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젓가락질이 잘못되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된 건 고등학교때였다.
X자 젓가락질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교정해준다고 내 단짝이 호들갑을 떤 게 발단.
저마다 젓가락질 시범을 보여주게 되었는데, 내 젓가락질을 보고 단짝이 또 갸우뚱.
맞는 거 같은데, 안 맞는 거 같고?
유심히 지켜보던 단짝은 내가 엄지와 검지, 중지로 젓가락을 잡는 게 아니라,
엄지와 중지, 약지로 젓가락을 잡는 걸 알고 희한해 했다.

그 후 언젠가는 회사 동료들과 밥을 먹다가 젓가락을 든 손으로 삿대질을 하자
(즉, 젓가락은 중지, 약지로 잡고 있고, 검지를 세워 삿대질)
순간적으로 회사 동료가 깜짝 놀라 젓가락은 젓가락대로 들고 있으며 삿대질을 할 수 있는지
무척이나 신기해했던 기억도 있다.
그 후 민망하고 창피하여 젓가락질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만,
아직도 무심코 실수를 하는 경우도 많고 콩을 집을 때는 여전히 중지, 약지를 써야 제대로 된다.

그런데 얼마전에서야 내 젓가락질의 비밀을 알았다.
지난 설에 친정식구들과 둘러앉아 밥을 먹는데, 하, 오빠들 젓가락질이 나랑 똑같은 모양새다.
한 번의 우연인 줄 알았는데, 어제도 아버지 생신이라 친정에 가보니 마찬가지.
오빠들이 부러 젓가락질을 가르쳐준 기억이 없는데,
작은 습관 하나마저 똑같은 걸 보니 가족은 가족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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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3-0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어릴적에 아버지한테 엄청 구박받아가면서 젓가락질 배웠는데요.
글쎄 큰언니네 조카들이 영 이상하게 젓가락질을 해서 신기하다못해 "니네 엄마가 그걸 그냥 보고 계셨니?" " 언니, 큰언니가 우리한테 할때랑 틀려. 다 봐"
하고 동생이 말해서 놀랬다지요^^;;;ㅠㅠ

발가락이 닮았다. 가 많이 생각나는 날들입니다...아이를 키우면서는 더욱더.

Mephistopheles 2006-03-0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써 고칠 필요 있을까요...그냥 밥만 제대로 먹을 수 있으면 되지요..^^

ceylontea 2006-03-06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애써 고칠 필요는 없지만..고치고 싶으면 또 고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저도 20대후반? 30대초반에 고쳤는데... 한달정도 신경썼더니 고쳐지더라구요..
그런데.. 저번에 손가락 다쳤을 때 먼저 하던 젓가락질이 나와서 혼자 웃어더랬어요..
그런데.. 역시 바른 젓가락질이 음식 먹기에 편하긴 하더라구요.. ^^

sooninara 2006-03-0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약간은 이상한데..음식은 잘 먹고 있어요^^
가족이란 별게 다 닮는군요. 부부도 오래 살면 같아진다고합니다.

날개 2006-03-06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식구들 중에는 나랑 내동생만 X자 젓가락질이어요...^^;;;;
절대 안고쳐지더라구요~

조선인 2006-03-06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제 마음이 딱 그겁니다. 오빠랑 나랑 이런 구석도 닮았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하더이다. 유치하죠? 헤헤
메피스토펠레스님, 딸아이 보기 부끄러워서 고치고 싶어요. ^^;;
실론티님, 저도 왠만큼 고치긴 했는데,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ㅋㄷㅋㄷ
수니나라님, 그죠? 별게 다 닮죠? 신기하고 두근거리기까지 해요. 히히
날개님, ㅎㅎㅎ 애들 나무랄 순 없겠네요. 코코코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