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오르제 피아노 앙상블 -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집 (Studio Ghibli)
카를 오르제 피아노 앙상블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지브리 스튜디오’하면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가 연상된다. 서구의 애니메이션이나 일본 내의 다른 저패니메이션과 달리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발표한 작품들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가슴 따뜻하고 정감넘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애니메이션의 배경음악도 대체적으로 밝고 편안하면서도 부드러운 곡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배경음악이 재즈와 만난다면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까. 이 음반은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일본이 재즈강국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일이다. 일본은 자국 뮤지션 뿐만 아니라 외국 그 중에서도 북구의 뮤지션들과도 작업을 같이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이번에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음악을 재즈 풍으로 재해석한 카를 오르제도 스웨덴의 재즈 피아니스트다. 그는 이전에 한국 드라마 음악을 연주한 ‘Sincere'라는 앨범을 일본에서 발매하기도 한 전력이 있다. 이번 앨범에서 카를 오르제가 들려주는 음악은 재즈적인 터치가 강하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뉴 에이지 내지는 클래식 소품같다는 느낌이다.

1.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Always with Me
엔딩 곡으로 원곡은 기무라 유미가 불렀던 곡이다. 재즈라기 보다는 오히려 뉴 에이지 계열에 가깝게 편곡이 되었다. 특히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는 듯한 앙증맞은 피아노 선율은, 이 앨범의 자켓 만큼이나 푸르고 시원스럽게 다가오는 곡이다.

2. 바다가 들린다 - If I can be an Ocean
나가타 시게루가 작곡하고 사카모토 요코가 불렀던 곡으로, 피아노와 현악기들이 만들어 내는 조화는, 사람을 아주 편안하게 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3. 이웃집 토토로 - Stroll - The Opening Song

이노우에 아스미가 불렀던 오프닝 곡 ‘산보’를 편곡한 곡인데, 마치 경쾌하게 거리를 거니는 주인공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드럼 비트로 시작하여, 귀여운 느낌의 클라리넷과 트럼펫이 등장하여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마지막 부분에서 피아노의 끝맺음이 무척 앙증맞다.

4. 이웃집 토토로 - My Neighbor Totoro
히사이시 조의 탁월한 작곡 실력과 이노우에 아즈미의 청량한 목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이웃집의 토토로’라고 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경쾌한 곡이다. 보사노바 리듬이 현악기와 어울려 원곡과는 또 다른 맛을 전해준다.

5. 천공의 성 라퓨타 - Carrying You
이 곡도 히사이시 조가 이노우에 아즈미와 손을 잡았던 곡으로,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프렌치 혼 등 관악기와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재즈보다는 오히려 클래식 소품같다는 느낌을 주는 곡이다.

6. 원령공주 (모노노케 히메) - Princess Mononoke
영화의 엔딩에서 카운터 테너 요시키즈 메라가 불렀던 곡인데, 오르제는 피아노 5중주 형식으로 소화해 내고 있다. 클래식 소품 내지는 뉴 에이지 음악의 느낌이 강하게 배어나오는 곡이다.

7. 마녀 배달부 키키 - Been Enveloped by Tenderness
원곡은 히사이시 조가 작곡하고 이라이 유미가 불렀는데,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곡이었다.오르제는 피아노와 드럼, 베이스를 기본으로 하여 나른한 오후 가벼이 불어오는 미풍 마냥 상쾌한 재즈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8.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Symbol Theme Song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곡이 진행되는데, 원곡에서 히사이시 조가 보여 주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새로운 형식으로 연주하는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통통 튀는 듯한 카를 오르제의 피아노 소리가 무척 듣기 좋다.

9. 고양이의 보은 - Become The Wind
원곡은 노미 유우지가 작곡하고 츠치 아야노가 불렀는데, 오르제는 자신의 피아노를 전면에 내세워, 드럼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스윙감 넘치는 경쾌한 곡으로 만들었다.

