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패러다임 한나래 언론문화총서 22
원용진 지음 / 한나래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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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전 우리 사회는 개그맨 출신의 심형래 감독이 연출한 “디 워”에 대한 논쟁으로 뜨거웠다. 한편에서는 한국 영화계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영화 “디 워”에서 보여주는 특수효과는 대단한 것으로 헐리우드 영화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고 하는데 비해, 다른 한 편에서는 스토리도 엉성하고 특수효과도 조잡하기 이를데 없다며 논할 가치가 없는 영화라고 혹평을 하였다. 이는 비단 네티즌들만의 논쟁에 그치지 않고 진중권이라는 대중문화 비평가가 가세하면서 네티즌과의 설전은 극에 치달으며 영화 “디 워”에 대한 논의를 넘어 문화를 소비하는 대중들의 문화 의식 수준에 대한 논의로 까지 이어졌다. 근래 보기 드문 과잉반응이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논의가 갑작스러운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러한 현상은 그간 우리 대중 문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대량 생산에 의한 대중 소비가 가능해지고 인터넷이라는 대중 매체가 활성화되면서 대중 문화에 대한 논의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에서 영화 “디 워”가 그 불씨를 지핀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중 문화라고 하면 고급 문화에 반대되는 저급 문화로서, 때로는 상업 문화로 치부되면서 그다지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내몰려 온게 사실이었다. 그래서인지 대중 문화를 향휴하는 대중 자신들도 대중 문화를 심지어는 천박한 것으로까지 여겼던 것이다. 이런 사회적 풍조는 대중들만이 아니라 대중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지은이는 그러한 점을 통감하고 이 책에서 대중 문화를 읽는 눈을 제시하고 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반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대중은 역사의 무대 위로 부상한다. 이는 대중 매체의 등장과 궤를 같이 하는데, 대량 복제 기술을 통한 문화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가능해지면서 문화의 소비가 대중에게까지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생산자 중심의 문화였다면 이제 바야흐로 소비자 중심의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의 기호를 읽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대중 문화를 곱게 바라보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중들의 기호에 영합하려는 기획은 대중 문화의 질을 하향평준화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중 문화를 싸잡아 평가절하할 수만은 없다. 좀 더 많은 대중들이 문화의 소비자로 등장하면서 문화는 다양성을 기하게 되고, 대중들의 관심으로 인해 문화 생산자도 안일하게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대중들의 관심은 활력소이자 채찍으로 다가온 것이다. 우리 대중 문화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중 문화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존재한다. 대중 문화를 처음으로 분석한 대중 사회론부터, 마르크스주의 문화론, 문화주의 문화론, 구조주의 문화론, 여성 해방주의 문화론, 후기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등 각자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대중 문화는 여러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지은이는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읽히는 대중 문화론에 대해 이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면서 설명하고, 마지막 장에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대중 문화에 대한 본질을 찾는 일은 큰 의미가 없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살펴보는 일이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와 같은 대중 문화 연구에서는 갈등이나 경쟁 등과 같은 역동성이 강조되어야 하고, 또한 역사적 환경이 항상 강조되어야 하며, 생산 과정과 소비 과정 그리고 전 과정을 총체적인 모습에서 살펴보아야 한다고 한다.

대중 매체 특히 디지털 매체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개방성과 상호 의존성을 특성으로 하는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대중들의 문화 참여 현상은 전에 없이 많아졌다. 대중 문화가 우리의 일상 안으로 들어와 있는 이상 대중 문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이를 통해 능동적으로 그 문화를 거부하거나 참여토록 할 필요성이 증대되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지은이의 의도와 달리 책자체는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만연체의 서술에다가 일정 부분은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술된 부분들도 많으며, 도저히 지은이가 이해하고 썼다고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정리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이 눈에 뛴다. 다만 이 책을 통해 급변하는 21세기 디지털 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대중 문화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 않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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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 -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
스티븐 데이비스 지음, 이경하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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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레게 음악은 주류 음악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레게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약할 정도다. 레게 음악이라면 자메이카의 토속적인 리듬을 바탕으로 한 신나는 댄스 곡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전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레게 음악이라고 하는 장르의 일부만을 본 것이다.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제3세계의 토속 음악이 그렇듯이 레게 음악은 자메이카 하층민의 암울하고 핍박받는 삶을 대변하던 음악이었다. 신나는 댄스 리듬에 드리워진 우울함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처절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음악이 밥보다 더 중요하였던 학창시절 나를 사로잡은 음악은 하드 락이나 헤비메탈이었다. 그에 비하면 레게 음악이 가지는 파워는 약했다. 세련되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투박한 느낌의 음악이었다. 그런데 비쩍 마른 흑인 가수가 길게 땋은 머리를 휘날리며 무대 위를 껑충껑충 뛰어 다니며 휘젓고 다니는 모습은 당시 신선하게 다가왔다. 바로 밥 말리였다. 당시는 그의 무대 매너가 좋았다. 그리고 그의 독특한 음악적 스타일이 좋았다.

