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 회사엔 제작팀이 따로 있었다.

구조조정으로 제작을 모두 외주처리하고 있는 지금, 각종 방송장비는 임자없이 떠돌다가,

하나 둘씩 내 자리로 옮겨졌다.

내가 뭘 알아서가 아니라 외주관리하는 게 내 몫이라는 이유만으로.

막상 장비를 끼고 살다보니 갑자기 쓸 일이 있으면 나보고 어떻게든 해보란다.

오늘도 마찬가지.

한겨레신문사에서 베타테이프를 비디오테이프로 복사해달라고 부탁이 들어왔다.

나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연구소장은 고객관리 차원에서 Yes!!를 외쳤고,

한겨레의 한 여직원이 생글거리며 도너츠 큰 상자를 사들고 왔다.

아침을 거른 직원들이 순식간에 도너츠를 동내고,

난 별수없이 6미리 작업을 중단하고 베타와 vhs 2대랑 모니터를 새로 셋팅했다.

그런데 왠걸? 화면이 안 뜬다.

셋팅을 바꿔도? 화면이 안 뜬다.

라인이 불량인가? 라인을 바꿔도? 화면이 안 뜬다.

혹시 테이프가 불량인가? 테이프를 꺼내보니... 허걱... 디지베타였다.

순간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이미 도너츠 1상자는 사라지고 없는데... 이제와서 장비가 없으니 해줄 수 없다고 말해야 하나?

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디지베타인지 베타인지도 확인 안 했냐고 바가지를 긁었으나,

자긴 외근 나왔으니 나보고 어떻게든 수습해보라며 전화를 끊는다.

이번엔 머리 위로 김이 모락 모락...

우여곡절 끝에 다른 회사 장비를 잠깐 사용할 수 있었고, 무사히 비디오 테이프를 넘길 순 있었다.

그러나 내가 먹은 건 도너츠 1개뿐인데, 딴 회사 사람들에게 밥을 사내야 한다. 우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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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06-0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드리고 물리세요 ^^;;

 조선인님 화이팅

 

/ 호호호 고쳤습니다 ^^ , 조선인님 전 수수께끼님이 농담하시는거 첨봐요,,,

너무나 진중하신 서재라 감히 코멘트도 못 달고 구경만했는데....

 


비로그인 2004-06-0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건 분명한 전자 광고에 해당을 하는데요? 둔킨도누츠니 말입니다. 조선인님....여기 12개의 도넛중에서 두 개만 되돌려 드리세요...그래도 이자는 100% 준거니까요... 아!! 그런데 벌써 작업은 해서 넘기셨다면서요??

조선인 2004-06-09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둔킨도누츠... 수수께끼님... 갈수록 코믹해지시는 듯. ㅋㅋㅋ

조선인 2004-06-0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수께끼님... 생각외로 유머러스하십니다.
어제도... 아는 것은 힘이고, 모르는 것은 약인데,
힘이 더 좋은 건가, 약이 더 좋은 건가, 이러시더라구요.
얼마나 웃었는지.
전유성씨 표 유머가 원래 더 웃기잖아요.
절대 개그같지 않은 개그 ㅎㅎㅎ

마태우스 2004-06-0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도너츠가 문제지요^^

비로그인 2004-06-0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조선인님...제가 바짝 마른 나무토막처럼(몸집이 아니라...) 도무지 빈틈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시나 봅니다. 아주 오랜동안 그늘에서 잘 건조된 악어가죽 정도로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지 않을것 같이 생각들 하시는분이 많으신데....으그...내 참!! 속내는 밀도가 엉성한 중국 호떡 같이 텅텅 비었답니다...

조선인 2004-06-0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수수께끼님, 전 이제 편견을 버려가는 중입니다.
어디까지나 스위트매직님의 선입관에 대한 조언으로 쓴 거랍니다. ^^

sweetmagic 2004-06-09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수수께끼 님 ...제가 편견을 머리겠사옵니다....꾸벅~~!

비로그인 2004-06-0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스윗매직님 그렇게 하시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아마도 제 서재에 오시는 분들은 어디 부딪쳐서 깨질새라...지뢰라도 묻혀 있는듯 조심조심 하시는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학문적으로야 그럴 수 있지만, 나머지는 전혀 아니니 편견일랑은 아예 뇌속에서 쏙~ 뽑아버리세요... 서재의 성격을 바꾸던가 해야지 안그러면 제 서재는 어렸을 때 산신각이나 상여집을 피해가듯 비잉~ 둘러 가시는 썰렁한 서재가 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