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바삐 벗어나고 싶은 땡볕에 아이가 주춤주춤 걷는 걸 내가 짜증내는 동안이 아이에겐 나비의 팔랑팔랑 날개짓에 매혹되는 순간이었나 보다. '저거봐'라는 손짓에 뒤늦게서야 눈길을 돌려봤지만 찰나 확인한 건 작고 검은 날개뿐.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이름을 묻는 딸래미에게 '부전나비'일 거라고 둘러댔다.

마로: 호랑나비는 호랑이 무늬가 있고, 배추흰나비는 흰색인데. 부전나비는 왜 부전나비일까?
나: 글쎄, 엄마는 모르겠는걸.
마로: 혹시 두부전을 먹을 땐 살포시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살포시 날라다니니까 부전나비일까?
나: (속으로만 푸하하하하) 그건 아닐 꺼 같은데.
마로: 아니면 발자거를 타면 어려워서 비틀거리는데, 비틀비틀 날아서 부전나비일까?
나: (더 이상 못참고 푸하하하하) 두전나비가 아니라 부전나비인데?
마로: (단단히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난 열심히 생각하는데 왜 엄마는 생각을 안 해? 난 자꾸자꾸 생각을 해서 2개도 생각한단 말이야. 빨리 생각해 봐!



뱀꼬리 1: 다행히 부전나비는 맞는 듯 하다. 정확히는 산부전나비
뱀꼬리 2: 부전-계집아이들의 노리개의 한가지로 색 헝겊을 둥글거나 병모양 같이 만들어서 두 쪽을 맞대고 수를 놓기도 하며 다른 빛의 헝겊으로 알록달록하게 바르기도 하여 끈을 매어 차고 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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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8-2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를 닮은 나비라는 뜻이란다 마로야...한자 사자성어로 父傳子傳 이라고 한단다.
(말이 되냐 말이..!)

조선인 2007-08-2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펠레스님, 흐음, 흥!

아영엄마 2007-08-2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 말처럼 "열심히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겄어요~. 엄마도 빨리 생각해 보세요! ^^

조선인 2007-08-2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전 열심히 검색했다구요, 봐주세요. ㅎㅎㅎ

네꼬 2007-08-27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아우 귀여워. 아우 귀여워. 최근 들은 얘기중 제일 귀여운 얘기예요. 두부전. 아하하하하하하하. 저 이거 찜해 갈래요. 물론 추천! 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07-08-28 19:33   좋아요 0 | URL
확실히 네꼬님은 마로와 딱 맞는 듯 합니다.=3=3=3=3=3
(욕일까 칭찬일까...욕일까 칭찬일까..)

조선인 2007-08-28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헤헤 즐거워하시니 다행입니다. 전 유머감각이라곤 손톱만치도 없는데, 아이들 덕분에 웃음을 드렸다니 무척 기쁘네요.

水巖 2007-08-2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전-나비 :<명> ①부전나비과에 딸린 나비를 통틀어 이르는 말. ②작은 나비로 편 날개 24~36㎜이고 여름철에 산이나 들에 날아다님. 암수에 따라 빛깔이 다름. 수컷은 날개의 앞면이 자청색, 암컷은 암갈색임. 온 세계에 3천여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부전나비,고운점박이 푸른부전나비, 담흑부전나비,뾰죽부전나비가 있음.
노리개와는 별개의 명사인것 같군요.

水巖 2007-08-2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리말 → 부:전 노리개, 부:전조개 ①사물이 빈틈없이 서로 꼭 들어맞는 것을 가르키는 말.②'의 가 좋은 모양'을 이르는 말.
부:전 노리개에서 보듯 좌우 대칭이 되어 이맞듯이 맞는 모양, 서로 같은 모양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겠군요.

조선인 2007-08-28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암님, 상세하게 댓글 달아주셔서 고마워요. 부전나비의 유래가 부전노리개에서 나왔다는 건 고 석주명 박사의 책에서 찾아냈어요. 아마 석박사님이 '부전'의 뜻은 모르고 부전노리개의 알록달록함만 아셨나보네요.

책향기 2007-08-29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 너무 귀엽네요. 저 나비가 부전나비라는건 처음 알았어요. 부전노리개에 대한것도 처음 알았구요...아... 배움은 역쉬 끝이 없어!!

마노아 2007-08-29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런 마로! 엄마가 마로의 자세(?)를 배워야겠군요. 그나저나 조선인님도 대단하십니다. 그걸 다 아시고^^ㅎㅎㅎ

조선인 2007-08-29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향기님, 딸래미 때문에 배우는 게 많아요. 며칠 전에는 포도마다 왜 껍질 색이 틀리냐고 가르쳐달라고 하는 바람에, 식물의 보라색을 내는 색소는 '안토시아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ㅋㅋ
마노아님, 다 구글링 덕분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