그런 밥 말리를 최근에 다시 접하고 그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자유와 평화를 노래하는 뮤지션 정도로 알았던 밥 말리와 레게 음악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만만찮은 분량을 자랑하였다. 밥 말리와 그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방대한 인터뷰 내용, 그리고 당시의 시대상황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지은이는 이 많은 자료들을 어떻게 구했나 싶을 정도다. 많은 분량의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사람으로 하여금 밥 말리의 삶과 인생, 그리고 음악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들었다. 모처럼 시디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밥 말리의 음반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밥 말리는 이디오피아 황제였던 ‘하일레 셀라시에’를 의미하는 자 라스타파리(Jah Rastafari)를 신으로 섬기며 자신들의 고향이자 약속의 땅인 아프리카 그 중에서도, 이디오피아로 돌아가자는 것을 교리로 하는 라스타파리아니즘을 숭배하고 이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머리를 길게 땋은 드레드록(dreadlock), 녹색, 빨간색, 노란색이 들어간 옷이나 모자를 즐겨하고, 간자(마리화나)를 피우는 모습이나 자유분방한 연애는 결코 익숙한 모습이 아니다. 그의 이런 모습은 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기득권층이 그를 멀리 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모습 전부는 아니다. 

본명 로버트 네스타 말리,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트렌치타운에서 성장. 밥 말리의 성장기를 본다면 그의 인생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그는 힘든 상황 속에서 레게 음악이라는 자메이카 토속리듬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 내었고, 이는 곧 많은 젊은이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었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흑인들만이 좋아하는 음악이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듣고 좋아하는 음악이 되었다. 자유와 평화, 정의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완벽을 추구하는 연주는 그의 기이한 행동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 그의 내면 세계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78년 정치적으로 불안한 자신의 고향 자메이카로 돌아와 ‘사랑과 평화의 콘서트’를 통해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그의 공연은 자메이카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여 정치인 이상의 신뢰를 주었다. 이러한 일로 해서 UN으로부터 평화 메달 수여하기도 한다. 그런 그의 행보는 뜻하지 않은 암이라는 병으로 36세라는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천재는 불운하다고 했던가. 그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짧은 기간 동안 그가 들려준 폭발적인 음악은 우리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밥 말리에 대한 추도문에서 “지금 그의 목소리는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으며, 그의 날카롭고 섬세한 이목구비와 장엄함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그의 머리, 활기차고 당당한 그의 몸짓은 우리들 마음 속에 생생하게 새겨질 것입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의 회고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밥 말리는 이해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경험, 우리들 한명 한명의 뇌리에 결코 지워지지 않는, 신비로운 인상으로 남을 경험이었습니다. 그와 같은 경험은 절대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는 이미 이 나라의 일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집단의식 속의 일부가 되었습니다.”라고 하듯이 밥 말리는 나에게 있어 새로운 경험이었다.

밥 말리를 밥 말리 이상으로 과대포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그를 폄하할 필요도 없다. 그는 뮤지션으로 우리 곁으로 왔다가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으로, 레게라는 음악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 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남겨 준 것은 우리가 해석하고 우리가 받아 들여야만 하는 과제인지도 모른다.

레게 음악이 우리에게 그다지 친숙하지 않았던 7, 80년대 나에게 잠시 흔적을 남기고 스쳐 지나갔는데, 21세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 시점 대한민국에 밥 말 리가 되돌아 왔다. 그의 노래도 좋지만 그가 들려주고 행동하였던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2007년 11월 겨울이다. 정의와 평화 자유를 토해내는 정치인들의 모습 위로 머리를 길게 딿은 드레드록을 하고 격정적으로 무대를 헤집고 다니는 밥 말리의 모습이 교차한다. 과연 누가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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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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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전해주듯이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기는 정말 힘들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내면 세계를 다루는 심리학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심리학 책들은 거의 대부분이 어려운 전문적인 용어로 가득하고, 거기다가 각종 그래프와 도표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보여 접근 자체를 막아 버린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접하게 된 이 책은 ‘심리학도 이렇게 재미나게 읽혀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 책은 부제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담한 가설과 이론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20세기 대표적인 심리학자와 정신 의학자들의 심리 실험 10장면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야기 하듯이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져서인지 여섯 편의 단편을 한 권으로 묶은 추리 소설을 읽는 느낌 내지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었다.

