서 제일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치소설로서의 <악령>이다. 원래 정치팜플렛으로 기획되었고, 작가가 제 입으로 '문학보다 정치(이데올로기)'를 부르짖었을 정도니까, 새로울 건 없는 얘기다. 그저 이 부분이 지금 내 눈에 들어온다는 것.

 

 

 

 

 

 

 

 

 

 

 

 

 

 

 

 

 

 

 

 

 

 

 

 

 

 

 

 

 

 

 

오래 전에 읽은 것들, 지금 읽는 것들, 앞으로 읽고 싶은 것들. 혁명(레닌/트로츠키/스탈린)에서 곧장 연결되는 것이 소비에트(스탈린)이다. 역시나 사서 읽은 것, 사놓고 안 읽은 것, 읽으려고 펼쳐 놓은 것 등등이다.

 

 

 

 

 

 

 

 

 

 

 

 

 

 

 

 

 

 

 

 

 

 

 

 

 

 

 

 

레닌은 항상 공산당모자(^^;) 쓴, 자전거 타는 작달막한 아저씨의 이미지였고, 스탈린은 루즈벨트, 처칠 등 점잖은 할아버지들과 함께 앉아 있는(아마 얄타 회담?) 무서운 인상의 할아버지 이미미지였다. 옛날 얘기다.^^;

 

다시 현재로 와서, <악령>에서 예언된 혁명은 기어코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 실상은 위의 책들에서 얘기되는 대로, 정말 종잡을 수 없다. '악령', 즉, 귀신에 들렸다고 해도 될 터. 내 머리가 딸리는 탓일 수도 있겠다. '인사'의 제곱제곱제곱~ 승이 정치일진대, '어머, 너였어? 니가 내정자(후계자)였어?!'라는 '깜놀' 반응에는 어쩌면 엄청난 운명 예정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너야 말로 '-깜'이었어! 레닌 이후 스탈린 집권 말이다. 어떻든 '제2의 표트르 대제'인 스탈린은 1953년 죽을 때까지 2-30년 동안 소련을 이끈다. 참 오래도 사셨다. 한데 이 세월이 긴가? 푸틴도 얼마 안 남지 않았나, 기록 깰까? 궁금하다. 이런 문제적(=히스테릭) 캐릭터에 끌리는 건 나의 개인적 취향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부분은 배경으로 두고 -

 

 

 

 

 

 

 

 

 

 

 

 

 

 

 

 

 

 

 

 

 

 

 

 

 

 

 

 

 

 

 

 

앞의 다섯 작품(작가)는 소위 '소련' 작가이고(고리키는 '러시아-소련'이라고 해야겠다), 마지막 나보코프는 아주 밖으로 나가서 영어로 썼으니까 '러시아 출신 미국 작가'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노문학자 입장에서는 '미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작가'이다. 아무래도 취향상, 보르헤스나 에코 같은 '지적인' 작가 계열, 메타 소설 계열인 나보코프를 좋아했다. 아주 오랜만에, 소련 작가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학과에서 강의를 많이, 또 잘 받을 때는 20세기 문학도 많이 읽었고 저런 작품들도 물론 빠지지 않았다. 한동안 뜸했는데, 그 사이에 번역도 엄청 많이 돼서 더 군침이 돈다. (한편으론, 예전에 많이 읽혔던 많은 작품들이 문학사에서 아주 죽어버렸다, 역사-문학사의 심판!) 읽지 않는 건 직무 유기. 요컨대, <악령> 이후이다. 이런 주제들.

 

- 혁명, 사회주의, 공산주의, 문학과 정치, 정치 혁명과 미학 혁명  

 

 

 

 

 

 

 

 

 

 

 

 

 

 

 

 

먼저 가고 있는 자들이 쓴 책, 번역한 책의 도움을 받아, 나도 내 나름의 지형도를 생각해본다. 20세기 문학 관련 논문을 서너 편 쯤 쓴 것 같은데, 그 후속 작업이기도 하다. 19세기 문학 연구서(교과서)가 편집 중이라는(정확히 담당자가 퇴사하여 편집 중단 중 -_-;;) 복음을 듣고서 생각한 것이기도 하다. 공부할 것, 정리할 것, 쓸 것이 많아 당장 끝날 리는 없고 (그 전에 도스-키 연구서를 정리, 편집해야 한다 - 어디서 내준담?-_-;) 한 10년 예정 작업으로 계획해본다. 10년? 길다고?  그 사이 '권태'(스타브로긴)를 비롯, 19세기 주제로 논문 몇 편 쓰고 번역 하고 소설 쓰고 애 키우고, 에휴, 시간만큼 매몰찬 놈이 없다. 그 사이 이변(!)이나 없어야 -

 

*

 

총체적인 불안과 우울의 분위기 속에서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아직도 열성 경련을 하는 아이를 둔 엄마이기에 더 막말삼아(-_-;) 말하자면, 이 정도면 거의 독감, 수족구, 장염 등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바이러스가 이토록 급속도로 전파된다는 것, 즉 전파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녀석의 힘이 그나마 약하다는 것이다. (반대도 가능하다, 독한 바이러스는 전염력은/이/ 약하다.) 아이를 돌봄에 보내도 되나마나 고민하다가 오늘도 보냈고, 다음 주가 여전히 걱정이다. '긴급돌봄'을 신청했지만, 굳이 보내야 하나, 도시락까지 싸야 하나 등. 사실 이건 내가 편하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이게 99프로?^^;) 사실상 현재 홈티 작업 치료 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의 '일상(사회성) 교육' 때문이기도 하다. 과연 이 시국에? 어떤 시국? 학교(유치원/얼집) 안 간다고 밖을 아주 안 나갈 것도 아니고 참 고민이다.

 

- "엄마, 오늘 **이 돌봄 왔어. 어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그런 거라서 학교 안 오고~"

- "뭐? 너 똑바로 얘기해야 해, 걔 진짜 코로나야?"

- "응, 독감은 아니고, 코로나인데, 오늘은 왔어, 다 나았대!"

 

-_-;;

 

일개 개인의 일, 집안의 일도 결정하기가 힘든데 국가의 일을 걱정하는 일(정치, 행정)은 참 힘들겠다. 그런데 그 바닥에 그토록 많은 사람과 돈이 들끓는다는 것, 참 놀라운 일이다. 종교 역시 마찬가지. '정치'라는 주제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20세기 러시아문학에는 필수 항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계속 만지작만지작, 결국 못 팔고(<아이히만>은 밑줄이 많아서 못 팔고), 심지어 조만간 읽을까 한다. <인간의 조건>은 팔기 신청했다, 흑. 아마 내일 가져가시겠지.

 

 

 

 

 

 

 

 

 

 

 

 

 

 

 

속된 얘기지만,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 하고 곱게 늙은 그녀, 너무 멋있다! ^^; 너무 젊었을(어렸을) 때보다 약간 관록이 쌓인 이 얼굴을 (아마 다들 비슷할듯) 더 좋아하는데, 그동안은 몰랐다, 저 사진의 끝에 담배가 있는 줄. 소위 꼬나문 사진도 이번에 발견. 담배 피우고 싶다, 헉. 아래 사진, 아렌트는 정녕 흡연자, 애연가가 맞다. 사실 담배 피우는 건 그렇게 멋있지 않아서, 실제로 꼬나물고 연기를 흡입하고 빨고 할 때는 저런 어리버리, 흐리멍덩, 띨빵, 엉성, 아무튼 그런 표정이 된다. 그게 또 담배의 맛. 아마 목의 주름 역시 담배가 기여한 바 클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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