10. 붉은 돼지 - Le Temps des Cerises
원곡은 앙드완 르나르가 곡을 쓰고, 장 바티스트 클레망이 가사를 붙인 ‘체리의 계절’이라는 샹송이라고 한다. 오르제는 첼로를 전면에 내세워 애잔하고 슬픈 멜로디를 들려주고 있는데, 마치 슈베르트의 연가곡을 듣는 느낌이다.

11. 붉은 돼지 - Once in a While, Talk of the Old Days
영화에서 가도 도키코가 부른 엔딩 곡으로, 피아노 5중주의 따스하고 정감넘치는 사운드는 원곡이 가지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오르제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편곡하여 마치 새로운 곡으로 탄생한 것 같다.

12. 귀를 기울이면 - Take Me Home, Country Road
너무나도 유명한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가 주제가로 사용되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미국의 컨추리 음악이 사용되었다는 자체가 의외였던 선곡으로, 오르제의 피아노는 경쾌하고 밝은 느낌인 반면, 현악 파트는 무척 서글프게 다가온다.

13. 반딧불의 묘 - Home Sweet Home
영화의 주제와 잘 어울리는(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 애니메이션에서 2차 대전에 대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시선은 동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비숍의 ‘Home Sweet Home’은 학창시절 누구나가 한 번쯤은 흥얼거렸던 노래일 것이다. 오르제가 무반주 피아노 솔로로 들려주는데, 아련한 학창시절의 추억 속으로 잠기게 한다.

14. 하울의 움직이는 성 - The Promise of the World
일본의 원로 배우이자 가수인 바이쇼 치에코가 불렀던 ‘세계의 약속’을 오르제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같은 목관악기와 피아노로 소화해내고 있다. 목관악기가 주로 쓰여서인지 목가적이고 편안하게 와닿는다.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메인 테마와 유사한 느낌이다. 아마도 두 곡 모두 목관악기가 많이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부담없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로 가득하다. 리메이크 곡들은 원곡들이 가진 인지도로 인해 자칫 원곡과 대비되어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아 리메이크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원곡을 훼손하지 않고 원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소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카를 오르제는 그런면에서 원곡이 가지는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잘 접목하고 있는 것 같다. 재즈로 편곡하고 있지만 재즈적인 터치에 치우치기 보다는, 앙상블이 가지는 분위기를 잘 이용하여 클래식 소품을 듣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여, 원곡에서 느낄 수 없는 맛깔스러운 분위기가 여기저기서 배어나오게 하는 분위기있는 음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hayne Ward - Shayne Ward
쉐인 워드 (Shayne Ward)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쉐인 워드.

생소한 뮤지션이었다. 그런데 음악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친숙한 멜로디였다. 아니나 다를까 웨스트라이프의 작사․작곡자들이 곡을 담당하였다고 한다. 영국 인기 스타 발굴 프로인 X-Factor의 2005년 우승자답게 신인같지 않은 걸출한 보컬 솜씨를 들려준다.

