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폭발하던 인구는 환경재해로 인해 멸종의 위기에 직면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거대한 요새를 지어 그 안에 모여살았다.
요새 안 인구의 10%는 우성, 90%는 열성이다.
열성은 우성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나 신체적 장애는 없어
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거나 하급군인이 된다.
부모 중 한 쪽만 열성이어도 자식은 무조건 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우성은 우성끼리만 결혼하며, 임신했을 때 유전자조작으로 열성인자를 배제한다.
물론 열성도 임신했을 때 유전자조작을 하면 우성이 태어나게 할 수 있지만,
육체노동자나 하급군인이 감당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우성은 갈색이나 검은색 눈동자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열성은 흐린 회색의 눈동자를 가지므로 열성인자를 속이는 건 전혀 불가능하다.

나는 열성으로 직업군인이다.
그런데 우연히 나에게 초능력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초능력 양성훈련과정은 오로지 대학에만 개설되어 있는데,
등록금은커녕 입학금만 해도 지난 3년간의 내 월급보다 많다.
혼자서 깨친 유일한 초능력은 눈동자의 색깔을 우성처럼 검은색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 것뿐.

어느새 요새 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한계에 다다랐다.
우성은 열성 군인을 대체할 인조로봇을 생산하기로 하고,
모든 열성 군인을 죽일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다.
이에 반발하여 열성은 쿠데타를 계획하고,
나는 우성으로 변장하여 무기조달과 작전계획 전달을 위한 밀사로 활약했다.
하지만 나의 대대장(중대장 이상은 모두 우성)은 내 모든 행동을 파악하고 있었다.
특이하게 푸른 눈을 가진 그는 나와 동갑이지만
천재적인 두뇌와 강력한 파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쿠데타 세력은 그에 의해 전멸되다시피 하고
나를 비롯해 극소수만 요새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죽음의 땅으로 여겼던 요새 밖이었지만 천신만고 끝에 사막을 가로지른 뒤
폐허가 된 구시가지에 다다라보니 뜻밖에도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
요새의 수용인원을 고려해 아예 입성조차 허락받지 못했던 열성의 후예들인 것이다.
구시가지의 열성이 언젠가는 요새로 처들어올 것이라고 두려워해
우성들은 시시때때로 구시가지에 폭격과 공습을 감행하곤 한다.
나는 구시가지의 자위대에 합류하게 되고 실전 위주의 훈련을 통해 초능력도 배양하게 된다.
그래봤자 1-2미터도 안 되는 공간이동과 투시력 수준이긴 하지만...

그러던 어느날.
우성들이 빗발같은 폭격에 뒤이어 바로 인조로봇을 동원해 대대적인 섬멸작전을 개시하였다.
하지만 초능력에 기반한 우리의 게릴라 전술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어
우리는 인조로봇 대부분을 처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대장이 나타나자 나를 제외한 모든 부대원이 전멸하게 되고,
이 후 내가 움직이는 곳마다 대대장이 나타나 나를 제외한 모든 열성을 전멸시키곤 했다.
나는 더 이상 혼자 살아남는 건 견딜 수 없다고 나도 죽여달라고 울부짖지만,
그는 나랑 노는 게 재밌다며 유유히 사라진다.
난 과연 구시가지로 돌아가야 되나 혼자 사막에서 살아야하나 고민하다 잠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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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1-2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전에 무슨 영화보셨는지 빨리 기억해내세요. ㅎㅎ

Mephistopheles 2008-01-27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몽의 갈리셨군요..허헛..

웽스북스 2008-01-27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내용의 연극을 봤던 기억이 ^_^

sweetmagic 2008-01-27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는 어제 밤에 지구를 지켜야 했어요.
무슨 보물 같은 여러가지 도구 들을 찾아 조립 합체를 시켜서 뭔가로 부터의 공격을 막는 임무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람들을 모으고 고뇌하고...
결국 그 보물은 어떤 바닷가 모래 사장 (밀물 썰물 때문에 드러났다 사라졌다 하는...)에 비밀지도 밑에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구요.
모은 사람들 중에 무섭다고 더 이상 못 하겠다고 집으로 그냥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사람을 꼬옥 안아주며 차비 챙겨 주고..(ㅋㅋ)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옆지기가 파리 잡는다고 궁댕이를 내리 치는 바람에 으악! 하면서 일어났어요.

조선인 2008-01-2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요새 가장 많이 본 영화는 로보트 태권브이인데요.
메피스토펠레스님, 총몽은 너무 잔인해 보다가 말았어요.
웬디양님, 연극까지 있군요. ^^
스윗매직님, 아, 우리는 왜 밤에도 이렇게 바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