지은이는 글의 사실성과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글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스키너 박사를 고소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알려진 박사의 딸 데보라 스키너를 찾아 다니는가 하면,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에 참가한 피실험자를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서 들어 보고, 심지어는 마약 중독의 실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마약을 직접 복용해 보기도 한다. 자신의 글에 대한 애착을 넘어 집착으로 보여지기까지 할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인간의 행동은 보상을 받으면 강화되고, 처벌을 받으면 소멸된다는 스키너의 상자 실험, 인간이 불합리한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성격보다는 상황에 있음을 밝혀낸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 1964년 캐서린 제노비스가 살해 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38명이 방관한 것에 의문을 품고 동일한 조건 하에서 실험을 통해 개인의 책임은 집단 규모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밝혀낸 달리와 라티네의 실험, 스킨쉽의 중요성을 강조한 해리 할로의 가짜 원숭이 실험, 인간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동인을 형성한다는 레온 페스팅거의 실험, 약물 중독이 약의 문제인지 아니면 사회의 문제인지에 관한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우리의 기억이 사실인지 허구인지를 밝히려 한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충격적인 실험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심리와 내면을 들여다 보게 된다.

현재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위와 같은 실험이 사회에 몰고 온 파장은 엄청난 것이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그저 놀랍기만 할 따름이었다. 어떻게 이런 실험을 할 생각을 했는지... 특히 스탠리 밀그램의 제노비스 사건 실험이나 레온 퍼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은 신기한 정도를 넘어서 인간인 우리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을 알게 되어 어떤 면에서는 섬찟하기도 했다. 1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지만 일단 책을 잡으면 놓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하나의 챕터에서 다음 챕터로 넘어갈 때마다 다음 챕터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궁금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위와 같은 실험을 통해 인간 심리 내지는 본성이 다 밝혀진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실험실에서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파헤칠 획기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기 보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실험들을 통하여 우리는 인간 심리 내지는 본성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이 가지는 강점은 이러한 실험이 지은이의 경험까지 곁들여 재미난 이야기체로 서술하였다는 점도 있지만, 실험에 이르게 된 학자들의 끊임없는 탐구 정신과 굽힐 줄 모르는 신념이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서술 구조도 이 이야기에 빠져 들게 만드는 흥미 요인이 되었다. 이 책이 많이 이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것은 지은이가 심리학과 같은 딱딱하고 건조한 학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독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야기를 녹여 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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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경제, 공정 무역
마일즈 리트비노프.존 메딜레이 지음, 김병순 옮김 / 모티브북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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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주제는 ‘세계화’라고 할 수 있다. 한․미 FTA협상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화’는 더욱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현실이 되었다. 정부에서는 ‘세계화’를 통해 우리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거라며 낙관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의구심을 제기하는 국민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생각은 우리나라 국민들만이 가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상황이 안좋은 다른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세계화가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선진국들은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신자유주의를 외치며 각종 무역 장벽을 철폐하여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 무역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던 비교 우위론에 의하면 각국은 무역을 통해 자기 나라에 풍부한 재화나 용역을 수출하고 상대적으로 자국에 부족한 재화나 용역을 수입함으로써 서로 윈윈(Win Win)하게 되는 상승효과를 가져와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예상과 달리 실상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자유 무역을 통해 잘 사는 나라는 더 잘 살게 되었지만, 가난한 나라에 사는 국민들에게는 혜택보다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심한 경제적 고통과 시련을 가져다 주었다. 생활고를 비관하며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미취학 아동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만 했고, 질병과 무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무역을 통해 서로 잘 살기 위해서는 무역 당사국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교역에 참여하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무역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유 무역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선진국은 무역에 있어 교역조건이 우세한 공산품으로 무장을 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은 교역조건에서 열세인 노동집약적인 1차 산업을 위주로 하고 있다. 현실이 그렇다보니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 국민들은 아무리 피땀흘려 많은 시간을 일해도 일한 만큼 혜택이 돌아오지 않고 생활이 더욱 더 어려워지는 빈곤의 악순환만 발생할 뿐이다. 이 책에서도 위와 같은 자유 무역의 허상을 통렬하게 바판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 파키스탄, 탄자니아, 니카라과 등 가난한 나라에서는 어린 아이들까지 노동을 해야만 한 식구가 살아갈 수 있는 처지다. 그들에게 있어 교육이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인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하루 살아가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데 반대편 국가에서는 그들이 만든 축구공이나 그들이 재배한 바나나, 망고, 코코아 등을 싼 가격에 구입하여 풍족하게 살고 있으니 너무나 불공평한 일이 아닌가? 이 책의 지은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무역 현실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이나 차 한잔, 우리가 먹는 바나나나 망고와 같은 과일 등은 우리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구 저편에서 열심히 일한 다른 나라 사람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이제는 일정 부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부분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무역을 통해 수입한 것이니까 우리 국민들이 거기까지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단선적으로 본다면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끌어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이제는 지구 저편의 나라라고 완전히 우리와 관계없는 것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는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관계가 되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의 대답은 ‘공정 무역’이다. 공정 무역은 일반 무역과 달리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생산자 집단에게 생산 지역의 경제 조건을 기반으로 하여 생산 원가를 보전하는 최소 가격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 최소 가격은 경제불안정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보장되는 부분으로, 사회적 초과 이익도 포함하고 있어, 생산자 집단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거나 아니면 근처에 병원을 설립하거나 하여 노후화된 자신들의 생활 여건을 바꿀 수 있는 부분에 투자할 수 있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이 책은 공정 무역으로 변화된 사례 50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위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공정 무역이 여성과 여자 아이들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는 등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인권을 신장하게 되는 디딤돌이 되었으며, 자연재해와 환경 오염을 줄이고, 유전자 조작 식품을 거부하며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막아 주어, 공정 무역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혜택을 주었는지를 보게 되었다.

