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공주의 남자'라는 드라마를 한다고 한다.
나의 조상 중 한 분이 주인공이라고 하여 관심을 가졌으나 막상 드라마는 한 편도 못 봤고,
신문기사를 보니 집안 어른들에게 듣던 야사와 꽤나 다르다. 

고리골짝부터 거슬러 올라가 우리 집안 얘기를 해보자면...
시조는 김총 할아버지.
신라김씨 김알지의 후손이니 나름 왕족이었으나
이 분은 통일신라 말기에 견훤을 도와 후백제를 세웠다.
보복으로 신라에서는 이 분의 일가 구족을 멸하였고,
이를 딱히 여긴 견훤이 새로 성을 내려 순천김씨가 탄생.
그런데 김총 할아버지가 궁예의 손주라는 얘기가 꽤 떠도는 듯 하는데,
우리 집안에선 인정 안 하는 분위기다.
궁예가 저를 높이기 위해 신라김씨의 족보를 끌어쓰다보니 잘못 와전된거라 믿으시는 듯.

어쨌든 김총할아버지는 견훤이 왕건에 투항할 때 끝까지 저항하다 삼족 멸 -.-;;
이로 인해 우리 집안의 핏줄은 아주 가늘게 이어지다가 고려 중기 이후에 조금 살만해졌고,
고려 말에는 신진사대부 행세를 하여 조선이 건국되자 너도 나도 조선왕조를 거들었다.

이때 탄생한 우리 집안 슈퍼스타가 바로 김종서 할아버지.
하지만 계유정난에 희생되고, 또 다시 구족 멸...
당시 김종서 할아버지의 손주이신 행남공과 팽공 두 명만 간신히 화를 피해 은거해 살았다. 

집안 야사의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은 여긴데,
팽공은 목숨 보전을 위해 커서는 갖바치 일을 하며 숨어지냈으나,
갖바치하기엔 너무 귀티가 자르르 흘렀던 것.
덕분에 당신 숨어지내던 동네 근방 절에 불공드리러 왔던 성종의 옹주 한 분이 홀딱 반했고,
비록 완전히 사면복권(?)된 건 아니지만 다시 양반 행세를 하며 살게 됐단다.
팽공은 정계에 나설 수 없으니 자손번영에 온 힘을 다했고,
자기 자손 여럿을 대 끊긴 어르신들을 봉제사하도록 양자로 만들었으며,
드라마 주인공 김승유 할아버지 역시 팽공의 자손 덕분에 제삿밥을 드시게 됐다는 얘기.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김승유 할아버지와 세조의 옹주가 연애한 걸로 되어있는데,
김팽 할아버지 야사가 맞든, 김승유 할아버지 야사가 맞든
우리 조상중 한 분이 옹주와 섬씽이 있긴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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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1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이 '공주의 남자'를 즐겨본다던데 순천김씨 야사였군요.
얼마나 귀티가 흘렀으면 갖바치임에도 옹주가 반했을까요?^^

세실 2011-08-14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이런 야사가 있다니 재미있네요.
요즘 박시후(김승유) 매력에 푹 빠져 삽니다.
수양대군의 딸인줄 모르고 그저 궁녀인줄 알면서도 좋아하는 그 순정이라니...
수양대군과 김종서 연구대상입니다. 조선시대 역사는 참 파란만장해요.

조선인 2011-08-16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사료를 보면 김종서 할아버지는 작달막하고 못 생겼다고 하던데, 손주는 아니었나보죠. ㅎㅎ
세실님, 어려서는 아주 고역이었답니다. 명절때만 되면 집안 어른들이 족보 얘기를 주야장천하셨거든요. 지금은 좀 후회되요. 그때 좀 잘 들어둘 것을...

pjy 2011-08-1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사는 참 그럴싸하단말이죠^^;
드라마이고 많이 허구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왕! 해볼려고 물밑작업 엄청 애쓰시는 아부지의 큰딸인데 너무 철부지 캐릭터로 나와서 좀 거시기해요~~오히려 공주에서 노비까지 인생사 굴곡진 경혜공주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더라구요~

조선인 2011-08-16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jy님, 드라마는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데 경혜공주에 대해서는 호평이 많더라구요. 한 번 보긴 봐야겠는데... 당최 일정이... -.-;;

자유인 2011-09-02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반가워요. 저도 순천김씨. 드라마가 흥미로워요.

조선인 2011-09-02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순천 김씨가 꽤 희성에 속하는데, 이렇게도 뵙게 되네요.

stella.K 2011-09-30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아, 그런 야사가 있었군요.
저는 김해김씨인지라...ㅋㅋ
드라마에선 계집 아이 하나 나올 뿐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너무 건강하게 나온다는 말씀이죠.ㅎ
아무튼 이 드라마 나중에라도 꼭 보세요.
안 보면 후회하십니다.
세조에 대한 조명도 흥미롭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