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람이가 물었다. "할머니는 무슨 색깔이야?"
당황한 나, "글쎄, 넌 무슨 색깔이 어울릴 거 같니?"
"음, 파랑이랑 노랑, 난 파랑이랑 노랑이 제일 좋아."
순간, 찡, 제일 좋아하는 색이 할머니에게 어울릴 거라 생각하다니.
기특해서 어머님에게 전화 드려 바꿔줬더니
"할머니, 내가 파란 거랑 노란 거랑 많이 사줄게요"

옆지기가 지난주 목요일에 출장을 갔다.
해람이는 아빠가 비행기 타고 멀리 가서 코 잘 때까지 안 온다는 것에 놀랐다.
뒷발코니로 달려나가더니 문을 열고 소리 지른다.
"아빠, 아빠, 아빠~~~~~ 와, 아빠야~~~~~~~~"
그 목소리와 표정이 얼마나 애닮은지 그만 웃음이 났다.

아빠 없는 주말, 엄마가 집 근처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자 걱정됐나 보다.
"엄마, 엄마, 내가 돈 사줄게. 많~~~이 사줄게."
해람이가 돈 벌면 뭘 사줄 거냐고 짖궂게 다시 묻자,
"내가 밥이랑 물이랑 고기랑 김치랑 반찬이랑 카트랑 옷이랑 바지랑 다~ 사줄게."
ㅎㅎ 늙어서 호강하겠다.

지난 주말엔 누나의 태권도 승급 시험도 있었다.
4시 시작이라는 것만 믿고 시간 맞춰 보낸 뒤 해람이 데리고 슬금슬금 갔다.
그런데 아뿔사, 다른 아이들은 1시간 전부터 와서 미리 연습도 하고
부모들도 일찌감치 와서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죄다 찜해 놨다.
딸래미는 엄마 말만 믿고 시간 맞춰 온 게 속상해 눈물 바람.
깜짝 놀란 해람이는 관장님이 점잖게 개회인사를 하건 말건
"누나, 힘내, 누나, 사랑해, 누나~ 누나~ 누나~" 소리 질러대더니
기어이 누나에게 쫓아가 안아준다 뽀뽀해준다 법석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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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4-3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릴적 아버지께서 예비군 훈련 마치고 돌아오실 때 `엄마 이상한 아저씨 왔어'하고 울면서 도망갔는데, 오오 저런 기특한 반응이!

야클 2009-04-3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요즘들어 이런 페이퍼를 잘 읽게되요. ^^

무스탕 2009-04-30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울 애들은 아빠가 들어오든 말든 신경을 안써요 -_-
그대신 엄마가 어딜 간다하면 꼬치꼬치 귀찮게 굴지요.
아빠는 좀 슬플것 같아요. ㅋㅋ

Kir 2009-04-30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람이는, 지나치게 예쁜 것 같아요ㅠㅠ
설명이 필요없는 꽃미남인 것도 굳이 말하기 입이 아플 지경인데,
이렇게 마음도 예쁘고, 하는 짓도 예쁘다니요...

조선인 2009-05-0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예비군복은 정말 후져요, 그죠?
야클님, 호호 애아빠다우십니다.
무스탕님, 엄마 껌딱지들이죠.
kircheis님, 하는 짓이 늘 이쁘진 않습니다. 결코!!!

산사춘 2009-05-06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람이가 응원할 정도로 크다니... 감덩감덩...
전 흰머리 가리느라 염색했어요. (앞뒤안맞음)

조선인 2009-05-06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다이어트는 잘 진행되시는지요? 호호호 고기가 고기를 살립니다.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