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0 그룹웨어에서 연말정산 제출 마감일이라는 걸 확인한 뒤 급한 메일이랑 업무부터 처리했다.
09:30 국세청 사이트에 들어가서 감탄해줬다.
교육비와 기부금만 따로 서류를 챙기면 되다니 이 얼마나 기쁠소냐.
10:00 인쇄물을 제출하려다 퇴짜 맞았다.
그룹웨어에도 항목별로 등록해야 한단다. 국세청에서 요구하는 양식이 따로 있다나?
10:15 그룹웨어에 등록하다가 깨달았다.
의료비의 경우 항목별로 다 입력해야 한다는 것을.
더 이상 이중공제가 안 되기 때문에 의료비 또는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카드로 낸 것과 현금으로 낸 것을 합해야 3%가 넘기 때문에 의료비를 선택한 게 실수였다.
현금 기준 20군데는 그나마 옮겨적으면 된다.
문제는 카드로 낸 곳인데 인터넷 상으로는 6개월 이상 지난 곳은 조회가 안 되어
사방팔방에 전화하기 시작했는데...
13:40 결국 의료비 공제를 포기하고 카드공제만 제출한 뒤 음모론을 검색하고 있다.
조회 안 되는 항목이라면 몰라도 국세청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금액은
이미 해당 사업자가 다 신고한 금액이라는 건데,
굳이 따로 개인이 신고해야만 연말정산이 되는 이유가 무엇이더냐?
딱히 검색되는 자료가 없으니 나라도 음모설을 만들어야겠다.
1. 전국민 두뇌훈련 프로젝트설
발달해가는 디지털 기술에 반비례하고 있는 산수실력과 암기력을 다시 진화시켜
핵폭풍이나 밀레니엄 버그 등으로 인하여 다시 아날로그로 환원해야 하는 시점에 대비하는
궁극의 서바이벌 프로젝트.
2. 유한킴벌리 유착설
비록 문국현은 대선에 실패했으나
지구온난화에 대비하여 탄소거래권을 가진 유한킴벌리에 대한 정치적 비호를 위해
있는 전산자료 놔두고 굳이 종이문서를 제출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최대한 입력난이도를 높여 파지를 양산시켜 유한킴벌리의 주가 상승을 유도하고,
이를 이명박의 경제살리기 및 포용정치로 홍보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 술수.
3. 가장 유력한 설. 세금부국강병설.
일단 거둔 세금은 돌려줄 수 없다는 국세청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난이도 최상 유지는 기본이요,
매년 해당 서류와 항목을 변경시켜 누구도 소득공제에 쉽게 적응할 수 없도록 하여
납세자들이 자진해서 소득공제를 포기하도록 유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