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본 <살인의 추억>의 원작이 연극 대본이었음은 이번에 알았다. 그런데 표현 매체가 달라지면 사실상 흔한 의미의 '베낌/표절'은 얼토당토 않고 소위 '개작' 역시 무의미해보인다. 요컨대 창작이다. 기록문학(다큐멘터리), 소설, 연극, 영화, 뮤지컬 등. 이런 문제를 창작의 관점에서(^^;) 고민해볼 수도 있겠다.

 

 

 

 

 

 

 

 

 

 

 

 

 

 

 

 

최종 텍스트, 이 경우 영화의 관점에서 보면 위의 텍스트들이 대본에 해당한다. 영화 대본, 즉 시나리오는 실제 촬영 과정에서 적잖은 변주를 거치며 영화로 완성되는 것으로 안다. 많은 애드립, 또 즉흥적인 소품들(심지어 벌레 한마리, 이런 것). 이런 것을, 이번 학기에는 희곡을 한 편 다루는 김에, 생각해보면 좋겠다. 덧붙여, 어느 장르든 시대 의식 없는 작품이 살아남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그만큼 작가는 명민해야, 예민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셰익스피어 시절은 물론 이후에도 소위 공연 대본이 이렇게 활자화된 책-고전으로 남으리라 누가 생각했을까. 혹은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그 심판을 거쳐 살아남는 텍스트는 극소수. 이건 사실 어느 분야나 똑같으니 하나마나한 얘기. 아무튼 서양은 극 장르의 역사가 길지만 우리는 참 일천하다. 지금 <희곡선1>의 두 작품 읽었다 -_-; (편집이 아주 잘 되어 있다! 편집한 양승국 교수도 한때 등단한 극작가(?)인 것으로 안다.) 암튼, 생각보다 수준이 높아서 놀랐는데, 시나리오-영화 역시 비슷한 속도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 크다.

 

 

 

 

 

 

 

 

 

 

 

 

 

 

 

 

*

 

소설을 비롯한 여러 책 텍스트와 달리 연극, 영화, 뮤지컬 등은 표현 수위가 정말로 중요한 문제일 법하다. 봉준호 감독 영화는 보통 '청불'(미불^^;)이 많은데, <살인의 추억>은 뜻밖에도(?!) 15세였다. 참 잘한, 좋은 일인 것 같다. 제목만으로도, 사건의 얼개만으로도 후덜덜. 그래도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하려면 표현 수위를 낮추는 것이 옳을 법하다. 그렇게 낮추었다고 해도 폭력 장면도 많고(실제 취조실의 폭행, 고문은 우리의 상상의 초월할 터) 아이의 가방에서 소지품 꺼내서 나열하는 장면은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무서웠다. 하지만 그 정도의 공포는 감당하라는 것이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구로사와 아키라를 좋아하여 오래 전 그의 영화를 거의 샅샅이 뒤져 보았다. 그 역시, 큰 줄거리와 주제를 드러내려고 하지, 잔혹한 장면에 변태적으로 집착하지 않는다.(여기도 일본 중세를 배경으로 나름 '강간의 왕국'이기도 하다.) 그런 과는 또 따로 있는 것 같다.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춘 공포영화, 스릴러는 그 나름으로 매니아 층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아무래도  보편성을 중시하는 예술가라면, 표현 수위 문제는 신중한 고려의 대상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