싱글 커트된 That's My Goal은 영국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이 판매된 싱글이라고 한다. 시원 시원하고 호소력 짙은 보컬은 처음 들어도 금새 귀에 쏙 들어올 정도다.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이 피아노, 기타 등의 어쿠스틱 악기를 기본으로 하여, 풍부한 현악 사운드를 바탕으로, 기승전결이 뚜렷한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요즘 알앤비, 힙합, 아니면 일렉트로니카 등이 유행하는 틈새에서 정통 스탠더드 팝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10대를 겨냥한 음악이지만 음악 자체가 편안하게 들을 수 있어서 발라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쉐인 워드의 보컬에 금새 매력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이 음반의 단점이라면 대부분의 곡들이 유명 프로듀서들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잘 만들어진 곡이라는 느낌은 들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형화된 틀에 맞추어서 만들어낸 곡이라는 느낌과 함께, 노래는 잘 부르지만 쉐인 워드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색깔의 보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곡의 분위기가 비슷비슷해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No Promise에서는 가스펠 창법을 구사하는가 하면, Nest To Me에서는 빠른 비트의 곡을 선 보이는 등, 스탠더드한 느낌을 탈피하기 위해 곡구성에 있어 다양성을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특히 이 앨범에서는 많은 선배 뮤지션들의 곡을 리메이크하고 있는데, 앨앤비 듀오인 케이-시 앤 조조의 All My Life와 호주 밴드인 무빙 픽처스의 What About Love, 웨스트라이프의 I Cry,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Back At One 등이 바로 그 곡들이다. 쉐인 워드의 젊고 풋풋하면서 시원스런 보컬은, 원곡이 가진 맛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요즘 마케팅에 의해 가수가 뜨고 지고 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되고 있다. 가수들의 연령은 음악의 주소비자층이 10대 내지는 20대라는 점을 감안해 점점 하향화되고 있고 있어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쉐인 워드도 이 앨범에서와 같이 단순히 노래 잘하는 미소년이라는 점을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제작사의 기획 의도 아래 만들어진 또 한 명의 반짝 가수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7-01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시원시원하다는 말이 맞는 가수 인듯해요 .. 소개글로 찾아 봤는데 시원시원하네요..
^ ^
 
흔들리는 디케의 저울 - 기업경영과 법관의 법 SERI 연구에세이 70
전삼현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에 삼성 그룹의 임원들이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편법증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 되었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법원이 예전과 같이 큰 이변이 없으면 무죄판결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예상을 뒤업고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다만 삼성 임원진들에 대한 것이어서 삼성 그룹이 어떻게 대응할 지가 주목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삼성 그룹과 같이 대기업의 기업경영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져 형사사건화 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최근들어 법개정으로 소액주주들의 권한이 커지면서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세계화의 파고가 더없이 거세지면서 이러한 기업경영과 관련한 분쟁이 더욱 많이 발생할 조짐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기업경영에 대하여 법원이 어느 정도까지 판단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고 하겠다. 기업경영이라는 부분이 어떤 객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어서 자로 재듯이 판결하기가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기업경영에 대하여 법관이 판단한 판시 내용은 실질적으로는 법으로서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기업경영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 즉 분식회계, M&A, 주식교환, 전환사채 발행, 풋옵션 거래, 내부자거래, 부당대출 등에 대한 판례를 소개하고, 법원의 경향에 대한 지은이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지은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 디케의 동상을 보면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디케상에서 칼만 보아온 것은 아닌지 반문하며, 법관은 기업경영에 관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국가경제라는 법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는 저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그간 우리사회에서 기업들이 보여준 행태와 관련하여 국민들 사이에 형성된 감정(?)에 대한 고려없이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만약 국가경제라는 법익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에 초점을 맞춘다면 법망을 피해보려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모든 경우에 있어서 경영이라는 대원칙을 내세우며 이를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염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법관의 판단에 있어 어떠한 기준으로 어떠한 시각으로 사안을 볼 것인지는 주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전과 달리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경제양상을 보면 이러한 문제는 더더욱 심각한 문제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글의 주목적이 기업경영의 판단에 대한 것으로 소재를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득이한 결과가 아닐 수 없지만, 지은이가 지적하는 것처럼 국가경제라는 법익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부분인데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新 재무제표를 읽으면 기업이 보인다
홍성수.김성민 지음 / 새로운제안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올 상반기는 갑자기 주식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커지면서 심지어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를 하는 사람이 생기는 기이한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그런데 이렇게 주식시장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큰 손들이나 외국 거대 자본들이 돈을 챙기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작용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자신이 투자하고자 하는 회사에 대해 대부분 증권회사 직원들의 말만 믿고 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고, 남들이 좋다고 하니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은 투자라고 하는 것이 투자를 하려고 하는 당사자 본인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는 만큼 자신이 투자하고자 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회사의 재무구조를 알아야 하는데, 이는 일반인으로는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제무제표 정도만 볼 줄 알고 이를 통해 회사의 재정의 건정성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아예 모르고 시작하는 주식투자 보다는 낭패를 볼 소지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일반인들의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줄 수 있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이 책이 주식투자를 위하여 기업을 읽는 수단으로 쓰여진 것은 아니다. 회사 경영을 하는 사람이나 아니면 회사와 거래하는 사람들이 업무상 필요에 의하여 알아야 할 것들을 수록하여 두고 있다.

