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락사스 - 지젝 따라하기

가장 했복했던 때는?
아이들이 멀쩡하게 태어났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은?
어이없게도 자살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순간이 올까봐 두렵다.

가장 어릴 적의 기억은?
난 툇마루에 앉아 기둥을 껴안고 있었다. 한가로운 초여름날이었고, 장미목 사이로 집쥐들이 오가는 걸 보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난 고즈넉함에 매료되었나 보다.

가장 존경하는 생존 인물은, 그리고 이유는?
'가장'이 누군지는 생각해본 적 없다. 앞으로 살면서 생각해보겠다.

당신 자신에게서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특성은?
내재화된 권위주의

타인들에게서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특성은?
타인에 대한 무신경함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모든 순간, 게다가 그 자존심이란 게 근거없는 얄팍한 것임을 깨달을 때

자산을 별도로 하고, 당신이 구입했던 가장 값비싼 것은?
닥스에서 산 겨울 코트

가장 소중한 소유물은?
내가 써온 수첩들 

당신을 침울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형제의 이기심을 볼 때

당신의 외모에서 가장 싫은 것은?
비계덩어리

가장 매력 없는 습관은?
게으름

가장무도회의 의상을 고른다면?
난 가장무도회에 결코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죄책감이 드는 쾌락은?
엄마가 세상에서 최고인 줄 알고 무조건적으로 날 믿고 사랑하는 아이를 볼 때

부모에게 빚진 것은?
어머니에겐 모든 것을 빚졌다. 아버지에겐 정자 한 개.

미안하다고 가장 말하고 싶은 사람은, 그리고 이유는?
작은새언니. 우리 가족의 업보를 짊어지고 있어서.

사랑의 느낌은?
캐서린과 히드클리프의 사랑을 늘 동경하지만, 내가 할 줄 알는 사랑은 오랜 시간 쌓은 신뢰, 기꺼운 익숙함, 의지하고 싶은 마음

일생의 사랑은 무엇 혹은 누구인가?
난 아직 일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아마 아이들이 아닐까.

좋아하는 냄새는?
비오기 직전의 진한 풀내음, 비온 직후의 강렬한 흙내음.

그런 뜻이 아니면서 "널 사랑해"라고 말해본 적이 있는가?
없다.

가장 경멸하는 생존 인물은, 그리고 이유는?
신자본주의에 충성을 다하는 정치가들

당신의 최악의 직업은?
유한마담?

가장 큰 실망은?
정파싸움

당신의 과거를 편집할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한 전화통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겠는가?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전화통화를 한 순간

어떻게 쉬는가?
육체적으로 힘들 땐 자고, 그게 아니라면 라면을 끓여주는 만화가게에 간다.

얼마나 자주 섹스를 하는가?
한달에 2-3번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때는?
고층 아파트의 베란다나 옥상에 서 있을 때

당신의 삶의 질을 향상해줄 단 하나가 있다면?
통일전선체

당신의 최대 업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적어도 환갑이 지난 뒤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이 당신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그래도 아직은 살아야 할 때라는 것


우리에게 비밀을 하나 말해달라.
비밀은 공공연히 말하는 순간 비밀이 아니다. 일반적인 관계에서 굳이 하지 않는 말을 하라는 것이라면 내가 사면복권받은 건 200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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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8-20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하면서도 지난 삶의 아픈 기억이 드러난 답변이에요. 아프다.

호랑녀 2008-08-20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옆에 있음 한번 안아주고 싶네 ^^
조선인님... 높은 데 올라가지 마세요!!!

조선인 2008-08-2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호랑녀님, 제 답변이 조금 무거워 보였나봐요. 음, 삶이 당신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교훈을 읽어주세요. 전, 기본적으로 낙천적인 사람이에요. ^^

가을산 2008-08-20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그래요. 우리 질기게 살아야 해요.

마노아 2008-08-2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찐하고 짠해요. 그래도 아직은 살아야 할 때. 박수를 치고 싶어요.
그리고 '마누아'는 저 말하는 거죠? ^^;;
아르미안의 네 딸들 생각나버렸어요^^ㅎㅎㅎ

조선인 2008-08-2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넵!!!
마노아님, 헛, 죄송. ^^;;

마법천자문 2008-08-2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통일전선체, 사면복권, 무서워요. ㅠㅠ

sweetmagic 2008-08-2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조선인 2008-08-2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큐30님, 으하하 님이 얘기하면 안 무서워요.
스윗매직님, 알라딘에서 유행했던 그 어떤 설문보다 지젝 따라하기가 가장 인상적이에요. 누구누구는 어떤 의미로든 나랑 같은 과, 그런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비로그인 2008-08-2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저도!

2008-08-21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8-08-2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 *^^*
속닥님, 제가 아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