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받은 충고에 따라 열심히 놀고 있다.  ^^V

<그제 꾼 꿈>

나는 15세의 미국 소녀다. 물론 아버지도 미국인이고, 꿈의 배경도 미국이다.
어머니는 몇 년 전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대도시의 잘 나가는 샐러리맨이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딸이 외로워하고, 학교에서 겉돌자, 딸을 위해 사표를 쓰셨다.

아버지는 한적한 시골도시의 버려져있던 집을 사서 이사부터 했다.
집은 낡았지만 아직 튼튼했고, 조금 손을 보자 아주 아늑해졌다.
나는 집도 마음에 들지만 가든파티를 할 수 있는 자그마한 정원을 더 좋아했고,
집에 딸린 나트막한 야산과 초원을 더 없이 사랑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고,
창업식 겸 집들이로 직원들과 투자자들과 이웃들을 불러 가든파티를 열었다.
난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파티장에서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날라온 총알이 아버지의 머리를 관통했고, 아버지는 즉사.
난 미친듯이 비명을 질렀는데 그게 신호인 양 사방에서 총질이 시작되었다.
아수라장.
나는 살겠다는 일념으로 집 안으로 도망쳤고, 바들바들 떨며 숨어서 상황을 살폈다.
정원뿐 아니라 집안으로도 총알이 난사하였고,
정원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죽고, 음식을 준비하며 부엌에 있던 사람들도 죽고,
그야말로 아무도 살아있는 사람 없음이 분명해질 때가 되어서야 적막이 찾아왔다.
할로윈 가면을 쓴 '그들'은 생존자를 찾아 샅샅이 수색을 시작했고, 내가 결국 발각되는 순간.
다행히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나타나 나를 구해줬고, '그들'은 전원 사살되었다.

<어제 꾼 꿈>

난 피해자이자 증인으로 경찰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나를 심문하지만, 난 정말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아버지는 나도 모르는 비밀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혹은 내가 누군가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심지어 나만이 살아남은 것에 무슨 까닭이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의심까지 받았다.

그러다가 집의 사연 하나가 밝혀졌다.
아버지가 드넓은 대지가 딸린 땅을 살 수 있었던 건,
예전에 이 집에 살던 일가족이 하나 둘 의문사를 하다가 결국은 몽땅 죽게 되자,
귀신붙은 집이라 소문이 나서 아무도 살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하지만 귀신이 총을 쏜 건 아니지 않은가.

결국 단서를 못 찾은 경찰들이 행여나 실마리를 찾을까 싶어 나를 데리고 그 집에 갔다.
사방에 피 얼룩이 남아있는 집을 경찰들과 둘러보며 나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죽을 거 같은 심정으로 억지로 경찰들에게 끌려다니는데,
나와 함께 있던 경찰 책임자가 은밀한 보고를 받고 급하게 달려나갔다.
그리고.

아버지와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 이유가 밝혀졌다.
집 뒤 버려진 황무지는 아편? 재배지였고, 그 어딘가에는 마약을 제조하는 비밀공장이 있었다.
예전 가족이 살해당한 것도, 빈 집으로 버려져 있었던 것도 마약상의 음모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내가 이사오자 그들은 극단의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너무하잖아. 어이없어. 우리가 잘못했던 건 하나도 없잖아. 우리가 뭘 알고 있었던 것도 없었고.
난 억울하고 분통했지만... 아무 힘이 없었다.
경찰들이 시키는대로 고아시설로 떠나는 것 외에는.
마약상 일당을 몽땅 잡아쳐넣으라는 말조차 전하지 못하고 짐짝처럼 떠나야 했다.

* 황당한 꿈이죠? 정말 꿈이냐고, 옆지기가 기막혀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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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9-02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로 영화 찍자!

paviana 2005-09-02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도 이어서 꿀수 있나요? 놀라워요 !!
영화 찍어요 정말 ..

조선인 2005-09-02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파비아나님, 제가 원래 꿈을 시리즈로 꾸는 경향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는 15부에 걸친 대작도 있었죠.
깍두기 언니, 배경이 미국이야. 로케이션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구. ㅋㅋㅋ

sandcat 2005-09-0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부수업 운운하시던 아버님과는 대조되는군요.

이건 딴 얘기인데 저희 회사에는 소위 '과도한 아버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이 있어요. 자기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빼밀리라 부르며 그 사람 인생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사람인데 가끔 충고하죠. 과도한 애정을 버리라고요. 애사심 얘기하시길래..@.@

瑚璉 2005-09-02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부작의 스토리가 꼭 듣고 싶군요.

클리오 2005-09-0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꿈을 이어서 꾸는건 처음 봐요.. 글고, 그럼 영어로 꿈을 꾸신 건가요? ^^;;; (이런게 궁금하다니... --;)

조선인 2005-09-02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물론 영어는 아니죠. 히히
호정무진님, 그 파란만장 러브스토리를 제가 어찌 다...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 ㅋㅋ
새벽별님, 신기하죠? 체육시간마다 친구들이 제 꿈이야기를 기다렸답니다. ㅎㅎ
모래고양이님, 꿈이 무의식의 반영이 맞긴 하나봐요. ^^;;

날개 2005-09-02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진짜 영화 한편 만들어야겠어요..^^
15부작.. 저도 궁금하네요..ㅎㅎ

산사춘 2005-09-03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케 기승전결 빵빵한 꿈을, 것도 시리즈로 꾸실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우와~
내 꿈은 조각조각 누빈 웃찾사던데...

조선인 2005-09-0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온갖 추리소설과 청소년문고가 짬뽕된 거였어요. 전 재벌가의 상속녀인데, 살인누명을 쓰고 약혼자의 도움으로 도망을 쳐서 신분을 숨기고 사는데, 거기서 근사한 남자A를 만나게 되지만 약혼자 때문에 마음을 접고, 그 와중에 돈을 모아서 성형을 한 뒤 재벌가의 하녀로 돌아가 누명을 벗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마침 A도 재벌가에 취직을 하게 되는데 약혼자도 못 알아본 나를 A가 알아보고 사연을 알게 된 뒤 나를 도와주기 시작하고, 마침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보니, 누명씌운 게 약혼자였더라. 이에 충격받은 나는 다시 재벌가를 떠나 세계여행을 떠났는데 어느날 A가 날 찾아왔고, 마침 이태리여행중에 만난 사람의 열렬한 구애를 받던 나는 과감히 그를 차버리고 A와 결혼을 약속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좀 길죠? 헥헥헥
산사춘님, 늘 이렇게 드라마틱한 꿈을 꾸는 건 아니고, 심리적으로 힘들 때 이런 현실도피적인 꿈을 꾸게 되요. ^^;;

날개 2005-09-0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조선인님..!^^ 그런걸 꿈으로 꾸시다니....
꿈꾸시면서 너무 재밌었겠어요.. 그날 밤 잠드는게 기다려지지 않던가요? ㅎㅎ

조선인 2005-09-04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보다 반 친구들이 더 기다렸다면 이해가 가시렵니까?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