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천식의 원인은 '향기'다. 주로 꽃, 향수, 화장품 등이 숨쉬기의 적으로 분류되는데, 요새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향수를 뿌리는 사람이 워낙 많은지라 살기가 더욱 고단하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황사나 감기 후유증으로 꼭 천식이 따라다녀 이제는 지병처럼 여기고 산다.

이제 지인들이야 다 그러니 하고 지내지만, 처음 나의 발작을 겪는 이들에게 내 괴로움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여자들은 '꽃도, 화장품도, 향수도 선물 못 받는 불쌍한 여자'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그럴 때면 나도 웃으며, 신랑이 연애시절 장미꽃다발을 사들고 왔다가 있는대로 구박받은 얘기를 해주어 다른 세계에 사는 이의 엉뚱한 동정심에 호응해준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미친 듯이 기침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면 처신의 폭이 너무나 협소해서 곤란해져버린다. 에보할러를 쓰는 걸 동물원 원숭이인양 구경하는 맞은편 승객도 곤란하거니와, 무슨 전염병 환자라도 되는 듯 슬금슬금 건너편으로 피해버리는 사람도 종종 만나게된다.

그럴 때면 엉뚱한 바람을 가지게 되는데, '요람을 흔드는 손' 같은 스릴러 영화말고 천식환자가 평범한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속에 장기방영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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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나...천식 환자들에게 힘겨운 시간들이 자꾸만 다가오는데...
제가 근 일주일 간 독감을 앓아 기침이 끊이질 않고 나오다 보니, 감히 님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