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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경제, 공정 무역
마일즈 리트비노프.존 메딜레이 지음, 김병순 옮김 / 모티브북 / 2007년 9월
평점 :
최근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주제는 ‘세계화’라고 할 수 있다. 한․미 FTA협상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화’는 더욱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현실이 되었다. 정부에서는 ‘세계화’를 통해 우리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거라며 낙관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의구심을 제기하는 국민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생각은 우리나라 국민들만이 가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상황이 안좋은 다른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세계화가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선진국들은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신자유주의를 외치며 각종 무역 장벽을 철폐하여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 무역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던 비교 우위론에 의하면 각국은 무역을 통해 자기 나라에 풍부한 재화나 용역을 수출하고 상대적으로 자국에 부족한 재화나 용역을 수입함으로써 서로 윈윈(Win Win)하게 되는 상승효과를 가져와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예상과 달리 실상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자유 무역을 통해 잘 사는 나라는 더 잘 살게 되었지만, 가난한 나라에 사는 국민들에게는 혜택보다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심한 경제적 고통과 시련을 가져다 주었다. 생활고를 비관하며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미취학 아동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만 했고, 질병과 무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무역을 통해 서로 잘 살기 위해서는 무역 당사국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교역에 참여하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무역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유 무역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선진국은 무역에 있어 교역조건이 우세한 공산품으로 무장을 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은 교역조건에서 열세인 노동집약적인 1차 산업을 위주로 하고 있다. 현실이 그렇다보니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 국민들은 아무리 피땀흘려 많은 시간을 일해도 일한 만큼 혜택이 돌아오지 않고 생활이 더욱 더 어려워지는 빈곤의 악순환만 발생할 뿐이다. 이 책에서도 위와 같은 자유 무역의 허상을 통렬하게 바판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 파키스탄, 탄자니아, 니카라과 등 가난한 나라에서는 어린 아이들까지 노동을 해야만 한 식구가 살아갈 수 있는 처지다. 그들에게 있어 교육이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인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하루 살아가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데 반대편 국가에서는 그들이 만든 축구공이나 그들이 재배한 바나나, 망고, 코코아 등을 싼 가격에 구입하여 풍족하게 살고 있으니 너무나 불공평한 일이 아닌가? 이 책의 지은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무역 현실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이나 차 한잔, 우리가 먹는 바나나나 망고와 같은 과일 등은 우리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구 저편에서 열심히 일한 다른 나라 사람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이제는 일정 부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부분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무역을 통해 수입한 것이니까 우리 국민들이 거기까지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단선적으로 본다면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끌어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이제는 지구 저편의 나라라고 완전히 우리와 관계없는 것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는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관계가 되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의 대답은 ‘공정 무역’이다. 공정 무역은 일반 무역과 달리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생산자 집단에게 생산 지역의 경제 조건을 기반으로 하여 생산 원가를 보전하는 최소 가격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 최소 가격은 경제불안정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보장되는 부분으로, 사회적 초과 이익도 포함하고 있어, 생산자 집단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거나 아니면 근처에 병원을 설립하거나 하여 노후화된 자신들의 생활 여건을 바꿀 수 있는 부분에 투자할 수 있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이 책은 공정 무역으로 변화된 사례 50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위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공정 무역이 여성과 여자 아이들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는 등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인권을 신장하게 되는 디딤돌이 되었으며, 자연재해와 환경 오염을 줄이고, 유전자 조작 식품을 거부하며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막아 주어, 공정 무역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혜택을 주었는지를 보게 되었다.
공정 무역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민간 단체 위주로 공정 무역 인증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공정 무역 인증 제품으로 인해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일어난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공정 무역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지은이는 위와 같은 사례만을 적시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공정 무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자유 무역이 대세라는 점을 지적하며, 공정 무역이 더 많이 더 크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소비자인 우리들이 공정 무역 인증 제품을 사서 쓰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공정 무역은 단순히 제품을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고, 이는 진정한 지구촌 가족을 만드는 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