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의 순간
필립 베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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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에 들여놓을 매트리스를 사려고 에이미의 가게를 찾았다. 찾는 물건이 이 가게에 있으리라는 것. 정상가의 두 배만 내주면 간단히 내 것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애초부터 알고 있다. 출입문에서 울리는 소름끼치는 종소리를 들으니 정말이지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은 이런 자잘한 세부에서만 되살아난다. 그로 인해 내가 즐거운지, 아니면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지는 잘 모르겠다.-63쪽

"그래요, 우리가 체념한 것들......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이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도 아니죠."-110쪽

"사람들은 피를, 남의 피를 좋아합니다. 피 냄새를 좋아하지요. 우리 아버지는 인간이 두 발로 설 줄 알고 원초적 본능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을 뿐인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늘 상기시키셨지요. 그렇지만 인간에게 피를 들이대보십시오. 금세 다시 짐승으로 돌변할걸요."-136쪽

라지브가 베티에 대해서 말했던 수수께끼 같은 문장이 떠오른다. "그렇게 웃기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요?"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겠다. 베티와 라지브와 나, 우리를 이어주는 것, 우리가 공통적으로 소유한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 그것은 물론, 추방당한 경험이다.-195쪽

베티가 또다른 표현을 덧붙인다. "우리는 생존자들이야. 거친 바다도 우리를 삼키지는 못했으니까."정말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215쪽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해. 난 다른 사람을 기다리고 있거든."-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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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8-22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은 어땠습니까, 베리베리님?

자하(紫霞) 2011-08-22 12:01   좋아요 0 | URL
음지사람들 이야기라 참 우울하더라구요. 어두워요 어두워...근데 끝에서는 좀 희망이 생기는 듯 했죠.
다락방님은 심리묘사에 탁월한 책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