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공짜로 이벤트 상을 받는 것 같아서 몇자 올립니다.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쓰라니 좀 막막한 것이 뭘 쓸까 고민이 많이 돼요. 왜냐고요? 저는 여행은 무조건 좋아서 어디든지 다 좋걸랑요. 그래도 굳이 골라야 한다니 계절별로 하나씩만 고를게요.

일단 봄 - 경주 불국사. 경주는 봄이 되면 온 도시 전체가 벚꽃 천지가 됩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불국사 벚꽃. 다른 곳은 거의 가로수로 조성된 것이지만 여기는 불국사 앞 넓은 동산 전체가 벚꽃 천지인지라 그곳에 누워 한나절 도시락 까먹으면서 노는 풍취가 일품이죠. 게다가 심심하면 불국사 한바퀴, 더 심심하면 석굴암까지...  제 생각에 불국사만큼 불운한 절은 없는것 같아요. 건축이란게 제 용도로 사용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은데 불국사는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불운해진게 아닌가? 그저 많은 사람들의 수학여행 사진첩에 빛바랜 채로 꽂혀있는... 늘 사람들이 북적이고 정작 수행의 공간으로서의 의미는 사라지고... 그럼에도 불국사는 정말 대단한 절입니다. 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몇마디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여름 - 답사와는 좀 동떨어지지만 소백산입니다. 제가 가본 여름산 중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힘들게 너무 너무 힘들게 연화봉 까지 올라가면 거기서 부터 비로봉까지는 편한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이 길을 '천상의 화원'이란 말 외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온갖 색의 들꽃들이 -저는 이름도 모르지만- 지천으로 피어 장관을 펼칩니다.



이 사진은 좀 밋밋하군요.

가을 - 앞에서 먼저 소개한 분이 계시지만 그래도 부석사로 하렵니다.은행잎이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고 빨간 사과가 익어가는 부석사의 가을. 더구나 소백산맥을 앞으로 바라보고 앉은 무량수전이 있어 언제나 아름다운 절입니다.

겨울 - 제주도로 할래요. 제주도는 정말 정말 어느 계절에 가도 아름답지만 조금 색다른 제주도를 맛보고 싶다면 겨울 제주도 다랑쉬 오름에 오르라고 말하고 싶네요. 제주도의 무수히 많은 오름들 중에서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사람도 없고요. 억새의 향연속에서 자신과 마주대할 수 있는곳입니다. 제주도에 갈 때는 관광만이 목적이 아니라면 제주도 교사인 이영권 선생님이 쓴 '제주역사기행'이라는 책 한권 끼고 가신다면 더더욱 알찬 여행이 될거예요.

 

   바로 이 책인데요. 저는 답사의 기본은 땅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아는 한 제주에 대한 애정에서 손꼽히는 분입니다. 제주 얘기를 할 때 반짝 반짝 빛나던 그분의 눈동자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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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6-18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바람돌이님께 속지 마세요... 겨울 눈이 질퍽한, 제주도 오름 중 가장 경사가 가파르다는 다랑쉬오름에 오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 (흠... 등산에 젬병인 저의 과장... 일까요?? 위협위협....) 사실 말하자면 저만 힘들어했을 뿐, 10살짜리 아이들도 다 올라갔습니다. '다랑쉬'라는 말에서 생각나는 역사들, 그 주변의 황량한 풍경들이 무척 인상적이었죠.. 아마도 바람돌이님과 제가 같은 시간에 그 곳에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 책을 쓰신 저자는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소백산도 너무 가보고 싶게 쓰셨습니다만, 너무 힘들다 하시니... 저는... ^^;

바람돌이 2005-06-18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클리오님! 아마도 님과 제가 같은 시간대에 그곳에 있었던 것은 분명한 듯 ... 하지만 제가 그 때 둘째 임신해서 8개월에 접어들 즈음이었다는건 모르시죠. 혹시 그 때 배불렀던 아줌마를 기억할지 좀 많이 가리긴 했었지만...^^
클리오님께 속지 마세요. 배부른 저도 다녀왔다구요 ^^

chika 2005-06-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두분!! 제 앞에서 왜들 이러시나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온통 진흙을 묻히며 미끄러져가며 다랑쉬를 올랐던 접니다!
햇살 눈부시던 날, 다랑쉬에 올라 역사의 흔적을 메워버린 시멘트 더미를 보면서 '이런 #$%^@&" 하며 욕을 하고 내려온 접니다!
새벽녘 캄캄한 길을 내달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다랑쉬에서 맞이해봤던 접니다!
- 흑~ 이렇게 많이 다랑쉬를 다녔지만 뒷자리에 앉아 놀며 갔기땜에 찾아가라면 혼자는 저얼대 못가는 접니다. ㅠ.ㅠ

다랑쉬오름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이고, 주변 경관도 좋은 곳이지요.
저는 동거미 오름도 좋아요. ㅎㅎ

참, 저 책 제주역시기행에 나온 공항근처의 신석기 움막..철거되었습니다.
왜일까요? - 버스타고 지나가거든요. 학원갈때.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없더라구요. ㅡ.ㅡ

바람돌이 2005-06-1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치카님이 제주도에 사셨지요. 애고 부러워라....
다른계절의 다랑쉬 오름도 가고 싶어요. 그래도 자주 가기에는 비용이 영 만만찮아서...그래도 올 여름에 제주도에 다시 갑니다. 여름 성수기 제주도에 가보는게 제 소원이었거든요. 이번에는 애들 다 데리고 친구들 왕창 해서 미리 3월에 비행기표도 다 끊어놓았답니다.
이번에는 일정이 애들 중심이라 어찌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치카님이 말한 동거미 오름 꼭 기억해놓을게요.

진주 2005-06-1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랑쉬--오매 멋지군요!
-제주도 한 번도 못 가본 女-

chika 2005-06-2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래요? 동거미 오름 가시고 비자림에서 땀 식히며 산책하고.. ㅋ
식구랑 친구랑 단체로 여행다니면 신나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