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큰 놀이터다 - 화랑세기에서 배우다, 소통편
김정산 지음 / 예담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경영 책의 부류가 범람하는 시대다. 그야말로 성공에 목마른 시대라고 볼 수 있는데, 우선 그 목적지를 아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성공의 종착 지점을 찾게 해줄 자기경영 책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인생이란 것이 고독하지만 혼자 갈 수 있는 길이 아니 듯 나의 경영에서 한 걸음 나아가 타인의 것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나와 타인이 상생하도록 하여 결국은 인생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인생경영이라 할 만 하겠다.

표지를 보고 또한 책 소개를 통해 유추해 낸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신라의 화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화랑도가 나타나게 된 배경이 된 인물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은 화랑의 1대 풍월주 ‘위화’와 그 시대를 살던 이들의 모습을 담는다. 법흥제가 다스리던 신라의 모습이 주요 배경이 된다. 화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덕에 전쟁을 담은 책인 줄 예상했었고, 요즈음 출판되어 나오는 팩션 소설처럼 추리물인 줄 알았지만,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였다.

위화라는 인물은 신라 비처제 시기에 누이를 궁 안으로 들이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세간의 이런 평과는 달리 인물 자체의 남다름 때문에 비처제의 마복 칠성과도 교우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훗날 법흥제가 되면서 신라 왕궁과의 인연을 이어나가게 되지만, 평생 말단 관직마저 차고 있지 못할 정도로 매이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풍류를 좇아 살아감이 마치 한량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당대 누구보다 많은 인기를 누린다.

그를 우상처럼 여기며 좇는 무리는 특정한 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든 이었으며 법흥제의 노여움을 사 궁 출입을 하지 못하게 된 이후에도 지속된다. 죽는 날까지 이어지는 이러한 좇음은 그의 일생이 얼마나 풍요롭고 살만한 것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그의 인생은 행복하다 할 만한 것이었다. 욕심을 내지 않는 것, 순리를 따르는 것, 역지사지 하여 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것.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것. 이는 모두 풍류다. 풍류를 아는 자만이 인생을 얻는다는 말이겠다.

법화는 이런 위화를 두고 누구를 만나든 어디에서든 막힘이 없고 거리낌도 없는 무장무애함의 덕목을 갖추었노라고 평한다. 욕심이 없기 때문에 바라는 것이 없고 남을 속이지 않게 된다는 점을 높이 산 평가다. 거짓이 없는 관계는 신의를 만들어 더 큰 관계맺음을 가져온다. 풍류를 아는 이로도 평가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풍류인데, 달리 이야기하자면 누구하고도 소통할 수 있는 마력을 지닌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의란 모두 맑은 바탕에서 나온다. 심성이 맑아야 뜻이 맑고, 뜻이 맑아야 인심과 천심을 두루 헤아릴 수 있다. 그것을 달리 표현한 것이 풍류다....삶과 인간의 격을 높이는 멋있는 것들은 전부 풍류다. 풍류를 아는 사람만이 대의를 깨달을 수 있고, 대의를 깨닫는 사람만이 세상을 움직인다. p.77"

“비록 충효와 우애가 중하긴 하지만 거기엔 큰 원칙이 있습니다. 임금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충은 충이 아니고, 부모를 먼저 생각하지 않는 효는 효가 아닙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사귀는 벗이 어찌 참다운 벗이며, 상대의 처지와 형편을 헤아리지 않는 사랑을 어찌 진정한 사랑이라고 하겠습니까? “하루아침에 얻은 것은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렵게 얻은 것은 잃기도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위화는 풍류란 순리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바라지 않는 것이 우선이고 역지사지가 중요함을 알았던 그는 관계맺음에 있어서 신중했다. 이뿐 아니다. 그를 지탱 한 것은 긍정적인 마인드였다. 생각과 처신의 다름은 인생도 다르게 경영됨을 확인하게 한다.

한평생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왕마저도 꼭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님을 안다. 가난하였지만 평생 행복한 이들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인생을 사는 방법이 궁금해진다. 이 책을 그에 대한 해답을 들려준다. 위화의 모습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되기도 하고 법화가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깨우치기도 했다. 사람이 한평생 후회 없이 산다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단순히 볼수록 밝아져 옴을 알게 된다.

풍류는 소통의 전제조건이 된다. 소통하기 위해서 풍류를 알아야 한다. 풍류를 알고 몸소 실천한 위화의 일생은 곧 세상을 움직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풍류의 가르침을 얻은 낭도들이 삼국을 통일하고 새 시대를 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을 풍요롭게 경영하고픈 이들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아주 강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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