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젓가락질이 잘못되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된 건 고등학교때였다.
X자 젓가락질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교정해준다고 내 단짝이 호들갑을 떤 게 발단.
저마다 젓가락질 시범을 보여주게 되었는데, 내 젓가락질을 보고 단짝이 또 갸우뚱.
맞는 거 같은데, 안 맞는 거 같고?
유심히 지켜보던 단짝은 내가 엄지와 검지, 중지로 젓가락을 잡는 게 아니라,
엄지와 중지, 약지로 젓가락을 잡는 걸 알고 희한해 했다.
그 후 언젠가는 회사 동료들과 밥을 먹다가 젓가락을 든 손으로 삿대질을 하자
(즉, 젓가락은 중지, 약지로 잡고 있고, 검지를 세워 삿대질)
순간적으로 회사 동료가 깜짝 놀라 젓가락은 젓가락대로 들고 있으며 삿대질을 할 수 있는지
무척이나 신기해했던 기억도 있다.
그 후 민망하고 창피하여 젓가락질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만,
아직도 무심코 실수를 하는 경우도 많고 콩을 집을 때는 여전히 중지, 약지를 써야 제대로 된다.
그런데 얼마전에서야 내 젓가락질의 비밀을 알았다.
지난 설에 친정식구들과 둘러앉아 밥을 먹는데, 하, 오빠들 젓가락질이 나랑 똑같은 모양새다.
한 번의 우연인 줄 알았는데, 어제도 아버지 생신이라 친정에 가보니 마찬가지.
오빠들이 부러 젓가락질을 가르쳐준 기억이 없는데,
작은 습관 하나마저 똑같은 걸 보니 가족은 가족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