공정 무역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민간 단체 위주로 공정 무역 인증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공정 무역 인증 제품으로 인해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일어난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공정 무역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지은이는 위와 같은 사례만을 적시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공정 무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자유 무역이 대세라는 점을 지적하며, 공정 무역이 더 많이 더 크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소비자인 우리들이 공정 무역 인증 제품을 사서 쓰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공정 무역은 단순히 제품을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고, 이는 진정한 지구촌 가족을 만드는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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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2 Back Hits-Cutting Crew/Johnny Hates Jazz/1999

80년대 팝시장 하면 소녀팬들을 끌고 다니던 듀란 듀란, 컬춰 클럽, 아하 등 뉴 웨이브 그룹 들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세련된 사운드와 멤버들의 준수한 외모,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M-TV 뮤직비디오가 그들의 음악을 특징짓는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뉴 웨이브에서 좀 더 하드하고 강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일련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등장하여 테크노가 팝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의 변화기 속에 등장한 뮤지션들이 있는데, 다름 아닌 커팅 크루와 쟈니 헤이츠 재즈다. 그룹의 이름이 좀 독특하긴 하지만, 추구하는 음악은 귀에 착착 감기는 달콤한 멜로디를 주로 하고 있다.

이 앨범은 두 뮤지션들의 음악을 하나의 시디 안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국내에서 라이센스화 되지 않은 수입음반으로 EMI에서 발매된 것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출처가 조금 의심스럽다. 수입반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붓클릿 한 장 없으니 말이다.

시디 앞면을 장식하는 커버도 앞면의 사진이 전부다. 뒷면은 하얀 여백으로 곡에 대한 설명이나, 뮤지션들에 대한 소개는 전무하다. 마치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LP에서 CD로 넘어가던 시절, 저작권이 제대로 정착되기 전에 마구 발매된 베스트 형식의 컴필레이션 앨범같다.

