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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의 역사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음, 김남섭 옮김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1986년작인 탑건이 우리나라에 개봉된 건 내가 중3때였다. 당시 군복무 중이던 큰오빠의 휴가 기간 동안 함께 심야영화로 봤는데, 나로선 전투기 날라다니는 장면이 한없이 지루하기만 하여 꾸벅 꾸벅 졸며 봤더랬다.
이제와 새삼 탑건을 다시 떠올리게 된 건 <십자군 이야기>와 <폭격의 역사> 때문. <십자군 이야기>를 읽은 뒤 나로선 한 번 읽고 지나친 책이 누군가에겐 너무나 무거운 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겉훓기식 독서편력에 일침을 맞았다 싶어, 다시 <폭격의 역사>를 읽기로 했다. 그 결과 새삼 '총력전'의 정의가 얼마나 무서운 음모였는지 알게 되었고, 국제법 상 '군사적 목표물'이라는 폭격의 범위가 얼마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것인지 몸서리치게 되었다.
그나마 난 조느라 탑건을 제대로 못 봤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탑건이 리비아에 대한 보복공습을 정당화하는 영화임을 아는지. 리비아 공중전의 주역인 F-14톰캣 전투기를 조종하는 톰 크루즈의 매력에 열광했던 당시의 관객은 카다피 하나를 제거하기 위해 트리폴리 전역을 공습한 사실을 알았을까? 그리고 탑건이야말로 걸프전과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의 예고편이었음을 난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아니, 이미 드레스덴의 '제5도살장'만, '게르니카'만 추모되었음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
22개의 출구를 만들어놓은 작가가 권유하는 독서법에 여전히 적응 못하는 나를 불쌍히 여겨 별 하나를 뺐지만, 이 책을 추천하는 나의 의지는 별 다섯이다.
<덧붙임>
갑작스런 전기공사로 한 번 날리고 다시 쓰는 리뷰.
훨씬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책임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