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드디어 해람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국공립어린이집 옆에 있던 주공아파트에 버티며 살았는데 드디어 이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애들 전학을 안 시키려고 바로 길 건너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엥? 학구 위반이라는 안내장이 날라왔다.
딸아이가 중학교 배정에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전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마로가 원체 전학가는 걸 싫어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10월이 되어서야 전학했다. 머스마는 첫 주에 완전히 적응을 끝냈는데(운좋게도 같은 태권도학원 다니는 애가 많았다), 딸아이는 지금껏 은따를 당하고 있었다.
같은 반 여자아이들은 속칭 인피니트파와 엑소파로 갈리고 있었는데, 우리 애는 둘 다 좋아하지 않았고, 하필 여자아이가 홀수라는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다행히 우리 애보다 몇 주 전에 전학간 A와 같은 반이라 그럭저럭 버텨가는 듯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은따가 노골적이 되어갔다.
피구나 배드민턴을 할 때... 이동수업에서... 소문...
담임선생님과 여러 차례 학부모 상담도 하고 학생상담도 하고... 마로가 일기를... 마로가 학교상담실에... 결국 난 꼭지가 돌아버렸다... 다시 담임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하고... 학교에 찾아가 뵙고...
어쨌든 마지막 방문에서 담임선생님에게 충분히 나의 의견이 전달되었고, 어제 1교시에 딸아이가 도서관에 간 사이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사과편지를 쓰는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는 반 아이 중 B와 마로가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 시간은 즐거웠다. 우리는 B가 좋아하는 엑소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고, B가 다니는 학원과 숙제가 얼마나 많은지도 들었고, B의 가족자랑도 들었다. 딸아이도 재잘재잘 여러 이야기를 했다. 일부러 은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직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은따가 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하기 전에 분위기를 전환하는 계기는 마련된 것 같다. 은따를 방치하다간 왕따 문제도, 학교 폭력 문제도 될 수 있다는 걸 다들 알아줬으면 좋겠다. 또한 다른 아이들이 직접적인 폭력이나 폭언을 일삼지 않았으니 문제가 되지 않냐는 가해자 입장의 옹호는 당하는 아이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강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