1장에서는 기업들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 2장에서는 대차대조표를 읽는 방법에 대해서, 3장에서는 손익계산서를 읽는 방법에 대해서, 4장과 5장에서는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결손금처리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를 읽는 방법에 대해서 각 설명하고, 6장과 7장에서는 앞에서 익힌 내용들을 토대로 하여 회사의 재무상태를 알아 보는 방법과 회사의 신용평점을 매기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어려워 보이는 단어들로 가득하지만 일반인들을 위해 회사의 재무상태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점들에 대해서 이해하기 편하도록 설명해 놓아서 큰 부담감없이 읽을 수 있다. 하나의 회사를 모델로 삼아 처음부터 끝까지 그 회사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어, 마치 사례를 읽는 느낌이다.


기업의 운영이나 재무구조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이라면 큰 무리가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본다. 다만 기업회계기준이 해년마다 당시의 상황에 따라 변하는 면이 있어 항상 예의주시하여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기본적인 이론에 대해서만 알아 둔다면 절차적인 문제는 이해하는 데 있어 별무리가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장부의 삶 - 옛 편지를 통해 들여다보는 남자의 뜻, 남자의 인생
임유경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손수 종이에 정성스레 편지를 쓰던 것도 추억으로 남겨지고, 이메일이 그 자리를 대신해 가고 있다.하지만 누구나가 한 번쯤은 하얀 여백에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본 일이 있을 것이고, 편지가 주는 매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찢어버리고 또 쓰고. 그렇게 해서 편지를 보내기는 했지만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편지는 개인의 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정성이 담겨져 있다. 안부를 묻는 편지에서 연애편지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편지를 들여다보면 편지를 주고 받는 사람들의 모습뿐 만 아니라 당시의 사회상을 볼 수 있는 하나의 자료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편지의 내용을 통해 우리 조상들, 특히 조선 시대 선비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유교 문화가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던 조선 시대, 대장부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생활을 안팎으로 통제아닌 통제를 하며 살았던 그들의 진정한 모습은 어떠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제1부 “뜻을 세우다”는 오늘로 치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세우는 것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서유구가 사촌 동생 유경에게 쓴 편지에서 “지난날 비가 오지 않은 것은 오늘을 위해 쌓아두었던 것이네. 오로지 오래 축적해야 지금처럼 모자람 없이 쏟아질 수 있는 법이지. 문장도 마찬가지야”라고 하는 대목은 오늘날 입시위주의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따끔한 충고가 되는 말이 아닐까 한다.

정약용이 권엄에게 쓴 편지에서 등장하는 ‘면신례’에 대한 이야기는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면 그 때나 지금이나 겪게 되는 통과의례의 힘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면신례’는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게 나아가게 되면 귀한 음식을 마련하고, 기생을 불러 연희를 벌이며 열흘 가까이 선배의 비위를 맞추어야 했던 것으로, 얼굴에 먹물 칠하기, 하루 종일 춤추기, 서꺼래 들기 등 선배들이 후배들의 기를 꺾기 위한 횡포가 대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2부 “벗으로 산다는 것”은 조선 시대 선비들의 진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을 원이 된 허균이 재주는 좋으나 서얼이라는 이유로 궁핍하게 살고 있는 이재영에게 같이 살자고 한 편지나, 박지원이 친구에게 먼저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친구가 먼저 알아서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보내주어 너무나 고맙다는 편지, 홍길주가 말에서 떨어진 친구 상득용에게 위로를 하기 보다는 오히려 잘 된일이라며 사회생활에서 혹시나 자만심을 가지지나 않을까 경계하라는 취지의 에둘러 쓴 편지 등은 친구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들이다.

