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마로 어린이집이 방학이다. 나야 휴가중이고.
설령 그렇지 않다해도 주말이긴 하지만 옆지기가 외할머니 상으로 집을 비우고 있으니,
단둘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지고 볶는 시간이다.
그 결과 어제는 한 번, 오늘은 두 번, 딸아이를 울렸다.
어제는 오후에 마로가 백전백승하는 끝말잇기에 삼연패를 하고 4번째 끝말잇기를 하다가.
마로가 워낙 요상한 단어를 다 동원하니 끝말잇기를 한 번 시작하면 끝나는 데 족히 몇 십 분이 걸리고,
(라디오<나> - 오, 안녕하세요!<마로> 이런 식이니 끝나지도 않고 질 리도 없고. -.-;;)
2시간 여 입씨름 끝에 지쳐버려 요상 단어에 말 그대로 왈칵 '짜증'을 냈고,
마로가 우는 통에 또 끝말잇기 재개.
오늘은 오후에만 2번 울렸는데, 1번은 기탄 영어를 하다가.
잠깐 하고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지치지도 않고 계속 하자는 통에 또 짜증을 내버렸다.
"넌 아직 영어공부 이렇게 많이 안 해도 돼. 공부하지마!"
"그렇게 무섭게 얘기하지마" 흐느끼며 마로가 울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결국 책 1권 다 풀고.
2번째는 좀전에 저녁 먹이다가.
닭고기 안심스테이크를 했는데 먹어보지도 않고 싫댄다.
편식하는 버릇을 고치려고 "그럼 밥도 먹지마"라고 했다가 "안 먹겠다"고 대꾸하는 딸아이에게 화가 났고,
상을 치우려하자 '졸려서 못 먹겠다'며 칭얼대다 울음보.
이번엔 나 역시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하여 침묵작전으로 응수하다 마로의 항복을 받았는데,
정말 졸렸나 보다. 저녁상을 치우고 보니 그새 잠든 딸. 무지 미안해지는 나. ㅠ.ㅠ
어제, 오늘의 추이를 되짚어보니 마로가 딱히 잘못했다기 보다,
더위와 피곤으로 내 인내심이 뚝 끊어지는 순간의 짜증이 딸아이의 울음을 유발하고 있다.
음, 일단 반성.
하지만... 어제는 한 번, 오늘은 두 번, 이런 추세로 계속 나의 짜증이 늘어나면 어쩌지?
다음주 내내 어린이집 방학인데, 그 다음주는 바로 수술인데,
마로랑 충분히 놀아주지도 못 하고 싸우기만 할까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