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 방학이라 좀 느긋하게 읽는 나폴레옹 평전에서 그의 사생활 부분.
"점심 식사는, 황제가 잊어버리거나 받아쓰는 작업으로 밀리지 않을 경우, 10시 정각에 했다. 아침 인견이 끝나면 다시 집무실로 돌아가 일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는 주로 작은 테이블에서 혼자했다. 궁정 사무장 한 사람만 참석하고 급사장 뒤낭이 서비스를 한다. 나폴레옹은 소스가 묻을까 걱정하는 일 없이 격식을 차리지 않고 빨리 먹는다. 그러다 보니 손으로 먹는 경우도 있다. 프로방스식 닭고기 요리를 좋아해서 마렝고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양고기구이나 갈비구이, 생선튀김, 이탈리아 파스타, 그리고 강낭콩이나 렌즈콩도 좋아했다. 빵에 대해서 말고는 음식에 대해 까다롭지 않았다. 여러 메뉴 가운데서 쉽게 골랐다. 반주로는 부르고뉴산 와인 샹베르탱에 물을 타서 마셨다. 나폴레옹은 식도락가도 아니고 고급 포도주 애호가도 아니었다. 식사는 에너지를 충원하기 위한 것일 뿐이고 15분이면 끝났다."(334-335)
정말 저렇게 살았을 법하다. 정녕 쌍놈(!)의 식사법. 머슴들이 저렇다, 후다닥 먹고 또 일하다고 잠깐 시간 나면 먹거나 눈 붙이고 또 후다닥 일하고. 보통 나폴레옹 하면 수면법이 유명한데 대략 하루 4시간 정도 자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중간중간 잠을 보충하는 식. 의도한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그의 신체적 흐름, 직업의 특수성(군인 - 때론 며칠씩 철야), 성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식의 수면에 저런 식사라면, 응당, 위장병이 없을 리 없다. 요즘처럼 위내시경 하면 만성위염, 뭐 이런 거 아닐까 싶다. 식사의 즐거움, 먹는 기쁨, 이런 것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저 부분을 읽으며 나의 식사법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고등학교부터 점심 도시락을 친구들과 함께 먹어본 적이 없다. 왕따? 절대 아니고, 오직 그 시간도 아까워서, 딱 저런 이유. 정녕 "쌍놈"의 자식답다. 지금은? 오히려 반대다. 최대한 하루 한 끼는 맛있게, 천천히 먹으려고 한다. 결과는? -_-; 지금도 못 참는 건 밥 늦게 먹는 사람과 식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 아이가 그렇다, 이런 식의 천벌.^^; 밥 먹는 속도만 놓고 보면 우리 아이야말로 제국의 황제 수준이다.
아무튼 이런 평전을 쓰려면 저자는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연구 대상을 사랑해야 한다. 그를 둘러싼 무수한 평가들을 섭렵하고 자신의 입장을 세우고 엄청난 서지, 정보를 정리 요약하고 등등. 한동안은 그놈하고 같이 사는 격. 스탈린, 히틀러가 나쁜 놈(!)인 줄 모르는 사람 어디 있나, 하지만 연구자이자 평전 작가는 그와는 다른 지점에 서서 보다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는 누구인가, 그의 탄생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 역사적인 원동력은 무엇인가 등등. 이 점에서 이 책을 꽤 쓸만하다. 한 권 더 주문했는데, 식탁에 얹힌 모습을 보고 남편의 한 소리. 심지어 한 손에 들어보기도 한다.
- "이건 뭐야, 도둑 들어 오면 쳐죽이려고 샀냐? 너는 들지도 못하겠다."
그러게 나도 저렇게 두꺼운 줄 알았으면 안 샀을 걸. ㅠ 그래도 어쩌냐, 샀으니 들춰봐야지. 다 본 다음에는 팔든지 버리든지, 처분해야 한다. 요즘은 책을 빨리 처분하려고 어떻게든 읽으려/만지려 한다. 무덤에는 돈도 못 들고 가는데 하물며 책이야 말해서 뭣하랴. 도서관이 제일 싫어하는 것도 기증도서란다 ㅠ.ㅠ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