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혜원세계문학 87
버지니아 울프 지음 / 혜원출판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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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감동으로 책을 사본 저로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난해한 의식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들었답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자기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아헤매던 올랜도가 어느날 문득 여성이 되고, 300년의 방황 끝에 마침내 '어머니'로서 완성되는 줄거리를 따라가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올랜도'야말로 진정한 여성주의 영화라고 다시 한번 감복했고, 한동안은 올랜도의 사운드트랙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답니다. 책도, 영화도, 사운드트랙도 모두모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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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제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23
강경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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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전 대학교에 합격하고 학생증(도서관 출입증)을 받던 날 난 참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 매년 100권씩 400권의 대출증을 쓰리라는 우스운 결심... 스스로에게 할당한 그 양을 채우기 위해 한국소설의 '가'란부터 뒤지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1학년 봄에 만난 작가가 '강경애'였다.

낯선 이름이 궁금하여 들춰본 약력은 그녀가 KAPF에서 활동한 몇 안되는 여성중 하나였으며, 해방 몇 년 전에 병사하였고, 그녀의 소설이 얼마전까지 금서였음을 말해주었다. 이 소설을 대출한 건 순전히 이 약력이 주는 호기심이었고, 그날밤 나는 잠을 설치고 말았다.

하이퍼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그 어떤 화가도 그녀의 묘사가 내 머리속에 떠올리는 생생한 영상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너무나 비참하고 비참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내는 일제 시대 최하층민의 생활을 어쩌면 그토록 구역질나게 그려내는지 나는 그녀의 문장 하나 하나가 떠올라 차마 저녁을 먹을 수도 없었고, 편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지금도 '인간문제'와 함께 수록되어 있는 단편 '지하촌'의 마지막 귀절이 메슥거리며 떠오른다.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사치스러운 현실에 갓난아기의 머리 부스럼을 고치려고 쥐가죽을 싸매어주었던 어머니는 며칠후 죽을 것처럼 울어대는 아기의 머리에서 쥐가죽을 벗겨내었다. '거기에는 구더기가 버글버글 피고름을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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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툰 2 - 지글보글 만화 육아일기
홍승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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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결혼을 앞둔 요즈음 이 생각 저 생각 별별 생각으로 심란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빔툰>1은 재미있게만 봤지만 <비빔툰>2를 보면서는 웃다가도 가슴이 싸아해지곤 했습니다. 나의 어머니도 그렇게 나를 가지고 낳고 키웠겠구나 싶어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더군요.

가장 기억남은 만화는 어머니를 '천사'로 보는 딸에게 좀 더 지나면 '하나님'으로 보일 거라는 장면이었습니다. 회사 선배님들은 결혼도 안한 노처녀가 이 만화의 진미를 반의 반이라도 알겠냐며 서로 빌리시겠다고 하십니다. 특히 얼마전 둘째를 보신 분은 매일 아침 한겨레를 보면서 동병상련의 2배의 기쁨과 2배의 위안을 받으신다고 하시더군요.

이제 제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이 책에 대해 지금보다 더 좋은 서평을 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도 한 마디만은 꼭 하렵니다. 저를 낳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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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천식의 원인은 '향기'다. 주로 꽃, 향수, 화장품 등이 숨쉬기의 적으로 분류되는데, 요새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향수를 뿌리는 사람이 워낙 많은지라 살기가 더욱 고단하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황사나 감기 후유증으로 꼭 천식이 따라다녀 이제는 지병처럼 여기고 산다.

이제 지인들이야 다 그러니 하고 지내지만, 처음 나의 발작을 겪는 이들에게 내 괴로움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여자들은 '꽃도, 화장품도, 향수도 선물 못 받는 불쌍한 여자'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그럴 때면 나도 웃으며, 신랑이 연애시절 장미꽃다발을 사들고 왔다가 있는대로 구박받은 얘기를 해주어 다른 세계에 사는 이의 엉뚱한 동정심에 호응해준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미친 듯이 기침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면 처신의 폭이 너무나 협소해서 곤란해져버린다. 에보할러를 쓰는 걸 동물원 원숭이인양 구경하는 맞은편 승객도 곤란하거니와, 무슨 전염병 환자라도 되는 듯 슬금슬금 건너편으로 피해버리는 사람도 종종 만나게된다.

그럴 때면 엉뚱한 바람을 가지게 되는데, '요람을 흔드는 손' 같은 스릴러 영화말고 천식환자가 평범한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속에 장기방영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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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나...천식 환자들에게 힘겨운 시간들이 자꾸만 다가오는데...
제가 근 일주일 간 독감을 앓아 기침이 끊이질 않고 나오다 보니, 감히 님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재작년보다 황사가 더 심할 것이라는 환경부의 예고에,
2월부터 황사바람이 불어오는 현실로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데...
기상청에서 최악의 황사는 그저 기우라는 공식 발표를 하자
더욱 무서워지고 말았다.
비록 내가 날씨방송을 하는 회사에 다닌다지만,
도무지 기상청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ㅠ.ㅠ

내가 언제부터 향 알러지가 심해졌는지,
어느새 기관지 천식으로 고착화되어버렸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어느새 천식은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것.
모든 병이 다 그렇겠지만, 아마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거다.
사방 1미터도 안되는 겹겹의 철제상자속에 갇혀
실처럼 가는 빨대만큼만 공기가 들어오는 그 느낌.
숨 막히는 고통에 그만 이성을 잃고 허겁지겁 빨대를 빠노라면
그마저 막히고 이대로 질식사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엄습한다.
그러나 유일한 생명의 동앗줄인양 에보할러에 매달려
'난 숨쉴 수 있어, 세상엔 산소가 있어'를 새기며 숨을 고르다보면
결국 세상의 공기 속에서 다시 호흡할 수 있게 된다.
좀 야릇한 비유이긴 한데 그때의 기쁨은
출소의 기분과도 비교할 수 없는 완벽한 자유와 해방감이다.
하지만 그 생명감의 만끽이 더할 수 없이 충만한 것이라 해도
마로는 평생 몰랐으면 좋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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