커팅 크루(Cutting Crew)는 닉 반 에데(Nick Van Eede, 보컬/기타), 케빈 멕마이클(Kevin MacMichael, 기타), 콜린 페어리(Colin Farley, 베이스), 마틴 비들(Martin Beedle, 드럼)로 구성된 4인조 그룹으로, 그들의 데뷔 음반인 “Broadcast"에 수록되었던 '(I Just) Died in Your Arms'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 노래는 아무래도 닉 반 에데의 애절한 보컬이 크게 어필하지 않았나 한다. 사운드 자체로서는 특별히 기교를 부린다든지 아니면 실험적인 면을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I've Been In Love Before에서도 마찬가지로 닉 반 에데의 보컬과 락 발라드의 전형적인 기타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 곡에서는 중반부에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가 신디사이저와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사운드가 이들의 음악적 지향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One For The Mockingbird는 이전의 2곡과 달리 아주 경쾌하고 흥겹다. 닉 반 에데의 보컬은 아하의 보컬리스트인 모턴 하켓과 유사한 느낌이다. 남성적인 매력을 풍기면서도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있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선사한다.

초반에 너무 큰 성공을 거두어서인지 아니면 시대적인 흐름을 읽지 못해서 였는지, 2번째 음반 “The Scatterings”은 이렇다할 히트곡도 없이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기 시작한다. 이 앨범에 수록된 (Between A) Rock And A Hard Place나 The Scattering은 1집에 비해 다소 하드한 면을 강조하여 록적인 음악에 다가가고 있다. 특히 The Scattering에서 보여준 민속적인 사운드의 차용은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80년대 말의 음악적인 경향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는지, 1집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대중들의 반응을 얻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Johnny Hates Jazz는 영국 출신의 클라크 대처러(Clark Datchler, 보컬/피아노), 캘빈 헤이즈(키보드)아 미국 출신의 마이크 노치토(베이스)로 이루어진 트리오 그룹이다. 쟈니라는 친구가 재즈를 싫어하여 이를 그룹명으로 정했다고 하는데, 그룹명처럼 재즈와는 상관없는 음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재즈적인 터치도 어느 정도 감지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앨범에 같이 수록된 커팅 크루의 사운드와 비교해보며 이들의 음악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이 음반에 수록된 5곡은 모두 이들의 데뷔 음반인 “Turn Back The Clock”에 수록된 곡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은 데뷔 음반 한 장을 발매하고 멤버들의 불화로 그룹이 해체되어 버렸다. 그들의 음악을 이 한 장으로 만족해야 하는게 조금 아쉽긴 하다. 데뷔할 때 많은 사람들의 조명을 받았던 그룹이었기에 그런 감정이 더한 것 같다.

Shattered Dreams는 한 마디로 산뜻하다. 사운드에 군더더기라고는 하나도 없다. 클라크 대처리의 미성과 이를 받쳐주는 나머지 멤버의 코러스와 신디사이저의 깔끔한 사운드는 마치 긴 겨울을 통과하고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경쾌하게 설레이는 발걸음을 내딛는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I Dn't Want To Be A Hero나 Listen은 당시 유행하던 신쓰 팝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얼마전에 개봉한 영화 “그 남자 작곡, 그 여자 작사”에서 그룹 “팝”의 보컬을 맡았던 ‘휴 그랜트’를 떠올리게 만드는 경쾌한 곡이다.

Turn Back The Clock은 이들의 빅 히트곡인 Shattered Dreams를 조금 느리게 연주하였을 뿐, 분위기는 거의 비슷한 느낌이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멤버들의 코러스와 화사하면서도 밝은 신디사이저가 사운드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Heart Or Gold는 아예 브라스를 전면에 내세워 흥겨운 리듬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정말 재즈를 싫어하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재즈를 싫어하고 싶지만 싫어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클라크의 아버지는 재즈 뮤지션이라고 한다. 여하튼 이 곡에 쓰인 브라스 사운드는 신디사이저와 잘 어울려 멋진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80년대 중․후반을 같이 활동한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대충 당시의 음악적 흐름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팝 시장의 다른 한 쪽에는 헤비메탈이 인기를 얻고 있었던 반면 그 반대편에서는 듣기 편안하고 부드러운 신쓰 팝이 또한 인기를 얻으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그 시대를 주도하고 있었다.

특히 이들의 음악은 미성의 보컬과 풍부한 코러스, 그리고 음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디사이저를 통해 밝고 편안하면서도 화사한 음악을 하였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음반이긴 하지만 비슷한 아티스트들의 곡을 같이 수록하여 서로 비교하면서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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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80년대에 음악을 많이 들어서인지 그때 나온 곡들에 애착이 생기더군요.
흐름이 빠르다 보니 촌스러워 보이는 스타일도 반갑게 느껴져요.
가끔 그 때 음악을 다시 들으면 정말 좋답니다.

키노 2007-08-26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촌스럽다기 보다는 지금 음악에 어느 정도 익숙하신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