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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1집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 / 반도음반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예전에 레코드로 가졌던 음반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 음반을 cd로 새로 구입해서 들으니 그 기분이 이상하군요.턴테이블에 그들의 음반을 올려놓앗을 때 흘러나오는 '난 알아요'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거의 충격에 가까울 정도로 그의 음악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여기서 그룹임에도 '그'라고 칭한 것은 이들의 모든 음악은 서태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참 댄스와 발라드 음악으로 양분화되어 있던 가요계에 그들이 '난 알아요'라는 여태까지의 음악과는 사뭇 다른 음악을 들고 나왔을 때 앞으로 음악계를 서태지란 인물이 평정하게 될거라고는 가능성을 인정하기에는 충분하였습니다.
색서폰의 이정식,기타의 손무현,신대철,백 보컬의 김종서,장혜진 등 내노라하는 뮤지션들이 이 신출내기 가수의 데뷰앨범에 게스트로 참여한 걸 보면 분명 뭔가 저지를것 같은 가수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
1. 첫번째 트랙에 수록된 "yo! taiji!" 라는 37초짜리 음악으로 대중들을 자신의 음악세계로 끌어들이는 건 분명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신출내기의 대담함이 엿보입니다
2. "난 알아요"에서 보여준 댄스리듬에 과감한 헤비메탈의 도입,그리고 랩은 당시 댄스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에 새로움을 불어넣어주는 획기적인 음악이었습니다.이 점은 어찌보면 서태지가 시나위라는 헤비메탈 그룹을 거쳐온 이력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3. "환상속의 그대"의 도입부에서 보여준 신서사이저의 연주와 하이 옥타브를 자랑하는 김종서의 백 보컬,중간부분에서의 연주부분은 이 음악이 단순한 댄스음악이 아니란 걸 보여줍니다.
4. "너와 함께한 시간속에서"에서는 서태지의 음색과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곡이 아닐까 합니다.이정식의 색서폰연주와 함께 나즈막하게 깔리는 건반악기 소리는 재즈적인 색채가 강하게 풍겨옵니다.
5. "이 밤이 깊어가지만"은 양현석이 유일하게 작사를 한 곡이기도 하고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이주노의 랩과 샘플링이 멋들어진 곡이었습니다.이 곡 역시 발라드 곡이어서인지 이정식의 색서폰연주가 등장하는데 이 음반 전체를 통하여 다른 댄스음반과 다른 점이라면 기타의 헤비한 연주부분과 이정식의 이 색서폰연주일겁니다.
6."내 모든것"은 라이브 분위기를 살려서 만들어진 곡인데 짧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의 중간에 손무현의 기타연주 부분을 과감하게 넣은 것은 서태지가 자신의 음악에서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과감하게 보여준 것이 아닐가 합니다
7. "이제는"은 이 음반에 수록된 곡중에서 가장 조용한 곡이기도 하지만 연주시간이 제일 긴 곡이기도 합니다.앞서의 독특한 곡들과는 달리 발라드의 전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곡입니다
8."blind love"는 난 알아요의 영어버젼인데 총 10곡중에서 이곡과 첫번째 프롤로그,마지막의 연주음악을 빼면 7곡밖에 되지 않는데 이건 신인가수로서는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도박(?)이 아닐까 합니다.데뷰앨범에는 되도록이면 많은 곡을 수록하여 인기를 얻어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말입니다.
9.록 앤 롤 댄스는 무엇보다 신대철의 기타연주가 빛을 발하는 음악입니다.댄스음악에 이토록 장시간의 기타연주를 넣는다는건 모험이나 다름없는 시도입니다.곡 제목처럼 록 앤 롤에 맞추어 신나게 몸을 흔들기에 좋은 곡입니다.
10."missing"은 이 음반의 마지막트랙에 실린 1분 7초짜리 곡인데 제목처럼 서태지의 음악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려는 의도에서인지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소리의 효과음이 곧 다가올 그들의 새로운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합니다
서태지의 음악이 댄스음악에다가 교묘하게 상술을 덧입혀서 10대들만이 이 음악의 소비자로 되게 하였다고 하면서 그의 음악에 대한 편협성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지만 분명 그는 90년대 음악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켰으며 침체일로에 있던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넣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우리의 대중음악이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기는 하지만 서태지처럼 서구의 팝음악에다가 자신만이 가진 음악적 색깔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낸 점은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한다는 것은 그만큼 큰 실패라는 위험부담을 안고 작업을 하는 것인만큼 신인가수가 데뷰앨범에서 기존의 곡들이 가진 일정한 방식을 따름으로써 안정을 추구하기보다는 뭔가 새로운것을 시도하였다는 것은 거기서 나온 결과물이 작든 크든 일단 좋은 평가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대중음악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