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서울역에 국가보안법 철폐 서명운동 나갔다가 귀가하여 연휴 내내 집 비우는 거 대비하여 청소도 하고, 짐쌀 준비도 하고, 가지장아찌도 담그고, 포도주도 담그고, 밤도 삶고.

일요일은 새벽같이 친정에 갔습니다. 법도는 아니지만 어머니 돌아가신 후 첫 추석인지라 오빠들의 배려로 미리 차례를 지냈습니다. 덕택에 아버지께서 좀 노여워하셨지만, 사실 나로서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 걱정되었지만, 큰새언니가 밀어붙여 함께 차례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수고한 새언니가 고마와 상을 치운 뒤 좀 쉬라고 조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갔습니다. 헉...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회사에 메모리카드를 놔두고 온 겁니다. 할 수 없이 사진기 샀을 때 딸려왔던 16메가 메모리로 연휴 내내 버티느라 사진이 죄다 우글쭈글 저해상도.  오호 통재라 ㅠ.ㅠ


점심은 친정식구 모두 함께 고기리유원지에 가서 매운탕이랑 닭백숙을 먹고 귀가.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준비를 하고. 월요일 아침 산본 시댁에 가서 함께 장을 봐서 삼겹살 양념해서 재우고 반찬 준비하고.

화요일 드디어 출발!!! 걱정했던 거와 달리 추석 당일인지라 내려가는 길은 거의 안 막히더이다. 곧장 도고온천으로 가려다가 고모부가 이왕 내려오는 거 들렀다 가라 하여 삽교 아가씨댁으로 먼저 갔습니다. 11월 출산예정인 아가씨와 4살, 2살 딸래미 덕분에 거의 이사 수준으로 짐이 많은 아가씨네 거들어 함께 도고로 다시 길 떠나고. 그런데 왠걸. 그새 차례 끝내고 귀가하는 차량으로 국도는 주차장 수준.

덕택에 평소엔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3시간만에 고모부가 예약해두었던 숙소에 도착해보니 허걱. 모텔이라니!!! 게다가 로비의 저 야시시 조명은 대체 뭐더냐!!! 어벙벙하여 방으로 들어가보니 이건 또 딴세상이더군요. 알고 보니 모텔 주인이 살림집으로 개조해 쓰던 공간을 다시 콘도로 제공하는 거라, 안방도 넓고, 거실도 넓고, 작은방도 있고, 화장실도 2개고, 싱크대에는 정수기며 오븐렌지까지 빌트인으로 되어있더군요. 우리가 어른 7명에, 초등 2명,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애 3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넓게 여겨졌으니 대가족 숙소로 아주 강추~입니다. 더욱이 신기하고 놀라운 고모부 수완으로 2박3일에 25만원! 원래 25인 숙소로 성수기엔 하룻밤 25만원임을 감안할 때, 정말 놀라운 실력 아닙니까?

일산 아주버님네는 곧장 도고로 길을 잡은지라 우리보다 빨리 도착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카들이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더군요. 당장 시디 뺏고 여행기간 동안 컴퓨터게임 금지령을 내렸더니 둘째 조카가 몹시 삐졌더랬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가 선물한 보드게임에 포옥 빠져서 컴 근처에도 안 가더군요. 흐뭇~

한가위라 마로에게 개량한복이나마 입혀 사진찍고 싶었지만, 세상에나...1/250초로 찍어도 흔들리더이다. 사과 쥐어주고 밤 쥐어주며 애걸복걸했으나, 그나마 건진건 달랑 1장.

화요일은 시간이 너무 늦어 수요일 아침 먹자마자 스파비스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마로가 날씬하다고 속았던 분들. 개구리 배 구경해보시죠. 그리고 우리 시어머님도 공개합니다. 환갑기념 여행인 거로는 참 젊으시죠?  *^^*

점심은 몰래 싸간 족발이랑 밤이랑 김치전으로 때우고(사실 전 불법인줄 몰랐어요. 고모부가 간식을 준비하자 해서 짐쌌을 뿐인데 막상 먹을 때가 되니 고모부가 살짝 먹자고 하더라구요. 스파비스 매점은 바가지만 씌우고 맛이 없다나? 정말 살림꾼 고모부죠?), 온천욕을 한 뒤 나와보니 ㅋㅋㅋ 아주버님이랑 울 옆지기는 기다리다 지쳐 숙소에 가버렸더군요. 고모부가 말하길 제발 그만하고 나오라고 방송도 2번이나 했대요. 여자들은 시간이 빠듯해 탕만 이것저것 들어가보고 사우나는 다 못 돌아본게 아쉽기만 한데 말이죠. 남자들이야 보나마나 숙소에서 자고 있을 게 뻔해 아이들을 놀이터에 풀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이번엔 1/500초도 흔들리더이다. ㅠ.ㅠ

목요일 아침 여행을 끝마치려고 보니 흑... 너무 서운하더이다. 그래서 현충사에 들렸다가 늦은 점심으로 삼겹살과 쌈밥까지 먹고 나서도 헤어지기 아쉬워 미적미적. 차가 하나도 안 막혔는데도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죠. 정말 즐거웠습니다. 박정희는 안 좋아하지만 현충사 하나는 기가 막히게 꾸며줬다 싶어 고맙기까지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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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10-0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 마로 뽈록나온 개구리 배 정리 좀 해야겠네요. 빨간 한복이 참 잘 어울립니다요^^

水巖 2004-10-0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추석 놀이 였네요. 마로 배, 아이들때는 그래도 괜찮어요. 조곰만 더 커봐요. 제가 더 신경쓰고 할텐데.

sweetmagic 2004-10-01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 저런 모양으로 생긴 개구리배는 크면 점점 작아져서 이쁘고 얄팍한 타원으로 자리 잡는답니다. 그나저나 마로 많이 하견이네요 ~ 사진 상이라 그런가 ?? 아주 여성스런 어깨선을 가진 공주로 클 것같아요 ~ ^^

로드무비 2004-10-0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인형 같아요.
추석 연휴 정말 땡실하게 보내셨군요.^^

깍두기 2004-10-0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 배꼽 정말 이쁘네요. 추석 연휴도 진짜 알차게 보내셨구^^(그 정신없는 와중에 젠가 가져가 잘 써먹으셨네)

숨은아이 2004-10-0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다 이뻐요. 인화는 잘 안 되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렇게 컴으로 보면 되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