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 중 하나가 은퇴 후 소장도서를 바탕으로 자그만 도서관을 만드는 것입니다만
지금은 살기 바쁘니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니까, 마땅한 공간이 없으니까 등등의 핑계를 대며
먼 훗날의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아주 충격적인 기사를 보았습니다.
한 목수가 버스정류장에 조그만 책장을 설치하여 벽 없는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집에 있던 책은 다 없어져 요새는 용돈을 아껴 중고책을 사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 못하고 있다며 부끄러워 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얼굴이 확 붉어졌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제가 꿈을 미루는 동안
그는 물욕을 버리고 명예를 버리고 사재까지 버리며 아름다운 도서관을 가꾸고 있었습니다.
하여 제 꿈에 한 발짝이라도 다가가고 싶어 그에게 몇 권의 중고책을 보냅니다.
혹시 저와 같은 꿈이 있는 분이라면 감히 동참을 부탁 드립니다.
(706-791) 대구 수성구 지산2동 시영2단지아파트 202동 403호 권덕기 귀하
011-9586-3363
--> 수성구 중동 버스 승강장 '행복 도서관'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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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권덕기씨가 3단 책장 남몰래 설치
지금까지 500여권 '채우고 또 채우고'
미반납자 많아 책 분실 많지만 꿋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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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수 권덕기씨가 마련한 중동시장 승강장 행복도서관 옆에서 독서중인 박숙이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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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 바이러스 주는 행복 도서관
한 목수가 있다.
그의 삶은 늘 음습했다. 사람보다 나무토막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낡은 소파도 산뜻하게 고쳐주기도 한다.
대구시 수성구 중동의 한 소파 공장 직원에서 한달 전 독립해 수성구 시지에 어린이 전문 소파점 사장이 됐다. 지난 해 11월 어느 날 그는 자기 삶을 되돌아봤다. 지금껏 자기만 위해 살아온 게 안타까웠다. 형편은 안되지만 남에게 뭔가 뭉클한 거리를 안겨주고 싶었다.
어느 날 싱그러운 아이디어를 짜낸다. 작업장에서 가까운 수성구 중동시장 맞은편 승강장에 60여권의 책을 담을 수 있는 자그마한 3단 책장을 '행복 도서관'이름으로 몰래 설치했다. 책장은 일부러 작은 걸 골랐다. 너무 크면 채우는 게 어려울 것 같았다. 서점에서 교양도서를 자주 샀다. 1주일 한번 꼴 거길 들렸고 지금까지 500여권을 꽂았다.'읽고 싶은 책은 가져가셨다가 다시 꽂아두면 좋겠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스티커도 붙였다.
물론 책장은 24시간 그 자리에 있다. 지붕 달린 승강장이라 비가 와도 책이 젖을 염려가 없다. 승객들은 무인서가에 익숙지 않았지만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차가 오기 전까지 책을 골라 간이 의자에 앉아 읽었다. 뒷 내용이 궁금한 사람들은 책을 들고 승차했다. 미반납자가 많아 점차 책이 부족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사비로 새책을 채워넣었다. 그 목수는 그런 일을 하는 걸 무척 부끄럽게 생각하고 이른 아침이나 심야를 이용해 새책을 꽂았다. 순환 3-1, 349번, 401번, 405번, 564번, 604번 승객 사이에 이 행복 도서관이 조금씩 알려진다.
# 제일 감동먹은 건 빵집 아줌마 박숙이 시인
승강장 바로 뒤에 빵집이 있다.
10여년째 남편과 함께 빵을 구워파는 박숙이 시인. 그녀는 행복 도서관에 너무 감격했다. "덕분에 요즘 시가 잘 낚인다"며 만면에 미소 가득하다. '행복도서관'이란 시도 짓고 가끔 책도 보충해 준다. 비록 작은 책장이라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고 믿었다. 그녀는 손님이 뜸하면 시집을 읽고 그게 무료하면 통유리창 밖 행복 도서관의 책을 끄집어 내 읽는 승객들의 표정을 물끄러미 보는 걸 즐긴다. 박 시인은 행복 도서관 관장을 '의인(義人)'으로 봤다. 그런 어느 날 박 시인이 목수 권덕기씨(40)를 승강장에서 만난다. 목수는 무척 쑥스러워했다. 박 시인은 "명색이 시인이라는 나도 생각하지 못한 뜻 깊은 일을 했는데 지금 내가 시인이란 사실이 참 부끄럽다"면서 권씨한테 감사의 뜻을 피력했다.
