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했던 여름휴가 계획이 모두 무너지면서 휴가 첫날 아가씨댁에 가기로 했다.
선배 어머님의 갑작스런 부고로 옆지기가 전날밤을 꼬박 새운 터라
도저히 나들이 나갈 형편이 못 됐기 때문.
아가씨 아이들과 마로는 동네 수영장으로 직행했고,
해람이랑 어른들은 명성황후 생가로 마실을 갔더랬다.
생가가 얼마나 사실적으로 복원되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생가와 기념관과 주변 풍광과 체험촌 등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개인적으론 마음에 들었다.
해람이는 저만 수영장 못 간 것에 조금 삐져 있다가,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를 모두 독점할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닫고 신났다.
생가의 풍취를 살리는 건 등신대의 닥인형들이었다.
장마철이라 군데군데 곰팡이가 핀 게 흠이긴 하지만,
볼 품 없는 서양 마네킹을 갖다놓는 단종 유배지와 비교되는 돋보임이었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건 기념관.
도자기의 고장답게 벽화며 벽문양이 다 자기를 구워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