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바삐 벗어나고 싶은 땡볕에 아이가 주춤주춤 걷는 걸 내가 짜증내는 동안이 아이에겐 나비의 팔랑팔랑 날개짓에 매혹되는 순간이었나 보다. '저거봐'라는 손짓에 뒤늦게서야 눈길을 돌려봤지만 찰나 확인한 건 작고 검은 날개뿐.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이름을 묻는 딸래미에게 '부전나비'일 거라고 둘러댔다.
마로: 호랑나비는 호랑이 무늬가 있고, 배추흰나비는 흰색인데. 부전나비는 왜 부전나비일까?
나: 글쎄, 엄마는 모르겠는걸.
마로: 혹시 두부전을 먹을 땐 살포시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살포시 날라다니니까 부전나비일까?
나: (속으로만 푸하하하하) 그건 아닐 꺼 같은데.
마로: 아니면 두발자전거를 타면 어려워서 비틀거리는데, 비틀비틀 날아서 부전나비일까?
나: (더 이상 못참고 푸하하하하) 두전나비가 아니라 부전나비인데?
마로: (단단히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난 열심히 생각하는데 왜 엄마는 생각을 안 해? 난 자꾸자꾸 생각을 해서 2개도 생각한단 말이야. 빨리 생각해 봐!
뱀꼬리 1: 다행히 부전나비는 맞는 듯 하다. 정확히는 산부전나비
뱀꼬리 2: 부전-계집아이들의 노리개의 한가지로 색 헝겊을 둥글거나 병모양 같이 만들어서 두 쪽을 맞대고 수를 놓기도 하며 다른 빛의 헝겊으로 알록달록하게 바르기도 하여 끈을 매어 차고 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