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여행한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인도에 푹 빠져 너무너무 인도를 사랑하게 되는 사람과, 갖은 고생을 하고 일평생 다시 인도땅은 밟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하는 사람이지요. 저는 불행히도 후자에 속했답니다.

다들 뜯어 말리는 걸 뿌리치고 친구랑 둘이 달랑 인도로 떠날 때만 해도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답니다. 물론 그 희망과 기대는 공항문을 나서자마자 저희를 둘러싼 수십명의 꼬마 거지들로 인해 박살이 났지만요. 그것이 바로 몇주간에 걸친 고생길의 시작이었습니다.

여행 내내 울지 않는 날이 없었고 두고두고 인도 여행을 부추긴 류시화씨를 저주(?)했습니다. 친구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챙겨가지고 왔었는데 제가 찢어버린다고 협박까지 했죠;;; 그 책에 그려진 인도의 모습과 제 눈앞에 펼쳐진 인도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아니, 근본적으로 같았지만 제가 '수양'이 부족했는지도 모르죠. 결국 좋은 기억이라고는 딸랑 '타지마할'의 아름다운 모습과 자이푸르에서 코끼리를 탔던 일뿐, 그 외에는 지긋지긋한 인도 사람들의 눈길과 매일매일 대성통곡했던 기억, 그리고 5kg쯤 빠진 몸무게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다이어트에는 최적의 여행지입니다! ㅠ_ㅠ)

사진을 정리하다가 저 바라나시의 하늘을 보니 갑자기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네요. 당시에는 고생스러워도 갔다오면 좋은 추억이 많이 남는다는데, 유독 인도에 대해서만은 아직까지 끔찍한 기억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새벽 1시에 어딘지도 모르는 풀밭 한복판에서 기차에서 쫒겨났던 일, 갠지스 강에서 둥둥 떠내려오던 반만 타버린 시체, 기차에서 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비켜주지 않던 일가족, 먼길을 물어물어 간신히 찾아간 유적지가 문을 닫았다며 거짓말을 해서 우리를 울게 만들었던 남자...

앞으로 다시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발적으로는 갈 일이 없을 듯 하지만;;;;) 혹시 기회가 있다면 보다 넓은 마음을 가지고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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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19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도는 그래도 누구나가 한번쯤 가고 싶어하는 곳인거 같아요.

하이드 2006-01-19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주할만하네요. 저는 힘들것 같아서 지레 겁먹고 안갑니다. 제작년이던가 크리스마스때 현지인 별장 방문할 기회 놓친게 아까워죽겠어요. 현지인과 함께라면 갈만한데 말이죠.

날개 2006-01-1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인도여행은 한번쯤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겁나는군요....ㅎㅎ

Kitty 2006-01-20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맞아요. 뭔가 끌어당기는 것이 있는 곳이죠. 제 주위에도 인도 여행 재미있게 하신 분들이 있어요. 아무래도 제가 수양이 부족한듯 ^^;;

하이드님/ 힘들긴 진짜 힘들어요. 상상보다 딱 10배 힘들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지인을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진짜 좋겠죠. 제 주변의 인도인들은 모두 부자라서 다들 BMW 몰고 다니더만요;;;;

날개님/ 정말 색다른 곳이지요. 여행은 여기저기 많이 다녔지만 아직 인도같은 느낌을 준 나라는 없어요. 준비 많이 하시고 가시면 괜찮으실꺼에요 ^^

검둥개 2006-01-20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을 많이 하셨군요... 듣고 있으니 저까지 약간 겁이 나요. 그런데 그 남자는 왜 유적지 문을 닫았다고 구라를 쳤을까나요? ^^;;;

Kitty 2006-01-2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나쁜...이 구라를 친 이유는 유적지 문 닫았으니 가서 헛수고하지 말고 자기네 카페트 가게 가서 구경하고 물건 사라는 것이었죠. 저런 정도의 거짓말은 죄책감은 커녕 눈도 깜짝 안하고 해대는 사람들이 많아서 꽤나 힘들었습니다. 물론 좋은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다들 어디에 꼭꼭 숨어서 안나왔는지 거의 못 만났지요 ^^;;;;