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시댁에 갔다. 아이들은 시댁에 가는 걸 좋아한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응석 부리는 것도 좋지만, 할아버지댁에 가면 평소에 못 먹어보던 맛있는 걸 실컷 먹는다는 기쁨이 있단다.
형님은 바리바리 온갖 반찬을 해오시고 고기를 재어오시고 순식간에 잡채를 해내시어 나의 기를 팍팍 죽이신다. 나는 대신 일품요리의 양으로 승부한다. 어제는 보쌈을 하려고 목삼겹을 세 근이나 끊었더랬다.
시아버님은 며느리 기살려주시느라 연신 맛있다고 칭찬해주시며 한 접시를 싹 비우셨다. 어머님도 간이 잘 맞았네, 고기가 연하네 칭찬해 주셨고, 내가 아이들과 입실갱이하는 사이 먼저 일어나 설겆이도 하시고, 후식도 준비하셨다. 아버님, 어머님과 옆지기의 대화는 도란도란 이어지고, 아이들은 그 옆에서 놀고, 참 단란한 저녁시간...
그 와중에 문득 나는 외롭다. 쓸쓸하다. 마음이 아리다.
난 이제 부모에게 대접할만한 일품요리를 꽤 안다. 어제 한 보쌈뿐 아니라 내가 한 전복죽이나 황제삼계탕도 시부모님이 맛나 하신다. 이젠 불고기양념 안 사고 내가 직접 잴 줄 알고, 묵은지돼지찜도 합격점수는 되는 듯 싶다. 그런데 그 중 어떤 요리도 난 내 어머니에게 대접한 적이 없다. 어머니 살아계실 적의 난 할 줄 아는 요리가 거의 없었고, 푸짐한 일품요리를 차릴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그런 핑계로 난 어머니에게 그럴싸한 밥상을 차려드린 적이 없었다.
어머니에게 못 해 드렸던 만큼, 뒤늦게 후회하기 전에 시부모님에게 잘 해드리고 싶다. 부모님 살아실 제 섬기기 다하여라 라는 말이 얼마나 뼈저린 말인지 너무 잘 알기에 옆지기가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도 참 외롭다. 쓸쓸하다. 마음이 아리다. 내가 못 가져본 시간, 내가 못 했던 효도, 내가 못 표현했던 사랑... 그 모든 게 참 외롭다. 쓸쓸하다. 마음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