제3부 “세상살이, 고생길”에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뜻하지 않게 마주치게 된 힘든 일로 마음 고생을 하는 속내를 그대로 털어 내놓고 있다. 여기서는 유배지에서 친구나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들이 많은데, 잘 나가던 사람이 한 순간에 자신의 생활을 떠나 유형생활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일 것이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은 육체적인 고통의 수준을 넘어서는 일인 것이다. 노긍이 큰아들 면경에게 가난해도 구차해지지 말라고 한 편지, 정약용이 아들 학연에게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을 담은 편지, 김정희가 아우 명희에게 손자가 태어난 일을 축하하는 편지 등에서 유배지에서의 힘든 삶속에서도 자신의 가족을 걱정하고 친구를 걱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학규가 지인에게 쓴 편지에서는 유배지에서의 힘든 생활이 가장 솔직하게 표현되고 있다. 선비로서 가지는 체면치레는 찾아볼 수 없다. 그냥 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앞서의 편지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제4부 “아버지로 산다는 것”에서는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당시 조선 시대에서도 아버지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은 듯 하다. 유배를 간 정약용이 아들 학유에게 “아침에 햇빛을 받는 쪽은 저녁에 그늘이 빨리 들고, 일찍 핀 꽃은 먼저 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여라. 운명의 수레는 재빨리 구르며 잠시도 쉬지 않는다. 그 점을 기억하고 세상에 뜻이 있다면 잠시의 재난을 이기지 못해 청운의 뜻까지 꺾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쓴 글을 통해 아들에게 현재 힘들더라도 대장부는 언제나 청운의 기상을 품을 것을 이르고 있고, 전우는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허상경이 말하기를, ‘자식의 자질이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나면 걱정할 일이지 결코 기뻐할 일이 아니다‘고 하였다. 미리 자신을 단속하고, 겸손을 익히고, 성정을 두터이 해야 한다”라고 하며 예절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광사가 막내딸을 그리워하며 쓴 편지에서는 딸에 대한 아버지의 절절한 마음이 그대로 뭍어 나온다. “손님이 찾아와 온종일 돌아가지 않으면 마음이 답답하여 참기 힘들 지경이고 손님이 돌아서며 섬돌에서 내려서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딸을 불러대곤 했지. 딸이 예, 예, 대답하며 품에 달려들어 안길 때에는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듯 기뻤지”하는 대목이나 소꿉놀이 하는 모습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는 진한 감동마저 느껴진다.

제5부 “죽음 앞에서”는 죽음을 앞에 둔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죽음이 가까워오면 누구나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만큼 편지의 내용은 더욱 구구절절하게 다가온다. 이광사, 김정묵, 박사해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 홍귀달, 조익이 죽은 딸에게 쓴 편지, 이천보가 영조에게 쓴 유서 등 죽은 이를 그리는 편지나 자신이 죽음을 앞에 두고 쓴 유서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산 사람들이 쓴 글과는 확연히 다르게 다가온다.


특히 김창협이 죽은 누이동생에게 쓴 제문에서 “우리 형제가 조금씩 나이를 덜어 네 목숨과 바꿀 수만 있다면,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무엇이 아깝겠느냐. 그럼에도 하늘이 네 목숨을 일찍 거두어 우리 형제의 가슴을 이리도 아프게 하는구나. 죽이고 살리고 덜어내고 더해주는 것은 하늘도 어쩌지 못한단 말이냐! 슬프고 슬프다. 애통하고 절통하다.” 구절에서는 김창협의 죽은 누이동생에 대한 상실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몇 장에 걸친 장문의 편지든 아니면 몇 줄 정도에 그치는 짧은 편지이든 편지를 통해 조선 시대 선비들의 내면에 숨겨진 진솔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때로는 장부의 늠름한 기상을, 때로는 대장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인간이 가지는 감정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어, 우리는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편지 등을 통해 우리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