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작은오빠와 함께 어머니에게 다녀왔다.
당신 계신 공원은 봄꽃으로 아름다웠고,
어머니 발치에는 큰오빠가 심어놓은 삼색팬지까지 만발했다.
지난가을 걸어놓은 보라색 리스대신 샛노란 리스를 새로 다니 그야말로 봄 봄 봄.

어머니에게 당신 얼굴도 모를 새손주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장을 봤다.
마트 주변엔 정말 아름드리 목련이 많았다.
딸아이는 손을 모아쥐고 감탄한다. "와, 담담한 꽃이다."
화들짝 놀란 나.
담담한 꽃.
이렇게 목련에 어울리는 말이 있으려나, 이렇게 오늘에 어울리는 말이 있으려나.

어떻게 그런 말을 다 생각했냐며 딸아이에게 물었더니, 마로가 황당해 한다.
"엄마가 가르쳐 줬잖아?"
"내가?"
"지난번에 엄마가 그랬잖아. 목련은 크고 하얗고 담담하다고. 벚꽃은 작고 분홍빛이고 화사하다고."
아, 내가 그랬던가.
목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을 진작에 찾아놓고,
여지껏 내가 좋아하는 목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던가.
내가 발견해놓고, 잃어버린 뒤 딸아이를 통해 다시 찾은 말.
목련은 참으로 담담한 꽃이어라.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6-04-0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엄마를 보고 자라는 거 맞군요^^ 두분 이뻐요^^ 꽃보다 더~

Mephistopheles 2006-04-0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담한..꽃...정말 딱 어울리는 말이군요..^^
난 목련 사진은 찍으면서 어찌 저런 단어는 생각을 못했을까나..??

sooninara 2006-04-09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크게 오면 떨어지는 목련이 아쉽기도 했는데..
담담한 꽃이라니..너무 멋지구만..
역시 마로는 똑똑해^^

야클 2006-04-09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녀간에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눈에 선하네요. ^^
아, 나도 우리 아버지 뵈러 갔다와야되는데...

비자림 2006-04-0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참 어휘가 풍부하군요. 기억력도 좋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끔 세상을 다시 느끼고 배우는 기분, 조선인님도 많이 느끼시죠?

조선인 2006-04-10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님의 말씀이 더 이뻐요.
메피스토님, 님의 사진이 말해주는 단어도 있더이다. *^^*
수니나라님, 지난밤 비에도 꽤나 많은 목련이 졌겠죠. 찰나의 영광입니다.
야클님, 사실 납골공원인데도 한식 지났다고 풀가위까지 들고 갔더랬어요. 웃기죠.
비자림님, 내가 이런 말을 쓰며, 이런 표정을 하며, 이런 행동을 하며 사는구나, 아이를 통해 거울을 봐요. 어제는 참 기뻤지만, 대개는 내 못난 모습이 미안해져요.

Mephistopheles 2006-04-1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단어가 뭐더이까...??

비로그인 2006-04-10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련, 특히 밤에 보면 더욱 그렇답니다. 온갖 질투에도 그저 담담히 끄덕일 것 같은 꽃이었어요.

조선인 2006-04-11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월화수목금금금!!! ㅎㅎㅎ
쥬드님, 그죠, 게다가 아무리 크고 하얗게 꽃을 피웠다 해도 바람 한 번 비 한 번에 속절없이 뚝 떨어져서는 바로 땅의 색깔이 되버리는 게 참 미련없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