박 시인은 이런 훈훈한 미담을 혼자 아는 게 아쉬워 신문·방송사에도 널리 알리고 싶었다. 더불어 "지역의 전 승강장마다 제2, 제3의 행복 도서관이 연발될 수 있도록 언론에서 측면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지의 제보 전화를 걸었다.
'찡한 뉴스'였다.
기자는 즉시 권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달 25일 목수에게 박 시인의 빵집에서 만나자고 청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오전 권씨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 해 겨울부터 자그마한 책장을 한 개 설치해 이런저런 책을 꽂아왔는데 지금은 빈 공간을 채우지 못해 양심상 그 자리에 도저히 참석할 수 없겠다"면서 불참의사를 밝혀왔다. 그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현재 이 행복 도서관이 근처 사람들에게 '행복 바이러스' 구실을 하고 있단다.
#긴급제안!
"대구의 모든 버스승강장에 행복도서관을 설치합시다"
기자도 행복 도서관의 소액주주가 됐다.
서가에 잠자고 있던 책 25권을 갖고가 직접 꽂아줬다. 책으로 헌혈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집에도 안 보는 책이 적잖을 것 같다. 책 바자회라도 벌이면 좋겠다. 기자가 책을 꽂자 한 승객이 다가와 도서관 직원이냐고 물었다. 자초지종을 상세히 전했다. 그랬더니 그 중년 여성도 자기 집에 묵히고 있는 책을 꽂아놓겠다고 약속했다. '책 꽂아주기 운동'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지난 해 '가을편지' 공모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영남일보 위클리 포유가 두 번째 제안을 한다.
꼭 새책이 아니어도 좋다. 안보는 책 중에서 타인에게 도움을 줄 만한 책이 있다면 단 한 권이라도 좋으니 중동시장 승강장 행복도서관에 꽂아주자. 중동교를 건너 황금네거리 방향으로 200m쯤 오른편 승강장에 행복도서관이 있다. 가기 번거롭다면 집 근처 한 승강장을 선택해 직접 서가를 꾸며 가꾸어도 좋을 것 같다. 행복도서관 운동, 'Colorful daegu'의 견인차가 되도록 지원사격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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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중동시장 버스승강장 '행복도서관'보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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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위클리포유 W11면에 보도된 대구시 수성구 중동시장 승강장에 설치된 자그마한 행복 도서관.
그 기사 때문에 많은 분들이 1주간 행복해 했고 위클리포유에 격려 전화도 많이 해줬습니다. 특히 애독자들은 승강장을 졸지에 훈훈하게 만든 작디작은 책장 하나를 '감동의 선물'로 받아들였습니다. 행복 도서관 옆에서 빵집을 꾸려가는 시인 박숙이씨는 졸지에 행복 도서관 지킴이가 돼 승객들에게 가져가지만 말고 집에 묵히고 있는 책을 꽂아줄 것을 당부합니다. 소식을 접한 박주택 시인은 20여권의 시집을 갖고 왔습니다. 몰래 책을 꽂아놓고 가는 분들도 생겨났습니다. 처음 행복 도서관을 만든 목수 권덕기씨는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에 상당히 당황한 모양입니다.
참언론 대구시민연대는 이 기사를 두고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도서관도 좋지만 발길 닿는 곳곳에서 책을 접할 수 있는 소박한 도서관도 맘을 설레게 하는 대상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면서'참좋은 뉴스'로 선정하면서 위클리포유의 행복 도서관 캠페인 성공을 빌어줬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그런데 '옥에 티'가 있습니다. 책을 가져가 읽는 관심만큼 읽고나서 되돌려 주거나 집에 잠자고 있는 책을 가져와 꽂아주는 배려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칫 행복도서관이 고사할 수도 있겠죠. 요즘 행복 도서관이 연일 "책이 고프다"고 호소합니다.
'1사(社) 1 행복도서관 만들기 운동'도 필요할 것 같네요. 동창회 등에서도 참여하세요. 일단 책장이라도 마련해주면 거기에 책을 꽂아 줄 사람이 릴레이식으로 따라 올 겁니다. 1호 행복도서관은 중동교에서 황금네거리 쪽으로 200여m 오른쪽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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