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맑음 - 쓰레기더미에서 피어난 꽃, 지라니합창단 이야기
지라니문화사업단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토록 후회스러운 일이 있을까. 책을 읽고 난 직후, 인터넷을 통해 지라니합창단을 검색해 보았다. 5일 출국했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아쉬운 마음에 후회스러움이 자리한다. 조금 더 일찍 읽었더라면, 만나볼 수 있었을 텐데...책 뒤에 첨부된 노래를 들으며, 아...이 감동의 노랫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을 텐데...하는 때늦은 후회였다.

먼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케냐의 어린이들. 한국의 민요를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한국인 임태종 목사의 케냐 방문기는 하나의 부름과도 같았다. 오랫동안 목회자로서 활동하던 그는 케냐의 고로고초 마을을 방문했을 때, 쓰레기 더미 속에 파묻혀 삶의 희망마저 잃어버린 듯한 케냐의 아이들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일 년 내내 쓰레기를 태우는 검은 연기와 먼지로 뒤덮여 있다고 하여, 스와힐리어로 '쓰레기'를 뜻하는 '고로고초'가 마을 이름이 된 곳...그곳에서의 삶은 쓰레기를 뒤지는 돼지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고, 하나님의 자녀인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삶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이것이 하나니의 쓰심이라 믿고 그들에게 희망이라는 노래를 선사하고 싶었던 임태종 목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합창단 만들기에 온힘을 들이며 지라니 합창단 활동을 시작한다.

‘지라니’, 즉 스와힐리어로 좋은 이웃이라는 뜻의 합창단의 결성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배고픔이 먼저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합창단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좋은 것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을 물론이다. 지휘자를 찾는 일, 현지 교사를 물색하는 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배타적인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일, 그리고 이외의 여건과 비용 등등이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이것이 희망을 잃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일이라 믿었으므로.

계이름조차 모르고, 줄조차 제대로 설 수 없던 아이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도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차차 변하기 시작한 것은 하나의 희망이었다. 자존감이 없고 목표도 없던 아이들이 점차 합창단의 단원으로서 한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축복과도 같았다. 케냐에서의 공연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고, 이후 케냐 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에는 한국, 미국에서의 순회공연까지 이들의 공연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감동을 주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여겼던 시작이었지만, 정성과 노력은 희망을 안겨주었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이들의 노래가 듣는 이들로 하여금 희망을 배우게 한다는 점이었다. 케냐의 빈민촌에서 온 아이들의 노래라 하여 처음에는 주고자 하는 의도로 공연장을 찾은 이들은 이들에게서 배우고 돌아가는 일이 더 많았다.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과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주는 감동은 많은 사람들의 눈가를 적시게 했던 것이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기란, 어떠한 일보다 어렵다는 것을 안다. ‘고로고초’의 아이들이 희망을 노래하기까지 그 힘든 여정을 함께 해준 ‘지라니’문화 사업단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희망의 노래를 통해 아이들이 자라고 어른이 되는 동안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가난과 부조리의 굴레가 끊이지 않는 땅, 불안한 정치로 365일 내전의 위협에 휩싸인 땅. 바로 이 아이들이 그 땅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이었고, 21세기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그 아이들의 노래를 통해 희망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상황에서도 결코 놓지 말아야 할 끈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p.2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