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 불평 해봤자 제 얼굴에 침뱉기인 것은 잘 알고있지만서도...;;;
일하다가 좀 짜증도 나고 된통 체한게 아직 안 나아서 아파죽겠는데
미국에서 매니저가 약간 열받는 메일을 보낸 통에 최대한 두리뭉실하게 답장 써 보내고 나니
스트레스가 마구 쌓이는지라 못되게도 여기서 성질 부려봅니다. ㅠ_ㅠ
요새 여기저기서 번역 얘기가 많습니다.
원래 흠잡으려면 한도끝도 없는 분야이긴 하지요.
번역이라는게 워낙 정답이 없고, 잘하면 티가 잘 안나도 못하면 팍팍 티 나는게 현실이니까요.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번역이 뭔가요.
간단하게 말해서 한 언어로 쓰여진 글을 해당 언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것 아닌가요?
얼마전부터 약간 제 신경을 거슬리는 책 광고가 있었어요.
알라딘에 들어올 때마다 정겨운 소 그림으로 저를 반겨주는 BIG MOO (빅 무)라는 책이었죠.
(절대 책 자체에 대해 뭐라하는 건 아닙니다 <--소심;
전 읽지도 않은 책이고, 리뷰를 슬쩍 보니 내용은 재미있다고들 하시네요)
빅 무를 처음 보고선 아니 이게 뭔 책 제목이야 했죠. 핑이 나오더니 이젠 빅 무가 나오네.
엄마랑 서점에 가면 틀림없이 '저건 또 뭔 소리냐..'하실게 틀림없어요.
우리말로 옮겨보려는 최최최소한의 노력도 찾아보기 힘든 이 책 제목을 보고 저는
하긴 '음메'라고 책 제목을 지을 수 없잖아..하면서 애써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 딸린 광고문구.
'당신은 리마커블하다' <--- 이게 결정적으로 확 불을 지폈죠. -_-;;;
물론 리마커블이라면 아주 어려운 단어도 아니고
뭐 이런 책을 집어들만한 독자라면 거의 대부분이 의미를 짐작할만한 문장이죠.
그렇지만 리마커블해지기를 꿈꾸는 사람, 리마커블하게 만들어라..이게 우리말인가요?
제 생각엔 이건 번역자의 의견이라기보다 출판사의 의도인 듯 싶습니다.
이렇게 책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어나 구절은 번역자와 출판사가 의논해서 결론을 내거든요.
물론 제목은 당연히 출판사쪽 의견이 더욱 많이 반영되구요.
리마커블이 확 독자의 눈을 끌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한국어로 옮기면 뉘앙스가 제대로 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하여간 이 리마커블이 저를 열받게 했어요.
이걸 보다보니 로레얄 염색약 모델이 멋지게 포즈를 취하며 '난 소중하니까..' 하던 광고가 떠올랐어요.
예전에 그 광고를 보고 worth를 참 잘 옮겼다고 생각했었죠.
일본 광고에서는 '난 가치가 있으니까!'하며 뜻 그대로 옮겼던데
그것보다 '난 소중하니까' 가 훨씬 좋아보였어요;;;; (그게 그건가요? -_-;;)
물론 요즘엔 하도 영어가 생활화(?)되어서 영어제목이 차고 넘칩니다.
그래도 '리마커블' 정도는 생각하고 생각하면 충분히 좋은 우리말로 옮길 수 있었을텐데..
자꾸 아쉬움이 남네요.
어쨌든 저의 투정은 더욱 정도를 더하여 이번엔 영화 제목으로 뻗어나갑니다.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요상한(?) 제목의 영화를 발견했어요.
이름하여 바로 <브이 포 벤데타> !
처음에 이 제목을 보고 이게 도대체 뭐야???? 했죠. 브이는 V겠고 포? 벤테타??
호기심에 클릭을 해봤더니 V for Vendetta 더군요. 여기서 또 화악~ ㅜ_ㅜ
(제가 요새 몸 컨디션이 아주 별로라서 자주 불탑니다;;)
아니 도대체 제목을 이렇게밖에 못 지어?? 라는 말이 입까지 나왔지만서도...;;;
네. A for 어쩌구 하는 제목. 정말 번역하기 힘든 제목인건 충분히 인정합니다.
소설에서도 저런 제목 (아니면 소제목이라도..) 나오면 머리 뜯을것이 분명해요.
그렇지만 브이 포 벤데타라니요...
애플도 아니고 브라더도 아니고 벤데타를 그대로 쓰다니..발음도 꼬이는구만..;;;
아니면 제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상당한 영어 어휘 실력을 갖추게 되어
이정도는 일반 상식에 속하는 건가요?
게다가 영문 그대로도 아니고 브이 포 벤데타라고 해놓으면
저같이 둔한 사람은 머릿속에 ?????밖에 안 생깁니다.
영화관가서 예고편이라도 보면 모를까 절대 저 제목보고는 안 볼 것 같아요.
실제 영화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영화 자체는 나탈리 포트만도 나오고 꽤 흥미있을 것 같지만
제목때문에 열받았기 때문에 안볼랍니다 (혼자 보이콧해도 아무도 눈하나 깜짝 안하겠지만요..ㅠ_ㅠ)
우리나라 영화 제목은 '복수는 나의 것' 뭐 이렇게 멋들어지게 지으면서
왜 외화 제목은 저렇게 번역하려는 아주아주 최소한의 노력도 안 보이는건지요.
아니면 심사숙고한 끝에 저런 결론이 나온건가요??? (그렇다면 더더욱 신기;;;)
영화 제목 번역 얘기에서 항상 예로 나오는 '내일을 향해 쏴라' 정도는 아니더라도
V for Vendetta의 번역이 영 마땅치 않으면 꼭 제목에 구애받지 않고 멋진 제목을 붙일 수도 있었을 텐데..
영 불만스러워 이 새벽에 투덜대고 갑니다.
* 그냥 스트레스 받은 새벽에 끄적인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리뷰 아니고 페이퍼니까 이런거 써도 되겠죠?
혹시 폐를 끼칠까봐 일부러 해당 책 링크 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