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정병선 옮김 / 돌베개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전염볌의 사회적 생산』이라는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주고 있다. 조류독감이 우리 나라에서 주목받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전염병이기 때문에 나 또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전염병이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신문지상이나 언론 보도가 최근 광우병 파동에 묻혀 수그러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전에는 심각한 전염병임을 대대적으로 대중에게 알린 적이 있어 그 피해를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무지에 의한 공포의 확산이 더 큰 걱정거리라고 여긴 나는 알고라도 있어야 대처도 한다라는 생각을 하던 터였기에 책 내용이 다소 학문적인 부분으로 인해 어렵긴 하되 열의가 적었던 것은 아니었다.

 서문에서는 대재앙의 개인화를 통한 일화를 통해 조류독감의 치명적이고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세계대전이나 홀로코스트 그리고 최근 쓰촨성의 대지진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숫자의 많음과는 달리 다른 종에 비해 대재앙에 대한 슬픔이 부재하다. 조류독감의 피해 또한 마찬가지이고, 그렇기에 시의적절한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타이 스리솜분의 두 모녀의 비극을 통해 재앙을 개인화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큰 성공을 이루리라 짐작하한다.

 저자는 조류독감의 생성과정과 변형과정을 학문적으로 설명하되 대다수 독자가 학자나 연구자가 아닌 상황을 감안한 듯, 논리적이면서 다소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일관된 주장을 감지하기는 어렵지 않다. 

 우선 조류독감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책 내용의 요약이 불가피하리라 생각한다. 조류독감이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다시피 조류의 몸속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조류독감이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 생성은 수십만, 또는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하고 있는 현상이었다. 분류를 한다면 인플루엔자는 크게 A, B, C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B, C는 인간 집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감기다. 인플루엔자 A는 보유 숙주가 오리와 물새류로서 해마다 아미노산을 바꾸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한 변종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조류의 창자 속에 존재하던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질 경우 세계적인 대유행병을 막을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저자의 말대로 수백만 년 전부터 존재해 오던 이 조류독감이 현재의 우리에게 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야생 조류의 접촉가능성이 수없이 확대되어왔다는 점, 또한 세계적인 농업방식에 의한 집단 사육으로 말미암아 조류간, 조류-돼지간의 독감이 확산되었다는 점을 미리 짐작할 수 있다. 조류에 의한 독감은 돼지를 숙주로 하여 변형되어 인간에게 옮기거나, 바이러스가 바로 인간을 숙주로 하는 변형 독감으로 나타난 몇 가지 사건으로 말미암아 위험성이 감지되었다. 아시아의 인구 밀도가 높은 중국 남부 지방과 홍콩 연안의 조류독감 발병은 세계화의 결과 인구이동에 따라 전 세계 지역으로의 이동이 불가피 하다. 뿐만 아니라 축산업의 혁명이라고도 불리울만한 집단 사육방식은 세계 곳곳의 위험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류독감 위기의 핵심은, 저자의 말대로 지구적 규모의 농업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생태적 조건에 확고하게 적응한 치명적인 변종 독감이 새로운 유전자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곳은 아마도 산업화로 인해 인간의 밀집 지역이 되어버린 도시와 그보다 열악한 환경의 도시의 슬럼가가 될 것이다.

 저자의 일관된 주장은 그동안 조류독감의 위험성은 정부와 정치인들의 정치에 이용되어 왔고, 그 이해관계 속에서 그 위험성이 인위적으로 축소되어 왔다는 것이라는데, 지금도 이 변형된 인플루엔자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가는 언제 또 1918년의 악몽이 재현될지 모르리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의 의도는 그러한 모습을 바꾸기 위해 세계의 독자들이 알고 그 때를 예방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조류독감의 아형의 돌연변이는 학자들도 인정한 바 있듯이 지나치게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으며, 스위스 제약회사의 독점적인 지위 때문에 타미플루의 대량생산도 불가능 하다는 것. 산업화의 결과로 나타난 도시 슬럼가를 벌목하듯 밀어낼 수도 없다는 점이다.

 책을 손에서 놓은 지금도 처음 책을 집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착잡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저자의 경고대로 무시무시한 전염병의 유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란 이토록 없는 것인가 말이다. 잘 먹고 잘 쉬어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밖에는 남아있지 않은 지금 우리는 또 먹을 것에 대한 걱정과 위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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