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만한 사람은 다 알았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망할 것임을.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모심사장에서 만났던 한 국문자의 말대로, '**사는 회생이 불가능할 만큼...' 망가졌다.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출판사는 그나마 <이상문학상> 때문에 연명되고 있었다...라고 다들 생각할 것이다. '왕년에는'(! - 세상에 이보다 더 슬픈 말이!) 좋은 책들이 참 많았는데 이제는 쓸 만한 책이 거의 없고 심지어 이 상조차!

 

 

 

 

 

 

 

 

 

 

 

 

 

 

 

 

 

 

 

 

 

 

 

 

 

 

 

아주 오랫동안 이 상은 모든 작가의 로망, 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93년도 이상문학상 <얼음의 도가니>(최수철), 94년 <하나코는 없다>(최윤) 등 문학회 세미나 목록 1순위가 이 책이었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단편이 여기 실리는 것만으로도 감격했을 법하다. 젊은 독자들은 비단 수상작뿐만 아니라 여러 수록 작품을 읽으며 현대 소설의 흐름, 방향을 가늠해보고 자신의 나아갈(^^;;) 바를 그려보기도 했다.

 

 

 

 

 

 

 

 

 

 

 

 

 

 

 

대략 위에 가져온 이미지의 작품 정도는 나도 읽었다. 그다음에도 꾸준히 샀다. 수업에서 다루려고 비교적 열심히 읽었으나 도무지 작품이 안 되는 것이다ㅠㅠ 좋은 작품도 있으나 너무 재미가 없기 일쑤고, '잘' 썼다기 보다는 '애'쓴 작품이 많았다. 한 상이 이렇게 망하구나, 하는 슬픔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던 차, 다른 상들이 이 상의 자리를 가뿐히 대체한지 오래다. 단편의 경우, 권위로 치자면 이미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이 가져갔고, 소위 지형도를 읽기에는 오늘의작가상이 좋다.

 

<이상...> 수상작의 조건 중 하나가 작가의 작품집에 수상작의 제목을 쓰지 않는(못하는) 것, 이었던 것으로 안다. 상 받은 모든 작가들이 동의했다는 것인데, 이상의 얼굴 옆에 자신의 이름과 작품 제목이 붙는다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의 방증이기도 하겠다. 최수철의 <얼음의 도가니>는 <내 정신의 그믐>에 수록되었다. 3년씩 발표를(재수록) 못하게 한 줄은 이제야 알았는데(아니, 그 문구가 편집자의 실수로 들어갔다니!!! 이 변명이 더 슬프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말하나마나, 나도 등단했을 때 제일 받고 싶은 상이 <이상문학상>이었다.

결국 못 받았고 이제는 줘도 흥~이게 되어버렸다.

나의 단발머리도 윤기가 없고 그저 세지 않은 것, 빠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할 처지.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무엇이 문제인가.

시간은 흐르는데, 나이는 먹는데, 저 변함없는 도도함이 문제인 것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변함없음은 결국 퇴행/퇴보를 말한다.

 

'숭고미'가 '추'로 바뀌는 데 몇 년 안 걸렸다.

저러다가 이럴 줄 알았지.

 

*

 

차라리 아주 조현병이나 치매나 그 수준의 질환으로 넘어갔으면 모를까, 그 직전의 상태가 참 무서운 것 같다. 정상과 비정상의 애매한 경계 말이다. 특히, 중증(주로 정신) 질환에 인식 거부증까지(용어를 까먹음-_-;;) 들러붙으면 사태는 정말 심각해진다.

 

"**야, 너 그 약을 매일 매일 꼬박꼬박 먹어라. 그래야 앞으로 더 큰 실수를 막을 수 있다."

 

아버지의 유산-연금을 받기 위해 최근에 정신장애등급까지 받은 (왕년에는 정말 명민했던!) 한 사촌 오빠에게 큰엄마가 해준 충고였다. '완치'는, 물론, 없다!ㅠㅠ '그래야 병이 낫는다~' 이런 건 없다는 말이다. 백모의 충고는 '더 큰 실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미 진단되고 인지된, 그래서 열심히 치료-관리 중인 질환보다 더 무서운 것이, 강조하건대, '의증-경계' 단계의 질환이다. 본인이 '노망' 든 줄 모른 채 여전히 '왕년'을 외치며 기세등등 굴며 시대착오적인 말을 늘어놓는 (시/친정)아버지들의 망언을 다들 조금씩 경험하리라. 비슷한 짓을 중년의 나/우리는 또 청장년에게, 심지어 소아청소년(자식들)에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멋진 중년? 멋진 노년?

꿈도 야무져, 욕심도 많지.

민폐나 끼치지 말자.

출판사든, 문학상이든, 사람-개인이든

망하는 건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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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7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괭이 2020-01-07 14:53   좋아요 0 | URL
이어령 선생님 시절이야 정말 전성기였을 테고, 권영민 선생님 주간이실 때도 잡지 <문학사상> 월평란에만 언급되어도 감개무량, 감지덕지의 시절이 있었지요.

‘너무 고고해서‘ 망하기론 비단 <문학사상사>뿐만이 아닙니다. 시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창비>에 비하면 <문지>도 실은 많이 아쉽고요ㅠㅠ 우리 개개인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20-01-07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괭이 2020-01-07 14:54   좋아요 0 | URL
아, 그것이 사실 ‘저작권‘ 개념이 지금과는 달랐던 시절이라서요. 저도 97년 첫 소설집을 <문학과지성사>(당시로서는 상당히 좋은^^;)에서 냈는데, 계약서도 안 썼답니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첫 번역도, 역시 계약서 쓴 기억이 없어요 ㅎㅎ 저는 지금도 계약서 똑바로 안 읽는다고 남편한테 혼납니다 -_-;

문제는 세상에 달라지고 현재 삼사십대(혹은 더 젊은) 작가들의 세계관이 전혀 다른데, 그걸 출판사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