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 없는 일요일, 충동적으로 놀러 나갈 결심을 했다.
구글에 들어가 검색한 건 '4월 26일' & '행사'였고,
눈에 띈 건 '선농문화축제' - 부대행사가 무척 많아보였으며, 공짜였다!
부랴부랴 애들 챙겨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이 녀석들은 도넛 사내라고 강짜다.

설정샷 아니다! 우리 딸은 외출할 때 늘 책을 챙긴다. 도넛 주문하고 한 컷!
서울역에서 제기역까지 지하철을 탄 뒤 걸어가면 되겠건만
일찍 갈 욕심에 택시를 탔다가 깜박 졸은 게 화근이었다.
길을 모르면 미리 묻기라도 하시지 뱅글뱅글 돌다가 시립대에서 내려주신 아저씨.
게다가 새로 탄 택시기사님도 길을 몰라 할 수 없이 핸드폰 위치검색을 동원해가며 가보니
(음, 그러니까 무료행사였는데 막상 내가 쓴 택시비와 데이터 요금은 4만원이 넘었다 @.@)
점심시간을 넘긴 뒤에 도착한 지라 전반적으로 파장 분위기.
(사람들 말에 따르면 무료로 설렁탕 나눠줄 땐 천 명도 넘었단다. 아하하하)
솟대 만들기며, 짚으로 계란꾸러기 만들기며, 화분에 벼심기며 체험행사천막은 여전했지만
어찌 된 게 벼랑 짚은 남아도는데 화분과 계란이 하나도 없었고,
동네 주민들이 전리품마냥 화분과 계란, 솟대받치는 용도인 나무그릇을 바리바리 챙겨가도
주최측은 주민들을 뒤에서 흉볼 뿐 수수방관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아이들은 전통의상 체험만으로도 한껏 즐거워 했다.




아이가 머리에 떨잠을 이고 가만 가만 걸으며 공주 흉내 내는 걸 보니 문득 가슴이 뭉클했다.
한복 곱게 차려 입고 딸아이가 폐백 올릴 때 분명 우리 부부는 대성통곡 할 거다. -.-;;
갈갈이로 유명한 개그맨이 사회를 봤는데, 선농커플대회 구경꾼은 삼십 명이나 됐을까?
가장 압권은 원래 하이라이트였어야 할 농심대 감기할 때.
기둥에 비해 끈이 택도 없이 짧았고, 어찌나 못 감는지 저래서야 풍년 들까 싶어
나도 모르게 혀를 차며 한 소리하니 바로 옆에서 박준형이 맞장구를 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농림수산부 행사니 이 모든 비용은 내 세금인데 이리 낭비되나 싶어 속상하기도 하고,
무료만 챙기고 행사는 뒷전이었던 사람들이 안타깝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